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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발전의 ABC/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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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발전의 ABC/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입력
1990.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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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발전하는데 네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일본형. 정치도 잘하고 경제도 잘하는 유형이다. 일본은 의원내각제를 반석위에 올려놓고 튼튼한 정치안정을 이루어 그 토대위에서 기적같은 경제성장을 했다. 두번째는 대만 싱가포르형. 경제는 잘되는데 정치가 잘 안되는 유형이다. 대만은 1인당 국민소득이 지난해에 7천5백달러를 넘고 싱가포르는 1만달러에 육박,경제적으로는 이미 선진국이 된거나 다름이 없다.그러나 이들 두나라는 정치적으로는 모두 낙제생들이다. 싱가포르는 건국후 지금까지 계속 1인독재체재를 유지해오고 있고 대만 역시 부자간에 총통직을 세습한 후 지금도 1당독재체제나 다름없는 후진적 정치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번째는 인도형. 정치는 잘 되는데 경제가 잘 안되는 유형이다. 인도는 독립후 지금까지 의원내각제 아래서 탄탄한 정치안정을 유지해왔다. 정치적으로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셈이다. 그러나 인도는 가난한 나라의 대명사­. 경제적으로는 실패한 나라다. 정치 경제중 어느 하나 또는 둘다 성공시킨 이들 세가지 유형의 공통점은 쿠데타나 혁명 인플레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들 세가지외에 또하나의 유형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남미형이다.

정치도 잘못하고 경제도 잘못하는 유형이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칠레 등 남미의 ABC로 불리는 나라들은 모두 한때 세계의 부러움을 샀던 부자나라들이었으며 『떠오르는 태양』이라는 칭송을 받으면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던 나라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수십년을 두고 쿠데타와 혁명 인플레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좌절과 실패의 ABC가 되고 있다. 경제발전 전공인 미국의 아더ㆍ루이스교수는 중진국과 선진국사이에 『마의 분수령』이 있다고 했는데 그 분수령 앞에 좌절한 대표적인 나라들로 ABC가 꼽히고 있다.

우리도 발전하는 나라다. 우리도 쿠데타와 혁명 인플레에 휘말려 수십년 세월을 보냈던 나라다. ABC를 떠오르는 태양이라 했던 것처럼 우리도 대만 홍콩 싱가포르와 함께 『네마리의 용』이라는 찬사와 주목을 받았었다. 외국언론들이 몇년전 『현대차수준의 정치』를 주문한 적이 있는데 경제발전에 상응한 정치발전의 짝을 짓지 못한데 대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6ㆍ29선언 이후 3년여­.

민주화의 도도한 흐름속에 우리는 정치발전을 위해 애써왔다. 민주화의 대가로 치부하며 경제쪽에서 상당한 희생을 말없이 치렀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은 어느 유형인가. 되살아난 인플레와 끝없는 당파싸움,만성적인 정치불안등­. 쿠데타와 혁명,인플레가 있었던 나라는 예외없이 간다는 그 남미형의 길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소수의 직업적인 정치인들을 위해 나라와 국민이 있는 것인지,언제까지 얼마만큼이나 그들을 위해 나라와 국민이 희생돼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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