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등 카를로스에 은신처 제공/체코제 특수폭탄 여객기 폭파에/KGB개입 여부는 아직 심증만최근 자유화개혁조치의 일환으로 동유럽국가들의 비밀문서가 속속 공개됨에 따라 추측만 무성했던 구공산당정권의 테러활동지원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헝가리 동독 체코의 새 정부는 구공산정부시대 성역이었던 비밀정보기관의 비밀문서철을 검토한 끝에 과거 자국이 서유럽에서 암약하는 다양한 테러집단의 전진기지나 은신처로 이용됐었음을 비공식적으로나마 시인했다.
헝가리와 동독정부는 자국의 정보기관이 악명높은 국제테러리스트인 카를로스ㆍ마르티네에게 도피처와 각종 지원을 제공했던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를 공개했다.
남미태생으로 본명이 일리치ㆍ라미레즈ㆍ산체스지만 「자칼」이란 별명으로 더 잘알려져있는 카를로스는 한창 활동하던 1970년대는 물론 1980년대에도 동독과 헝가리공산정부로부터 갖가지 지원을 받았다.
동독의 비밀경찰인 슈타시는 카를로스가 75년 빈의 석유수출기구(OPEC)본부 인질사건을 일으킨후 서방수사기관에 쫓기게되자 위조신분증과 직업 및 피난처를 마련해 주었다. 이밖에 서독적군파와의 접선도 중계,카를로스가 대서방 테러공격을 배후지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헝가리공산정부는 카를로스에게 은신처뿐아니라 테러리스트양성소까지 세워 주었다. 헝가리내무부가 지난달 공개한 비밀문서엔 이같은 배려에 감사하는 뜻으로 카를로스가 당시 헝가리실권자인 야노스ㆍ카다르 공산당서기장에게 보낸 편지가 들어 있다.
카를로스와 그의 휘하에 있는 35명의 테러리스트들은 1981년 헝가리가 인터폴(국제경찰)회원국이된 뒤에도 4년간이나 리비아의 외교관여권을 소지하고 헝가리를 근거지로 삼았다.
한편 체코의 구공산정부는 여객기폭파를 위해 「셈텍스」란 특수폭탄을 제조,리비아의 가다피에게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다피는 이 폭탄을 아일랜드공화군(IRA)과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에 넘겨준 것으로 추정된다.
PFLP는 1988년 12월 스코틀랜드 로케비상공에서 팬암 103기를 폭파시킨 혐의를 받았었다. 이와 관련,「셈텍스」를 제조한 체코의 공장책임자는 1980년에 1천여톤의 「셈텍스」를 리비아에 판매했다고 시인했다.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체코로부터 폭탄을 넘겨받은 리비아의 가다피가 이를 PFLP에 다시 넘기고 PFLP는 탐지가 되지않는 「셈텍스」를 수하물속에 숨겨 2백70명의 인명을 살해했다는 추리가 사건직후 나왔었다.
체코정부는 「셈텍스」의 원래 제조목적은 테러를 막기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 동독정보기구의 비밀문서철에서 구동독공산정권이 86년 4월 서베를린 디스코장에 대한 폭탄테러를 배후조종했음을 입증하는 자료가 발견됐다. 3명이 숨지고 2백29명이 부상한 이 테러는 리비아팔레스타인 테러범들이 저질렀는데 동독고위층이 계획수립과 실행에 연루돼 있음이 드러났다. 당시 미국은 동독주재 리비아대사관의 통신도청내용을 근거로 가다피가 이 테러에 개입했다고 판단,리비아에 보복폭격을 가했었다.
그러나 소련의 KGB가 이러한 공작에 깊숙이 개입했는지의 여부는 아직 분명치 않다. 동유럽국가들의 비밀서류속이나 테러리스트들의 자백 어디에서도 KGB가 테러활동을 배후조종한 증거를 포착할 수 없다. 동유럽 각국의 정보기관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던 KGB이지만 테러활동지원은 강하게 부인한다.
하지만 영국의 「분쟁 및 테러연구소」소장인 폴ㆍ윌킨슨은 『만일 KGB가 총괄하지 않았다면 동유럽국가 정보기관들의 테러활동지원은 힘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지금까지 공개된 비밀문서는 단지 빙산의 일각』이라며 『비록 1986년 이후에는 중단됐지만 KGB도 테러활동지원을 했다』고 주장한다.<김현수기자>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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