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반훈련 시위도 골치지난 1일 동ㆍ서독 경제ㆍ사회통합이 실현된 후 통독의 마무리작업이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동독주둔 소련군의 철수문제가 동독국민들의 새로운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미하일ㆍ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과 헬무트ㆍ콜 서독총리는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가진 정상회담에서 동독주둔 소련군을 3∼4년내에 철수시키기로 합의한 바 있어 38만명에 달하는 소련군의 동독철수작업이 조만간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상호 「적」으로 규정,대치관계를 유지해왔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바르샤바조약기구간의 불가침협정체결이 동서간에 합의되고 다른 동구국가주둔 소련군의 철수도 이미 시작되면서 이들 소련군의 사기가 적지않게 흔들리고 있다.
2차대전 당시 베를린함락작전을 수행하며 독일국회의사당의 나치군을 무찌른 최정예부대로 동베를린에 주둔중인 한 소련군부대는 최근 병사들의 흐트러진 정신무장상태와 인플레로 인한 주둔비용급증 및 부대주변 동독국민들의 훈련반대 데모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차대대ㆍ기계화부대를 포함,1천5백명으로 구성된 이 「베를린여단」은 요즘 갑작스러운 부대내외부의 상황변화로 부대의 원활한 통솔은 물론 작전도 거의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렀다.
동ㆍ서독 경제ㆍ사회통합으로 질좋은 서독상품이 물밀듯이 동독으로 밀려들고 있는 가운데 주말외출이나 휴가를 다녀온 소련군병사들은 아직도 극심한 소비재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소련국내사정과 비교,「자본주의의 풍요」를 몸으로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말외박을 다녀온 키르키즈공화국출신의 한 병사는 『살 수 있는 물건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며 『서독마르크화의 위력은 대단했다』고 말했다.
베를린여단병사들은 또 소련국영방송뿐 아니라 동ㆍ서독의 어느 방송이나 청취가 가능,런던에서 열린 나토정상회담내용을 정훈장교보다 먼저 알아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동독의 민주화개혁이 진행됨에 따라 급증하고 있는 소련군부대 부근주민들의 훈련반대데모도 동독주둔 소련군관계자들의 큰 골칫거리중의 하나이다.
소련군주둔부대 주변의 환경오염,비행기 이착륙시의 소음공해 등을 이유로한 주민들의 집단데모가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병을 던지는등 데모가 거칠어지자 동독주둔 소련군 사령관은 훈련시간을 단축시키는등 해결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나섰다.
향후 3∼4년내에 동독주둔 소련군의 철수가 완료될 때까지는 동독국민들과의 마찰을 최소화시키는데 모든 지휘방침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것이 소련군간부들의 한결같은 대답이다.
베를린여단 사령관은 고르바초프 소대통령의 신데탕트정책에 부응,병사들에게 나토를 적으로 주입시키는 교육은 더이상 실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군과의 전쟁에 대비한 훈련은 병사들에게 이미 명분과 설득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베를린여단 뿐아니라 동독주둔 소련군의 어느 부대에서나 어렵지않게 목격할 수 있게 됐다.
소련주둔군에 대한 동독인들의 지금까지의 호감이 통독이 가속화됨에 따라 「점령군」에 대한 반감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완전철수때까지 동독주둔 소련군이 급변하는 상황변화에 어떻게 적응해 나갈것인지 주목된다.<장현규기자>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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