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인 협의기구 “쉬운 문제부터”/평민 기득권 포기 인정에도 “현역의원 배려” 입장 분명/민주 “내리막길의 고장난 차” 원외위원장들 제동걸어/통추 조정역 자임속 「몫」에 신경 재야 대표성에도 한계▷15인 협의기구◁
○…야권통합 협상이 이번주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평민 민주당과 재야의 통추회의 각 5명씩으로 구성된 15인 협의기구는 빠르면 24일 상견례를 갖고 통합을 위한 구체적 그림을 그려나갈 예정이다.
야권통합은 지난 20일에 있었던 김대중이기택김관석의 3자회담에서 가능한 「빠른 시일내」라는 원칙적 합의가 이뤄져 큰 고비를 넘긴 셈이지만 최종순간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그래서인지 3자회담의 공동성명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이번에도 통합협상에 실패할 경우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각오로 통합에 임하자』는 얘기가 서슴없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고 15인 협의기구의 인선에 신중에 신중이 기해지고 있다.
15인 협의기구는 3자회담에서 원칙을 세운 야권통합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해 나가기 위해 쉬운 문제부터 풀어나간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지분문제와 지구당 조직책 인선및 지도체제문제등 어려움이 많은 사항은 협상의 분위기가 무르익은 뒤에 본격논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5인 협의기구는 야권통합 협상외에도 야권의 단합을 과시할 수 있는 장외투쟁등 대여 공동투쟁방안도 적극 모색할 예정이어서 당분간 야권은 15인 협의기구를 축으로 움직여 나갈 것으로 보인다.
야권이 15인 협의기구 구성에 착안한 것은 아이로니컬하게도 민자당 창당과정을 참고로 했다는 후문. 가장 빠르게 통합을 마무리짓는 길은 이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자당 창당과정을 「밀실야합」이라고 비난한 야권이기에 협상과 논의과정을 철저히 공개하겠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여기에는 당사자중 어느 한쪽이 무리한 주장을 할 경우 여론에 최종판단을 요구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는 측면도 있다.
통합협상은 전권을 위임받은 15인 협의기구가 원칙을 정해나가고 어려움이 생기면 김대중 이기택 김관석 3자가 직접 고리를 푸는 형식을 밟아 나갈 것으로 보인다.
▷평민당◁
○…의원직 총사퇴의 여세를 몰아 야권통합을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이뤄내겠다는 적극적 자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러한 평민당의 적극적 자세는 지난봄의 통합협상에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 소극성을 보였던 것과는 좋은 대조가 되고 있다.
평민당은 의원직 총사퇴 강행이 국민감정의 상대적 지지를 얻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첩경은 야권통합이라는 결론을 굳혀가고 있다.
김대중총재는 『의원직 총사퇴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는 반드시 야권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이번에도 통합을 이뤄내지 못하면 우리 모두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거듭해 단호한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평민당은 20일의 3자회담을 고비로 야권통합을 위한 평민당의 적극자세가 일단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고 있으며 평민당 입장에서 보면 야권통합으로 가는 최대의 아킬레스건인 김대중총재의 거취문제만 제기되지 않으면 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이번의 경우에는 지난봄 평민ㆍ민주만의 통합협상때와는 달리 김총재 거취문제가 특별히 거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평민당이 판단하기에는 야권통합에 있어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보아왔던 이기택총재가 예상보다 단호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점도 일단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평민당은 지난봄 민주당과의 협상때 오고간 당대당 통합원칙을 인정하면서도 지구당 조직책선정에 있어서는 현역의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하고 있다. 현역의원에 대한 배려가 있고난 뒤에야 원외지구당의 배분에 있어 균형적인 고려를 할 수 있다는 게 평민당의 주장이다.
평민당은 야권통합이라는 명분을 위해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는 지적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현역의원에 대해서 만큼은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을 협상초기에서부터 내세울 경우 그렇지 않아도 민주당이 강력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 「평민당에로의 흡수통합아니냐」는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자제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야권통합에 대한 평민당의 궁극적 목적이 「야권평정」에 있는 만큼 평민당은 이번을 절대적 호기로 보고 최대한의 협상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민주당◁
○…민주당의 상황은 이기택총재의 말처럼 「기관차는 출발경적을 울렸는데 객차들이 움직이려 들지 않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총재가 김대중총재와의 회담에 이어 김관석목사의 「사적 방문」을 받은 바로 다음날인 지난 19일 『정치생명을 걸고 통합에 임하겠다』는 폭탄성 발언을 하는등 수위높은 통합의지를 계속 천명하고 있지만 정작 당내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은 이 총재의 뜻을 따르려고 하지 않고 있기 때문.
김현규부총재의 경우 3자회담의 결과를 설명한 20일의 확대간부회의에서 『마치 제어장치가 고장난 차가 내리막길을 달려가는 것 같다』고 통합논의의 급박한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 총재를 비롯한 8명 현역의원들의 움직임은 일단 통합을 위해 일사불란한 움직임이다.
이철ㆍ김정길ㆍ노무현의원 등 사퇴서 제출 3인은 15인 협의기구 멤버로 일찌감치 내정돼 지난 20일의 3자회담 합의문서 작성에까지 간여하는등 벌써부터 협상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다.
또 박찬종ㆍ김광일ㆍ장석화의원도 야권통합에 관한 한 이 총재와의 「교감」 여부와는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전향적인 자세를 견지해 왔기 때문에 이 총재의 행보를 이해하는 편.
민주당은 이같은 당내의 상황을 고려,오는 24일 원내외 합동집회인 70개 지구당위원장 대토론회를 개최,당내 기류를 한곳으로 몰아갈 예정이다.
한편 통합논의 속도에 대한 당내의 견해차와는 별도로 이 총재의 「급격한 인식변화」의 원인에 대해서도 해석이 구구한데 반민자당 공동전선앞에서 선명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는 지적에서부터 당내 지도력 강화의 배수진이 깔려 있다는 견해와 평민ㆍ재야로부터 차기위상과 관련한 사전보장을 받았다는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통추회의◁
○…재야의 입장은 제3자적인 중간자의 위치.
통추회의의 김관석상임대표나 이부영씨등은 『87년의 대통령선거 당시의 실패를 재현하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의 역할을 하겠다』며 『통합의 길로 가지 않을 수 없도록 몰아가는 게 주목적』이라고 조정역을 자임하고 있다.
따라서 통추회의는 지난 5월초부터 독자적으로 시행해온 통합추진 서명작업의 성과를 평민ㆍ민주당에 대한 압력용으로 제시하면서도 실질적인 신당결성에 있어서는 「법적 통합의 제3차」임을 강조하고 있다.
통추회의중에서도 고영구ㆍ이부영씨 등 소위 민연추탈퇴파(민주연합파)들은 「법적인 양당통합」이지만 정치적 의미에서의 3자통합임을 지적하며 통합이후의 「몫」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도 사실.
뿐만 아니라 통추회의는 당초 3자통합의 한 축으로 나선 이후 국민연합측으로부터 재야의 대표성 문제로 상당한 압력을 받아왔고 그 결과 21일의 보라매공원 국민대회를 「4자 공동주최」로 변경한 것도 사실.
통추회의는 자신들의 지분확보외에도 차제에 야권의 기성정치인들이 각성해야 하며 이를위해 조직책 선정기준등을 엄격히 하자는 주장도 내세우고 있다.<정병진기자>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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