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왕래거부」 북의 이유는 트집(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왕래거부」 북의 이유는 트집(사설)

입력
1990.07.22 00:00
0 0

8ㆍ15 광복절을 전후해서 「민족 대교류 기간」을 선포하겠다는 정부의 제의를 둘러싸고 전세계적인 반응이 일고 있다. 독일통일이 「자유왕래」로 시작된 만큼,「화해와 통합」의 물결이 과연 한반도에서도 실현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나온 반응이다.단계적인 남북한 자유왕래 제의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안팎으로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만 국내의 야당쪽에서 하필 이때를 택해서 이런 제안을 발표한 것은 모처럼의 「야당통합」을 희석시키려는 계산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대체로 세계의 반응은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북한이 과연 「자유왕래」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하는 의구심과 비관적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우리측이 자유왕래를 제의한 20일 바로 「거부」 한다는 것을 밝혔다. 이러한 반응은 어떻게 보자면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개혁과 개방을 거부하고 「김일성주의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북으로서는 어느모로 보나 「자유왕래」를 허용할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조통위」가 앞세운 거부의 이슈가 우스꽝스럽다는 것은 반드시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먼저 우리측의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고,이른바 「콘크리트장벽」을 철폐하고,문익환목사와 임수경양을 석방하라는 것이다.

화해와 평화공존이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북한의 이러한 요구조건들은 대한민국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저들의 태도를 재확인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화해와 평화공존을 거부하는 것이요,아직도 대남 적화전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재확인한 것이다.

저들이 말하는 콘크리트장벽이란 6ㆍ25전쟁의 결과로 생긴 탱크방어용 군사시설인 만큼,그것을 없애라는 것은 무장을 해제하라는 터무니없는 요구가 된다. 또한 우리측에서도 국가보안법의 개정ㆍ존폐나 문익환목사ㆍ임수경양의 법적 처리에 관해서는 서로 다른 소리들이 있고,상황의 변화가 예견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내부문제다. 북측이 우리의 내부문제를 남북왕래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서는 안되고,내세울 수도 없는 일이다.

북측은 공식적인 자유왕래보다는 판문점에서 열 작정으로 있는 소위 「범민족대회」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 북한사회의 빗장을 빼서 개방하거나 우리측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어디까지나 「통일전선전략」을 밀겠다는 생각임이 확실하다.

그런 관점에서 판문점 「범민족대회」가 어떤 모습을 띨 것인지 주목된다. 그러나 우리측에서는 북측이 자유왕래 제의를 거부하더라도 「일방적」으로 실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통위」가 일단 거부하긴 했지만,북한측의 공식당국이 보다 융통성있는 태도로 나오기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상황으로 볼때 이러한 기대는 우리의 일방적인 「희망사항」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세계의 시계바늘은 북한의 폐쇄된 체제와는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콘크리트장벽」 운운하는 식의 억지가 북의 체제유지를 위해 언제까지 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버려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