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통일」전ㆍ후따라 이해갈려/사민,통일전 실시 “표 분산”반발동독 최초의 민주총선을 통해 탄생한 로타르ㆍ드 메지에르 연립정부가 20일로 출범 1백일을 맞았다.
드 메지에르 정부는 비록 독일통일과 함께 소멸될 「시한부 인생」의 운명을 안고 태어났지만 나름대로 혼신을 다해 통독의 산파로서 역사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독일통일이 모든 장애물들을 기적처럼 뛰어 넘어 연내에 실현되게 된 것도 드 메지에르 정부 출범이 가장 결정적 계기였다. 드 메지에르 총리는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경쟁관계인 사민당(SPD) 및 자민당(FDP) 독일사회동맹(DSU) 등을 규합,대연정을 구성함으로써 통독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는데 크게 기여했다.
저명한 비올라 연주자에서 일약 통일의 주역으로 변신한 드 메지에르 총리는 콜 서독 총리의 꼭두각시라는 따가운 눈총속에서도 성공적으로 「통일환상곡」을 연주해 왔다.
드 메지에르 정부는 경제ㆍ화폐통합으로 사실상의 통일을 실현한 가운데 통일과 관련된 외부문제들도 모두 해결됨으로써 그 「절정기」에 들어섰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출범 1백일째를 맞으면서 드 메지에르 정부는 통일시기를 둘러싼 연정참여 정당간의 첨예한 의견대립으로 연정이 붕괴될 위기상황에 처했다.
거침없이 나아가던 통일가도에서 느닷없이 복병을 만난 격이다.
통일후 전독총선실시를 주장하는 사민당과 자민당은 20일,22일까지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연정에서 탈퇴하겠다는 최후 통첩을 드 메지에르 총리에게 보냈다.
통일시기를 둘러싼 동독 연정의 내분은 정확히 말해 서독선거법을 오는 12월2일 전독총선에 적용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정치적 줄다리기이다.
즉 총선전에 통일선언으로 동독이 서독에 병합되면 서독선거법이 적용되지만 통일전 총선이라면 각자의 선거법에 따르게 된다.
서독선거법은 전체 득표율이 5%를 넘는 정당에만 의석을 배분하는 제한규정을 두고 있다. 이 조항이 동독에 적용되면 사민당은 군소좌파정당의 몫이 자신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유리하지만 기민당은 제휴정당인 독일사회동맹이 탈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매우 불리하게 된다(도표참조).
따라서 동서독 기민당은 동서독이 각자의 선거법에 따라 12월2일 전독총선을 갖고 3일 자정을 기해 통일을 하자는 것이고 동서독 사민당이나 자민당은 12월1일 먼저 통일을 이루고 동서독이 한 국가로 2일 총선을 갖자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복잡한 것은 동독 기민당 내에서도 의원들간에 의견이 갈려있고 서독 집권기민당의 연정파트너인 자민당이 이문제에 대해서는 사민당과 보조를 같이 하고 있는 점이다.
이같은 「반란」은 통일후 총선이 명분상 우위에 있고 또한 구동독공산당인 민사당(PDS)의 의회 진출을 막을 수 있기 때문. 민사당은 지난 총선에서 16.33%의 지지를 받았지만 서독에 우당이 없기 때문에 동서독을 합쳐 5%가 되려면 동독에서 23%이상의 지지율을 획득해야 한다.
자민당은 동서독을 합쳐 5%의 지지율을 넘을 자신이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그들의 독자성을 과시해 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처럼 통일시기를 둘러싼 정당간 대립은 통일이후 정치주도권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도 섣불리 양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동독 연립정부는 또 통일과정에서 동독인들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힘겨운 과제를 안고 있다. 동독정부는 19일 약 50만명의 노동자가 실직했으며 또 다른 50만명은 임금과 근로시간을 삭감 당했다고 발표했다. 동독 8천개 기업 가운데 30%는 도산상태에 있으며 산업생산도 15% 감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통합과 함께 경제적 주권을 상실한 동독정부로서는 이같은 문제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결국 통독이 확정된 현 상황에서 동독정부는 이제 사실상 「자체의힘」을 상실했으며 설상가상으로 이름만의 정부마저 붕괴위기를 맞은채 서독제휴정당의 이해를 반영하기 위한 마지막 대리전을 치르는 신세가 돼버렸다.〈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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