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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공방/남영진 북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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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공방/남영진 북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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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노대통령의 8월13일∼17일 민족대교류기간 선언이 있자 이날 하오 정부는 이 기간중 방북희망자에게는 제한없이 통일원장관 명의의 증명서를 발급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그러나 정부는 하루도 못가 21일 상오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명의의 「거부성명」을 이유로 방북신청서를 발급치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남북 모두 선전성이 두드러진 엄청난 제의에 반신반의하던 국민들은 무슨 내용인지도 자세히 알지 못한 채 또한번 멍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노대통령은 20일 상오 8시 출근길의 국민앞에서 『이 기간중 우리 국민 누구라도 제한없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을 방문할 수 있도록 조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가장 놀란 사람들은 1천만 이산가족들이었을 것이다. 해방후 72년,85년 두차례에 걸쳐 남북이 서로 왕래했을 때 들떴던 감정이 두번 다 실망으로 끝났던 이들은 노대통령의 특별담화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이날 하오에 정부당국자는 「이 기간중 방북희망자에게 제한없이 통일원장관 명의의 증명서를 발급하고 학술ㆍ체육ㆍ경제 등 분야에서의 남북 공동행사도 승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통일원및 전국 시ㆍ도에서 방북신청을 받을 예정이며 신청서류도 신청서및 주민등록등본으로 최대한 간소화할 계획」이라고 구체적인 방법ㆍ절차까지도 예시해 정부의 이번 발표가 오랜기간동안 연구ㆍ검토한 결과라는 인상을 풍겨 이산가족들은 「혹시나」하는 기대를 건 것도 사실이다.

북한은 이에대해 20일 하오 4시 조평통 성명을 통해 『이 발표는 멀지않아 열리게 될 판문점 범민족대회를 파탄시키고 콘크리트장벽 해체와 북남사이의 자유내왕,전면개방을 요구하는 내외여론을 무마하며 정치적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기만적인 선전광고에 불과하다』며 이를 거부한 후 『비현실적이고 기도도 불순한 점이 있지만 민족적 단합의 견지에서 고려할 용의가 있다』는 후언을 붙이기도 했다. 이로써 8ㆍ15 전후 남북 교류에 대한 양쪽공방은 일단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는 정부가 대화상대방인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대응책을 충분히 검토,북한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우리측만이라도 자유왕래에 대비한 준비에 착수하는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통일원의 「방북신청 즉각철회」 조치는 한치앞도 재지 못한 졸속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허허실실로 일관된 서독의 통일정책의 교훈에 비추어 보아 우리 정부의 통일정책은 좀더 신중하고 진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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