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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한파 피해 「현금보관」유행/증시서도 대량이탈… 침체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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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한파 피해 「현금보관」유행/증시서도 대량이탈… 침체 주인

입력
1990.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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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겁낸 큰손들 금융기관거래 기피ㆍ중단/개인금고 20%이상 더 팔려 때아닌 호황도/은행등 “빈대 잡으려다 초가 태운다”발동동3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사정한파로 인해 금융가가 한여름인데도 결빙사태를 맞고 있다.

사정당국이 이권에 개입하거나 투기행위를 한 혐의가 있는 고위공직자와 일반인들을 추적하다 보니 당연히 해당자들의 은행통장을 추적하게 되고 이 때문에 은행권의 큰손들이 「가만히 있다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미리미리 돈을 인출하고 통장계좌도 아예 취소해 버리는 사례들이 빈발하고 있다. 이들은 돈을 인출할 때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추적이 불가능하도록 현금으로만 인출할 뿐만아니라 추적이 가능한 수표등은 쓰지 않고있다.

이처럼 결빙사태는 은행이용고객 중에서도 큰손격인 거액예탁자들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은행으로서는 몇사람만 빠져나가도 전체수신액이 휘청할 정도로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를 막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은행의 거액 현금인출사태는 당국의 사정활동이 중반으로 접어든 6월께부터 시작돼 7월에 접어들면서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초적인 자료조사등을 통해 조사대상자를 선정한 사정당국이 돈의 보유액ㆍ유통경로등을 추적,확인키 위해 은행으로 뛰었고 이 은밀한 사실이 잽싸게 큰손들의 귀에 전해졌던것.

사정당국은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은행으로 찾아가 개인별 자금입출금상황을 점검했으며 이때 은행실무를 꿰뚫고있는 은행감독원의 검사 제6국직원들이 「전문적 조사력」으로 지원키위해 함께 갔던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제6국은 베테랑검사역 20여명으로 구성된 특별검사팀.

사정당국은 이미 공무원중에서는 대략 국장급(2ㆍ3급)까지 조사활동을 집중,다소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의 경우에는 삼촌이내의 친인척들까지도 계좌를 확인해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상자들은 역시 건설부와 서울시가 가장많고 상공부 농림수산부에도 조사를 받고 있는 사람이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수억원,수십억원을 넣어두고있던 큰 고객들이 은행등 금융기관에서 현금으로 돈을 빼내기 시작했고 심지어 수천만원,수백만원을 부모 또는 장인장모 명의로 맡겨놨던 사람들도 뒤가 염려되는지 돈을 빼내는 사례가 있었다.

사태가 이렇게 진전되자 정구영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사정활동의 하나로 고액계좌를 추적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정식으로 발표했으나 큰손들의 마음을 쉽게 가라앉힐수는 없었다.

거액 현금인출 증가 탓만은 아니겠으나 실제로 한은의 화폐발행액은 지난 6월 한달동안 1천1백96억원이 늘었고 이달 들어서도 최근까지 1천1백억원이 또 늘었다.

이렇게 풀려나간 돈들은 그렇다고 증시등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도 않았다.

증시 역시 돈이 안전히 숨어있기에는 적합한 곳이 될 수 없으므로 상당액이 개인의 수중에 묶여있는 것으로 추정되고있다. 이에 따라 증시의 고객예탁금은 지난 6월중 오히려 2천5백억원가량이 빠지는등 증시침체의 결정적 요인이 되고있다.

3억원,7억원,15억원등으로 은행을 떠난 뭉칫돈들은 상당부분이 개인의 금고에서 잠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간접적으로 반영,최근들어 전자자물쇠 장치를 갖춘 개인용금고가 종전보다 20%이상 많이 팔리고 있다고 금고업계는 밝히고 있다.

사정당국의 은행계좌 조사에 대해 은행들은 그 여파로 큰손들이 빠져나가 적지않은 손실을 입는다는 현실적인 이유와 아울러 고객보호라는 차원에서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사정당국이 조사를 나가면 처음엔 『영장을 가져와야만 보여줄 수 있다』며 서류제출을 거부하는 은행도 있었으나 현실적인 여건상 은행이 이를 막아낼 재간은 없는게 사실.

은행간부들은 이러한 여파로 은행돈이 크게 주는 것을 우려,인맥등을 통해 계좌조사를 자제해줄 것을 사정당국에 요청하기도 한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 인사들은 부정을 잡아내는 것은 좋지만 혹시나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게 아닌가하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세밀한 조사를 벌이더라도 피라미들이 간혹 걸릴 뿐 실제 큰손의 비리를 파악해내기는 하늘의 별따기라는 점도 거액 계좌조사에 소극적인 또하나의 이유다. 초보자,서투른 사람들은 그저 어쩌다 목돈이 생기면 제이름이 아니더라도 기껏해야 주변 친인척 명의로 예금해두는 반면 프로급 대어들은 단자사에 맡긴 뒤 보험에 대출토록 하고 그것을 다시 기업에 빌려주는 등 두번 세번씩 돌린뒤 돈을 맡겨 좀체 찾아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금융계 인사들은 사정활동의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인정하면서도 기간은 짧아야만 이러저러한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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