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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에서도 「봉」/이장훈 외신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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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에서도 「봉」/이장훈 외신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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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일요일 모스크바 세르멘치보 국제공항에서 요즘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외국어는 좀 과장해서 말하면 한국어일 것이다.각기업체 직원과 단기연수대학생및 순수관광객을 비롯,무슨 무슨 명목의 한국인들이 매주 일요일 서울­모스크바간을 오가는 대한항공을 통해 소련땅을 밟거나 떠나간다.

미수교국인 소련에 많은 한국인들이 오간다는 것은 반갑기 그지 없는 현상이다.

민간외교라는 차원에서 볼 때도 한소 양국의 우호증진에 도움이 될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소련에 들르는 한국인들에게서 한결같이 아쉬움을 느끼는 게 모스크바에서 장기체류하고 있는 같은 한국인들의 평이다.

레닌묘­크렘린궁전­푸슈킨미술관. 한국인들이 어김없이 밟는 짧은 모스크바 관광코스다.

「모스크바에 갔었다」는 식의 이같은 수박겉핥기식 구경이 끝나면 대개 베료스카(외환상점)에서 선물을 산 뒤 또 다른 행선지인 동구권의 국가들로 떠나간다. 외화가 부족한 소련등 동구권 국가에서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관광객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지만 사회주의 체제특유의 제도상 맹점으로 곳곳에서 불편한 일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소련 안내인들은 이럴 때면 항상 사회주의 체제를 비판해 관광객들의 환심을 사려하고 관광객들은 자국의 체제우월성을 새삼 깨달았다는 듯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우리나라 관광객들도 자본주의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듯 달러를 마구 써 소련인들에게는 한국인들이 「봉」으로 알려져 있으며 뇌물성 선물도 서슴지 않고 내밀어 오히려 소련 사람들은 선물을 주지 않는 한국인을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얘기도 들려준다.

이런 말을 들으며 과연 「소련땅을 가보고 싶어하는」 많은 한국인들중 소련의 각 분야에 사전지식을 갖고 접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에 의구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28차 소련공산당대회 취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소련등 동구를 돌아보고 귀국하는 많은 한국대학생들이 저마다 선물을 자랑하며 떠들고 있는 것이 낡고 때묻은 배낭차림의 외국 대학생과 유달리 비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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