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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나토… 존속 안간힘/통독이후의 진로찾기 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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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나토… 존속 안간힘/통독이후의 진로찾기 부심

입력
1990.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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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독 일방군축… 각국 호응 조짐/「통독」승리 아닌 기반자체 위협/「바」기구 와해로 적 상실… 대독 견제기구화 가능성고르바초프가 통일독일의 나토가입을 수용함으로써 유럽동서 냉전구조하에서 바르샤바와 함께 한 축을 이루었던 나토는 「외면적인」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강력한 통일독일을 회원국으로 포용하게된 나토는 신유럽질서속에서 자신의 위상을 새롭게 설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됐다.

이것이 기존 나토의 존립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승리아닌 승리」로 이어질 가능성마저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나토의 승리의 의미는 고르바초프와 콜간의 합의내용을 살펴보면 분명해진다. 통일독일의 나토가입은 장차 나토의 전선이 폴란드 국경선까지 「전진」할 것이라는 것을 뜻한다. 또한 바르샤바조약기구내에서 소련군 다음으로 강력한 동독군이 해체되고 동독주둔 소련군 36만명도 3∼4년내에 본국으로 철수하는 것으로 합의내용은 밝히고 있다. 헝가리와 체코로부터 소련군 철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때 이는 이미 해체과정에 들어선 바르샤바조약기구의 관에 마지막 못질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는 뒤집어 생각할때 이제까지 나토의 존립기반이 되어왔던 「소련의 위협」이 사라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토의 입장에서 보면 16개 회원국을 결속시켜왔던 공동의 적이 사라지는 것이다. 나토는 지난 40여년동안 유럽안보에 미국과 캐나다를 결부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기구로 자부해왔다. 그러나 소련군이 예정대로 동유럽지역에서 완전 철수할 경우,미국은 서유럽에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해야할 명분의 상당부분을 잃게되는 것이다.

미국과 나토가 처하고 있는 딜레마는 지난 6일 폐막된 런던 나토 정상회담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회담에서 회원국 정상들은 소련과 바르샤바기구가 더이상 적이 아니고 「우정의 손길을 뻗을 동반자」라고 규정,안보동맹체로서의 스스로의 위상을 격하시켰다. 대신 소련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전유럽안보협력회의(CSCE)의 안보기능 강화에 상당한 비중을 부여했다. 나토처럼 CSCE의 정상회담 및 각료회담을 정례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는가 하면 CSCE사무국 설치,CSCE의회 창설 등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운명을 앞둔 사람이 상속자의 위치를 서둘러 격상시키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처럼 CSCE를 전유럽안보질서의 지주로 발전시키는 문제에 전진적인 자세를 보이면서도 각국 정상들은 나토의 공동방위는 계속 존속되어야 하며 재래식ㆍ핵무기의 복합배치와 신형무기 배치는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모순적인 결론은 냉전구조가 완전청산되지 않았으며 소련의 위협이 분명하게 소멸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군축협상을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나토와 바르샤바기구라는 대립적 구도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런던에서 설정한 이러한 타협적 결론마저도 서독의 독자적 행동과 회원국내부의 점증하는 군축요구로 위협받고 있다. 겐셔 서독외무장관은 파리에서 개최된 「2+4」회담에서 콜과 고르바초프가 합의한 「통독군 37만」은 더이상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냉전구도하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서독의 독자적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소련군의 동유럽 철수가 나토회원국 내부에서 거센 군축요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도 나토가 공동방위전략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만프레드ㆍ뵈르너 나토 사무총장은 최근 회원국들에 대해 일방적 군축을 자제하라고 호소했다. 이는 나토가 회원각국의 일방적 군축으로 더이상 협조적인 방위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바르샤바조약기구의 사실상의 와해와 서독의 독자적인 군축안 제시는 또 군축통제기구로서의 나토의 위상에 결정적인 타격이 되고 있다. 우선 소련은 더이상 동유럽 국가들을 군사동맹국으로 간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나토의 총체적 군축규모를 얼마로 할 것이냐에 막대한 혼란을 주고 있다. 또한 현 동서독 총병력의 절반수준인 37만명으로 통일독일의 군사력을 감축하겠다는 콜의 독자적 군축안은 회원각국 내부에 비슷한 수준의 군축을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탈냉전이 이처럼 급속도로 진전되자 미국은 「독일의 위협」을 서서히 거론하기 시작하고 있다.

고르비­콜 회담결과에 대해 미국언론들이 이를 「필연적인 것」으로 환영하면서도 고르비와 서방 모두가 독일을 상대로 일대 「도박」을 감행했다고 평가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미국이 소련의 위협에 대한 군사동맹체로 존속돼온 나토를 대독일의 견제를 위한 기구로서 변모시키려 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구성은 영국ㆍ프랑스ㆍ기타 유럽의 약소국들에게는 한결 설득력이 있는 논리일 것이다.

따라서 나토는 전유럽안보협력회의가 제모습을 갖출때까지는 냉전구도의 청산작업의 주역으로서,그 이후에는 통일독일에 대한 유럽각국의 심정적 불안감을 기반으로한 대독 견제기구로서 계속 존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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