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와 관계없는 소비행태 늘고있다요사이 미국에서 귀국하는 친지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미국의 경기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금년들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되어 이제는 그곳 한국교포들이 피부로 느낄 정도라는 것이다. 즉 과거에는 그렇게 잘 되던 식당이 금년에는 손님이 줄면서 처음으로 적자를 경험하고 있고,새로운 모델의 자동차가 판매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으며,부동산 거래도 뜸해져서 물건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경기가 나빠지기 시작한 이후 의사나 병원을 찾는 환자 수도 현저히 줄어 의사들의 수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같이 미국에서 경제가 어려워짐에 따라 소비자들이 외식을 줄이고,비싼 차를 사는 것을 미루고 심지어는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경제현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지난해부터 경제난국이니 경제위기니 하여 경제성장률이 반감되고,수출이 부진하여 무역적자로 다시 돌아서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미국과 같은 수요감소 현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우리국민들의 돈씀씀이를 보면 정말 우리가 경제적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지 의심이 생기게 된다. 구체적인 예로 며칠전 발표된 도시가구의 가계지출 내용을 보면 엥겔계수(소비지출중 식료품값 비중)가 처음으로 28.8%로 떨어져 선진국의 초기수준이 되면서 식료품비 가운데 주식비는 작년 동기간보다 오히려 1.2%가 낮아진데 반하여 외식비는 무려 34.8%가 늘고 있다. 또한 개인교통비는 작년에 비해 1백42%가 증가하였는 바,이는 자가용 승용차 구입 및 유지를 위한 비용때문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그외에도 자가용차는 소형보다 중형차량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주택구입에 있어서도 소형아파트 보다는 중형아파트의 경쟁률이 월등히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해외여행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고,특히 단체 해외여행이 여러가지 형태로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우리 국민들의 소비행태는 분명히 오늘날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경제위기와 총체적 난국이라는 현상과는 동떨어진 것이라 하겠다. 왜냐하면 경제가 어려워지면 소비도 줄고 위축되어야 할 것인데 이와는 별 관계없이 가족들과의 외식이 늘고,자동차는 더 큰 것이 없어서 못팔 정도로 잘 팔리고 있으며,집도 당장 큰 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우리 국민들의 소비행태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거나,아직 경제적 위기감이 국민 개개인에게까지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도시가구의 가계지출 내용을 보면 이제는 우리 국민들의 소득과 소비행태가 과거와는 전혀 다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경제운용도 새로운 시각에서 새로운 분석방법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국민들 중에서 경제나 경기상황과 크게 관계없이 소비를 하고 있는 소득계층이 급속히 늘고 있고,이들의 소비행태가 국민 대다수의 소비행태에 영향을 주고 있음에 주목해야 하겠다.
이러한 새로운 소득계층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로 근로자 소득계층을 들 수 있다. 이들 근로자 소득계층의 수입은 지난 3년 동안에 거의 두배에 가까운 증대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노사협의의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기업에도 평생고용제도가 정착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근로자계층은 기업이나 조직이 파산하기전에는 안정된 직장속에서 경기와 관계없이 어느 정도 계획된 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집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경제성장과 더불어 건실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이들 조직의 근로자 소득계층은 사회에서 확고한 계층으로 부각되고 있다.
두번째 그룹은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젊은 계층들이다. 이들 젊은 계층들은 이제까지 우리사회에 진출한 어느 연령 집단보다 교육수준이 높고,더욱이 이들의 초임월급은 계속 상승추세를 가지고 증가하여 다른 어느 계층보다도 첫 직장에서 풍요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이들은 우선적으로 자가용도 사고,좋은 옷도 사입는 등 저축보다는 비싼 물건을 쉽게 구입하며 생활할 수 있는 새로운 계층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번째 그룹은 고소득층으로서 특히 이전소득이 높은 집단이라 하겠다. 즉 이자수입이니 기타 재산소득 등에 비정상적인 과외수입이 소득의 대종을 이루는 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수입은 기본적으로 타계층보다 고소득인 관계로 경기에 영향을 받아 수입이 줄더라도 그것이 소비수준을 바꿔야 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 소비행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하겠다.
이상 세부류의 소득계층이 우리 경제에서 부각됨에 따라 과도기적 현상인지 모르지만 우리 경제의 위기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소비행태는 영향을 받지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수와 비중이 커짐에 따라 앞으로 정부의 경제운용방식도 달라지고 기업경영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와야 하겠다. 예를 들면 정부에서는 물가안정을 위하여 통화량을 줄일 수도 있겠지만 이들 소득계층에 대하여 통화의 유통속도를 줄이는데 관심의 초점을 기울임으로써 전체적으로 수요를 줄이고 물가도 안정시키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업에서도 새로이 부상하는 소득계층을 겨냥하여 시장세분화 전략을 위한 변신이 추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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