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의 경원에 「답례」… 콜,입지강화 계기/고,전격합의로 새 유럽질서 주도권 노려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16일 통일독일의 나토잔류를 전격수락한 사실은 독일통일의 외부적장애물들이 사실상 모두 제거되고 연내 완전 통독이 순조롭게 실현케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 보다 크게는 동서냉전의 구조적 틀이 와해되고 새로운 유럽질서가 형성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것이기도하다.
콜 서독총리와의 이틀간의 회담끝에 나온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전격선언은 그동안 소련이 통일독일의 나토잔류를 결국 허용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었음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충격적이다.
서방의 관측통들은 통일독일의 외부적 문제를 다룰 「2+4」회담이 아직 두차례나 남아 있고 그 결과를 국제적으로 공인할 전유럽안보협력회의(CSCE)가 11월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소련이 그때까지 시간을 끌며 보다 많은 반대급부를 얻어내려 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대통령은 이번에도 그의 파격적 정치스타일을 유감없이 발휘,통일독일의 나토잔류를 전격 수락함으로써 또 한번 서방 진영의 허를 찌른 것이다.
소련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먼저 고르바초프대통령이 말한대로 『소련이 좋든 싫든간에 독일이 자주적 결정에 따라 군사동맹을 선택할 시기가 왔다』는 인식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 발언은 독일이 2차대전 이후 상실한 주권을 완전회복했음을 공식화하면서 소련뿐 아니라 서방전승국들도 독일의 자결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소련의 태도변화는 또한 지난 6일 폐막된 나토정상회담에서 채택된 런던평화선언과 뒤이은 서방선진 7개국(G7)회담 결과에 대한 화답으로 풀이할 수 있다.
런던평화선언은 나토의 전통적 대소적대정책을 포기하고 그동안 소련이 주장해온 ▲동서불가침조약체결 ▲CSCE 안보기능강화 ▲통일독일의 군사력 제한등을 대폭 수용했다.
독소 두 정상은 이같은 런던선언의 토대위에서 이번 회담중 통일독일의 군사력을 37만5천명이하로 제한하고 38만명의 동독주둔 소련군을 향후 3∼4년내 완전 철수한다는 원칙에 합의할 수 있었다. 두 정상은 이밖에도 ▲통일독일은 핵ㆍ생물ㆍ화학무기를 일체 생산 또는 보유하지 않고 ▲나토군을 동독지역에 배치하지 않으며 ▲통일후 4대전승국의 권리는 소멸된다는 원칙에도 동의했다. 콜총리는 이같은 공식합의내용이외에도 소련을 만족시킬 수 있는 모종의 밀약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소련은 런던평화선언과 이번 합의를 통해 소련의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 유럽의 평화적 질서개편이라는 본래의 목표를 상당부분 성취했기 때문에 나토잔류 반대의사를 철회한 것이다.
또 나토회담이 소련의 안보적 욕구를 충족시켰다면 이어 열린 G7 정상회담은 콜 서독총리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대소경제지원 원칙에 합의,안보적 이해이상으로 절실한 경제지원욕구를 충족시켰다고 할 수 있다. 콜총리는 자체적으로도 ▲31억달러의 대소지불보증 ▲소련군의 동독주둔 비용 제공 ▲동독의 대소 경제계약 승계등을 약속,풍성한 경화를 소련에 안겨 주었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은 콜총리의 이같은 노력을 나토문제의 조기해결로 답례,통일독일의 초대총리를 꿈꾸는 그의 정치적 입장을 강화시켜 주었다.
한편 고르바초프대통령이 독일통일에 대한 국내의 안보우려가 여전히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3일 폐막된 28차 공산당대회에서 자신의 권력기반을 더욱 공고히 한데 따른 자신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결국 소련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돼버린 독일통일을 전진적으로 수용,향후 통일독일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유럽의 질서개편을 적극 주도하려는 의도이다.
이런 맥락에서 소련의 태도변화는 공세적의미마저 갖고 있다. 따라서 서방측은 통일독일의 참여로 나토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서독주둔외국군의 철수ㆍ핵무기 및 재래식 무기감축등 독일통일과 관련된 현안에서 소련에 보다 많은 양보를 하지 않으면 안될 입장이 됐다.<배정근기자>배정근기자>
◎독소 정상회담 합의사항
▲통일독일은 동ㆍ서독과 베를린을 포함한다.
▲독일통일이 달성되면 미ㆍ소ㆍ영ㆍ불 4개국의 권리와 의무는 완전 소멸된다.
▲통일독일은 무제한적인 주권을 보유,어느 국가와의 동맹관계라도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결정한다. 콜총리는 통독의 나토가입을 소련이 허용했으며 동독도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통일독일은 동독주둔 소련군의 3∼4년내 철수를 위해 소련과 2자회담을 갖는다.
▲소련군이 주둔중인 동독지역에는 나토군이 진주하지 않는다.
▲소련군이 동독에 주둔할 때까지 미ㆍ영ㆍ불연합군은 베를린에 주둔할 수 있다.
▲3∼4년내에 통일독일의 군사력규모를 37만명수준으로 감축한다.
▲통일독일은 핵ㆍ생화학무기를 제조ㆍ보유하지 않으며 국제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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