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다음날인 17일은 공휴일이었는데도 신문사로 봉급생활자인 듯한 독자들의 「문의성」 전화가 제법 걸려왔다.『전월세 공제의 한도는 얼마이며 누구나 다 혜택을 보게되는 것이냐』 『면세점이 왜 올라가지 않느냐』 『정말 이제는 세금이 좀 줄어드는 것이냐』
하루전인 16일 하오 정부의 세제개편을 주요안건으로 다룬 「세제발전 심의위원회」에서는 각 이익집단을 대표해 나온 위원들이 목청 높여 「세금깎아 달라」는 자기 주장을 펴고 「공식건의」하기도 했다.
여론의 표적이 된 물타기 증자의 대표적인 유형인 재평가 적립금을 활용한 무상증자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정부측 개편안은 『주가가 연중 최저치까지 떨어진 현증시 상황으로 보아 걱정스럽다』는 예기치 않은 반론에 마주쳐야 했다.
정부가 기업건전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기부금 기밀비 등의 비용인정 한도를 축소하겠다고 하자 전경련을 대표한 위원은 『기부를 하지 않으려해도 세금처럼 강제로 떼어가는 현실에선 성금은 예전처럼 내야하고 세금도 다시 물어야 하는 억울한 면이 있다』며 시기상조론을 강조했다.
땅투기를 통한 불로소득을 무주택자의 내집마련 재원으로 활동키 위해 양도소득세 종합한도제를 실시하겠다는 정부측 설명에 대해선 『수도권 공장을 매각케 해 지방으로 이전시키려는 지역균형 발전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맞받아쳤다.
세금이란 원래 제로섬게임이라 누군가를 깎아주면 반드시 그만큼 더 내야하는 계층이 생기기 때문에 죽는 시늉을 하든 목청을 높이든지 간에 칼자루를 쥔 당국자의 마음을 자기편에 유리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기댈 곳이라곤 여론밖에 없어 신문사에 전화통화로 호소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근로소득자와 장ㆍ차관을 모셔놓고 당당히 자기 주장을 펴 고개를 끄덕이게 해내는 기업ㆍ경제단체의 위력사이에는 너무나 큰 힘의 공백을 느끼게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한상의가 세제개편에 따른 공식건의서를 낸 데 이어 전경련ㆍ보험ㆍ증권업계가 뒤를 따르고 있고 국회가 열리면 이들은 더욱 분주해질 것이다.
철새처럼 때만 되면 두툼해져 날아오는 세금고지서,보너스를 받을 때마다 월급봉투가 얄팍해지는 이유를 「문의」만 해보는 낮은 목소리,이들이 사회와 정부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을 로비력없는 탓으로 돌리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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