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자금난등 휘청… 이탈자금 투기재연 조짐도/전면개방 1년여 앞두고 근본책 없으면 치명적1천포인트를 넘어섰던 종합주가지수가 1년 3개월만에 6백대로 곤두박질하자 증시붕괴의 위기감과 더불어 우리경제가 함께 주저앉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가 12ㆍ12조치,5ㆍ8조치 등 강력한 증시부양책을 동원했음에도 불구,증시가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못해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크다.
물론 지난해 이후 지속된 경기 및 수출부진 국회파행운영 방송사태 등 제반 경제 정치 사회적 여건이 악화된데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지만 증시가 내부적으로 중병을 앓고 있다는데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즉 주식을 살돈이 없고 따라서 수급불균형이 극히 심화됐다는 사실이다.
고객예탁금은 1조2천억원에 불과한 반면 미수ㆍ미상환융자금 등 악성대기 매물과 신용매물액의 합계액은 2배가 넘는 2조6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수급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한 증시에 매력을 잃고 증시를 떠나는 투자자들은 늘어나게 마련이다.
「황금알을 낳던」증시가 이처럼 「미운오리새끼」가 된 것은 우선 증시가 내실을 다지지 못하고 외적 성장만을 해온데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상당수 증시관계자들은 6공들어 증시가 과열속에 비정상적으로 비만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심하게 얘기하는 관계자들은 6공이 정치ㆍ경제ㆍ사회적으로 문제해결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자 상징적으로 증시만을 키워 놓았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내실을 다져야 할 증권사와 상장사들이 갖가지 변칙 및 편법을 통해 이익챙기기에 급급했고 뒤늦을세라 소팔아 투자하는 사례까지 생겨나 문제가 꼬일대로꼬였다는 것이다.
결국 과대포장된 증시에서 증권사와 상장사들은 건전한 기업자금 조달이라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설익은 과일을 따먹는데만 치중,증시가 더욱 왜곡된 셈이다. 여기에 일부 일반투자자들의 한탕주의까지 겹쳐 증시는 그야말로 투기장화 돼버린 것이다.
증권사 및 상장사들이 이익 챙기기에만 전념한 것은 숱한 내부자거래 물타기 변칙합병상장 우선주매각사례 등에서 쉽게 나타났다.
우리증시는 이미 내부자 거래의 천국으로 소문났다. 상장사 임직원들은 공개되지 않은 내부정보를 이용,엄청난 이익을 챙기고 투자자들에게는 많은 손실을 입히지만 내부자거래를 규제하는 법체계는 미미하기 그지없다. 심지어 골프장까지 자산재평가하는 등 공개전에 회계조작등을 통해 상장주식의 가격을 실제가치 이상으로 높이는 물타기 뻥튀기등도 우리증시의 고질병으로 지적되고 있다.
즉 대주주들이 단순히 회계조작을 통해 실제로 증시에서 조달해가야 하는 자금보다 더많은 돈을 챙겨감으로써 증시에는 자금이 고갈되고 대주주만 배를 불리는 문제점을 야기시켰다.
이와 함께 기업의 자금조달과 경영권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취지로 도입된 무의결권 우선주도 불행하게 대주주들의 시세차익을 노린 재테크수단으로 전락,공급과잉의 주범으로 지탄받고 있다. 실제로 우선주 발행규모를 보면 지난 86년 21억원에서 89년에는 4조원 가까이 늘어나 대주주들이 얼마나 재미를 보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대주주 및 상장사 증권사들의 이익챙기기로 일반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손해를 보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의 한탕주의도 간과할 수 없다. 건전한 투자보다는 무조건 주식사면 돈버는 것으로 잘못 인식,뇌동 및 초단타매매를 일삼음으로써 증시안정을 크게 저해했다. 이결과 증시가 침체하면 투자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증시부양책이 발표돼 정책불신과 함께 시장왜곡 현상을 불러들였다.
정부도 최근의 증시사태에 대한 책임을 모면할 수 없다. 정부의 안일하고도 단기적인 정책이 증시안정을 해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국은 부동산억제조치 및 제2금융권 금리인하조치를 단행,증시로의 자금유입을 꾀했으나 실제로 증시에 유입된 자금은 찾아볼 수 없다.
또 12ㆍ12조치,5ㆍ8조치 등 「발등의 불끄기식」정책은 오히려 증시 및 증권사의 탄력성을 저해하는 측면이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증권당국 상장사 증권사 일반투자자 모두가 자신의 입장만을 고집,문제점을 되돌아 보고 시정하지 않을 경우 당사자들은 물론 국가경제는 위기상황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우선 공장을 가동하며 경기 및 수출회복에 앞장설 기업들이 증시에서 자금을 제대로 조달하지 못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증권당국이 공급물량 축소를 위해 매월 기업공개 및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를 2천5백억원으로 제한하자 일선제조업체들은 부득이 이자부담이 큰 회사채발행을 늘리거나 심지어는 사채를 빌려 쓰고 있으며 증권사마저도 콜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 증시가 계속 바닥권을 헤매자 지난해 12ㆍ12조치 이후 4∼5조원으로 추정되는 자금이 증시를 이탈,유동자금화 하면서 자금흐름이 왜곡되고 있다. 이들 자금은 상황에 따라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거나 사채자금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 부동산투기 재발 및 인플레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자본시장 전면개방을 불과 1년여 앞둔시점에서 증시가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이를 조속히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증시는 물론 우리경제가 큰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으리라고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유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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