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통독의회서 비준」비난… 선 보장 요구/주변국 동조… 파 입빌어 통독불만 표출독일통일의 외부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미ㆍ소ㆍ영ㆍ불 2차대전전승국과 동서독간의 이른바 「2+4」외무장관회담이 17일 파리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는 지난 6일 폐막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정상회담에서 대소평화선언이 채택된데 이어 콜서독총리가 15∼16일 이틀간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통일독일의 나토잔류문제해결에 결정적 돌파구를 마련한 시점에 열린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회담결과가 주목된다.
지난 5월의 1차회담이후 세번째인 이번 「2+4」회담에는 특히 폴란드 외무장관이 동석,지금의 동독폴란드간 국경을 통일독일의 영구국경선으로 확정짓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통일독일의 군사적 지위문제와 함께 「2+4」회담의 양대핵심의제중 하나인 독파국경문제는 그동안 서방과 소련의 주장이 날카롭게 대립해온 통독의 나토가입문제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끌지 못했다.
또 지난 6월22일 동서독의회가 오데르나이세강으로 이루어진 현재의 폴란드와의 국경선을 항구적인 국경선으로 인정한다는 결의안을 공동으로 채택,국경문제는 사실상 해결된 것으로 인식돼 왔다. 서독측은 이와 함께 국경확정선언이 법적 구속력을 갖도록 하기 위해 장차 통일독일의회가 폴란드와의 국경조약을 비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폴란드도 이같는 조치를 크게 환영하면서 완전통일 이전에 국경조약을 맺어야 한다는 종전의 주장을 철회할 의사를 비췄었다.
그러나 이번 파리회담을 앞두고 폴란드는 또다시 통독이전에 국경조약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국경문제는 다시 쟁점으로 부각됐다. 이때문에 이번 회담결과가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폴란드의 한 정부인사는 『우리는 국경조약체결에 관한 논의를 통독이후로 미루자는 제안에 경악했다』며 『우리는 독일인들의 선의를 의심하지는 않지만 명쾌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동독과 폴란드의 국경은 지난 45년 포츠담회담에서 2차대전 전승국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이다.
소련은 폴란드 영토의 4할에 해당하는 방대한 동부지역을 병합하면서 그대신 오데르나이세강 동쪽의 독일영토를 폴란드에 넘겨주었다. 폴란드는 약 10만3천㎢에 달하는 오데르나이세강 동편지역을 인수한뒤 이곳에 살던 1천만명의 독일인들을 강제로 몰아냈다.
따라서 폴란드는 새로운 분쟁의 불씨를 안고 있는 국경문제를 통독이전에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 국경조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폴란드가 이번 파리회담에 앞서 국경조약체결문제를 다시 제기한 배경은 우선 연내 완전 통독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에 제동을 걸어 국경조약에 대한 보다 명확한 보장을 받아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미 오는 12월2일 전독총선과 동시에 완전통일을 실현 한다는 통독일정을 확정한 콜서독총리는 이번 독소정상회담을 통해 이같은 통일일정에 대한 소련의 공식동의를 거의 받아냈다.
때문에 이같은 낙관적 상황속에서 폴란드가 갑작스레 통일이전 국경조약체결을 들고 나온 것은 국제적 축복속에 통일을 이루려는 콜총리에게 큰부담이 아닐수 없다. 또한 4대 전승국들도 폴란드의 주장에 내심 동조하고 있기 때문에 콜총리로서는 결코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프랑스의 미테랑대통령은 금년 봄 폴란드의 야루젤스키대통령과 마조비에츠키총리가 파리를 방문했을때 폴란드의 주장을 전폭 지지한다고 밝힌바 있다.
서독언론들은 폴란드가 이번 파리회담에서 독파국경조약 체결전까지는 4대 전승국들이 독일의 완전한 주권회복을 동의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폴란드의 태도를 맹렬히 비난했다.
그러나 폴란드의 태도변화는 그동안 국경선 문제에 미온적이었던 콜서독총리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한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베를린장벽 붕괴이후 콜총리는 폴란드와의 현 국경인정문제를 계속 회피해 오다 지난 3월에야 이를 인정할 의사를 처음 밝혔다.
그러면서도 콜총리는 폴란드가 전쟁배상요구를 명확히 포기해야만 현국경을 인정하겠다고 발언,폴란드인을 분노케 하기도 했다.
이번 회담은 과거와 달리 독일통일에 대해 주변국들의 쌓인 불만이 폴란드의 입을 통해 표출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이 때문에도 동서독측이 폴란드의 주장에 보다 너그러운 입장을 나타내야할 것으로 관측된다.<파리=김영환특파원>파리=김영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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