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하는 절차가 가장 간편한 나라는 미국 프랑스 벨기에 덴마크 등이다. 즉 의원이 국회의장에게 사퇴서를 내면 그날로 효력이 발생한다. ◆반면 민주주의의 종주국인 영국의회는 아예 「의원은 사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우리나라를 비롯,일본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등은 「외부압력에 의한 사퇴」를 막는다는 취지아래 본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했다. ◆우리나라 의정사상 처음으로 사퇴서를 낸 사람은 2대 국회때인 1953년 9월 양우정의원. 정국은간첩사건에 연루혐의로 구속된 후 사퇴서를 냈으나 그해 12월22일 반려됐다. 한편 지금까지 야당의원 전원이 사퇴서를 낸 적은 딱 두번 있었다. 첫번째는 6대 국회때인 65년 8월 여당이 한ㆍ일 협정비준동의안을 본회의에서 날치기로 통과시키자 박순천 민중당대표최고위원등 53명이 사퇴서를 제출했던 것. 한달 뒤 반려되자 박대표가 울면서 행한 복귀연설에서 『사퇴서를 낸 것은 오도된 지도노선이었다. 군사독재를 막기 위해 의회민주주의를 저버릴 수 없다』고 선언하여 오랫동안 화제를 모았다. ◆두번째는 79년 10월4일 공화당과 유정회가 국회에서 당시 신민당총재인 김영삼의원을 단독으로 제명한 데 항의,13일 신민당 66명 통일당 3명등 69명의 야당의원이 사퇴서를 냈다. 이에 여당은 야당분열을 노려 선별수리 운운하다가 10ㆍ26을 맞아 얼마후 모두 반려됐다. 민자당이 중요쟁점법안을 상임위본회의에서 변칙 날치기 처리한 데 항의,평민ㆍ민주 등 야당의원들이 의원직 사퇴를 결의하여 국민의 깊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김정길의원등 4명은 사퇴서를 의장에게 냈고 다른 의원들의 사퇴서는 김대중 평민ㆍ이기택 민주당총재가 보관하고 있는 상태다. 정식 제출할 경우 정국은 파국으로 치달을 게 뻔하다. ◆이와관련,대다수 국민들은 야당의 사퇴결의의 뜻은 이해하면서도 정식제출에는 엇갈리는 것 같다. 의원이 의사당을 뒤로 하는 것은 군인이 전장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의견도 있고 이럴수록 의사당을 지키며 거여의 횡포와 변칙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야당은 국민의 뜻을 정확히 헤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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