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이라고 해서 특별히 정치를 논할 계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 헌법이 제정되고 그 헌법에 따라 국회가 구성되어 정치를 해온 지도 40년이 훨씬 넘었다. 사람으로 치면 불혹의 나이를 넘어선 정치가 조금의 성숙은 커녕 요즘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답답하고 착잡하다.우리는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고,억지와 변칙이 지배하는 국회만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비난할 생각이 없다기보다 비난할 자격을 갖고있지 못하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 줄로 안다. 그런 국회를 선출해 놓은 것이 바로 우리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그를 향유할 자격을 가진 국민들만이 향유할 수 있다는 말이 있거니와 양질의 정치도 그것을 가질 자격이 있는 국민이 가질 수 있는 것이며,정치의 질자체가 국민의 정치의식수준에 비례해서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어떤 법안을 반대하기 위해서 그 법안의 상임위상정조차를 저지하려드는 소수야당이나,야당의 극한투쟁에 맞서서 변칙통과의 형식으로라도 법안을 억지통과시키려는 거대여당이나,정치의 룰과 상식을 벗어나 있기로는 매한가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가 상식에서 벗어나고 상호존중해야 할 규칙을 무시하기 시작하면 이미 그것은 정치가 아니다. 정치가 부재하는 상황아래에서 우리 눈에 비치는 것은 정치를 한다고 앞장선 이른바 정치인들 뿐이다. 정치는 없는데 정치인만 존재하는 기현상이 지금 우리를 눈앞에 노정되고 있는 셈이다.
야권의 몇몇의원이 국회에 사퇴서를 제출하고 평민당의원들도 내주초에 의원사퇴서를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야권의 의원사퇴서가 시위나 협박내지는 협상용이 아닌 진의를 담은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알일이지만 여당에 의해 이들의 사퇴서가 접수되지 않을 것은 분명하며,사퇴문제가 미결인 채 9월 정기국회까지 정국이 오랜 냉각기를 가질 경우 사퇴서제출의 효엄은 줄어들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사퇴서 제출자체가 정국의 원활한 진로타개에 도움을 주는 것이 되지 못하고,한편으로 야권이 강경한 장외투쟁에 나선다면 정국의 앞날은 한말로 암담,혼미,파탄으로 이어질 수밖에 딴길이 없으리라는 전망이 쉽게 도출된다.
정국의 안정을 찾고 이를 바탕한 강력한 정치의 실현으로 국제정세의 변화와 통일에 대비하겠다는 것이 3당통합의 목적이었다면 지금 전개되고 있는 정국의 난기류는 분명 3당통합의 목적에서 이탈되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거대여당의 형성이 기껏 국회의 변칙운영과 법안의 변칙강행통과를 위한 것이었다면 그러한 거대여당은 정국의 안정보다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존재라고 지적당해야 옳을 줄로 안다. 여당강경화의 원인이 설사 소수야당의 억지투쟁방법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거대여당의 날치기식 법안처리는 합리화될 아무런 이유를 가지지 못한다고 우리는 믿고 있다.
정치인들,그중에서도 특히 정치지도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지금 이 시점에서의 국가적 시대적 사명감이 무엇인가를 한번 더 깊이 성찰해주기를 간곡히 당부하고 싶다. 정권과 정치가 있기 전에 나라가 있고 국민이 있음을,말이 아닌 행동으로써 국민앞에 보여줄 때가 바로 지금이다. 국회파행,정국혼미의 책임을 서로 상대방에게 전가하고만 있을 때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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