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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달리는 「국민의 방송」(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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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달리는 「국민의 방송」(사설)

입력
1990.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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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뜻이란 말이 너무 헤프게 쓰인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차마 눈 뜨고 못볼 난장판을 벌이면서도 국민을 위한다고 떠들어댄다. 방송인들은 입만 열면 국민의 방송을 외친다. 그런데 어쩐 일인가,당하는 것은 으레 국민이다.이쯤되면 국민의 의미가 과연 몇개나 되는가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정치가 끌어대는 국민,방송이 뜻하는 국민,그밖의 함부로 쓰이는 국민은 저마다 다르다는 뜻인지 아리송할 따름이다.

예상을 넘는 파문을 불러일으킨 방송관계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도 날치기로 통과의 형식을 마쳤다. 이보다 훨씬 앞서 MBC를 비롯,KBS등 방송 4개사 노조는 제작거부를 결의하고 연대파업에 돌입했다. KBS사태가 진정된지 얼마되지 않아 또한번 방송계는 파행과 파란의 회오리에 말려들게 된 것이다. 저마다 위해준다는 「국민의 마음」은 지금 허탈하기가 이를데 없다. 그러면서 이렇게까지 우습게 깔보이게 된 것에 분노를 참기 어렵다.

방송관계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졸속하게 추진한 정부나,이것을 처리한 국회나,한마디로 한심스럽기만 하다. 이 문제가 과연 이렇게 조급하게 달라 붙어 죽기 살기로 해결해야할 만한 일인지 도무지 납득이 안된다. 방송관계법의 쟁점은 명료하다. 새로운 민방설립의 허용과 정부의 방송장악 음모라는 이른바 독소조항의 제거다. 후자의 경우는 법안내용이 그런대로 걸러진 셈이다. 결국 초점은 민방을 인정하느냐 안하느냐로 맞춰진다.

이 문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게 엄연한 실정이다. 찬성하는 의견과 반대하는 의사가 갈라서 있다. 이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고 어느쪽이 더 많으냐의 문제일 뿐 방송 당사자들사이에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그런데 4개 방송사의 노조가 이 문제로 인해 대뜸 파업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전파는 국민의 것임을 누누이 강조하면서,이럴 때는 자신들의 투쟁수단으로 삼아 무기화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며 행동의 과잉이라는 규탄을 면할 수 없다고 본다.

방송관계법을 반대하고 저항하는 것은 방송인의 자유로운 주장일 수 있고 당당한 권리로 인정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투쟁의 수단을 선택함은 깊이 생각했어야 옳았다.

또 하나 지적해 둘 것은 방송이 파업에 들어감으로써 방송인 스스로가 투쟁의 입을 앞장서 막아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정상 방송을 통해 국민에게 떳떳하게 알릴 것을 알릴 기회를 버린 것은 비합리적이다. 방송의 입과 국민의 귀를 단숨에 막아 놓고 갈데까지 가보자는 자세는 결코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강변할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의 방송이라는 소신이 확고하다면 파행방송은 하루빨리 정상으로 회복시켜야 할 것이다. 이 길만이 국민이 공유하는 방송을 제작하고 전파를 관리운영하는 방송인의 정도임을 강조하는 바이다.

방송제작 거부를 반대하면 마치 비국민인 듯한 독선적 사고는 받아들일 수 없다. 찬성과 반대의 의견과 주장은 공평하게 파악되고 전달함이 바로 방송의 사명임을 다시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런 뜻에서 우리는 방송인들의 이성적 사고와 행동이 보여지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암담한 심경에 사로잡혀 있는 국민에게,방송은 용기있는 결단으로 위안과 희망을 안겨주는 기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진심으로 국민을 위하는 선택이 무엇인지 깊이 헤아려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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