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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유급되느니 재수”학원행/진로 고민빠진 세종대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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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유급되느니 재수”학원행/진로 고민빠진 세종대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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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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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후 수업한번 못받아”불만/4학년,각종 자격고시 눈돌려/수업파행속 도서관 연일 만원 기현상무더기 유급사태를 맞게된 세종대학생들은 문교부와 학교측이 되도록 많은 학생을 구제해줄 것을 기대하면서도 유급이 확정된 후의 진로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특히 시위농성에 적극 가담하지 않았는데도 피해를 입게된 1학년 학생들은 유급되느니 차라리 재수를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있으며 졸업반 학생들은 취직이 쉽지않을 것으로 보고 공무원채용시험과 각종 자격고시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업정상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분위기인데도 도서관은 연일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만원을 이루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와함께 뒤늦게 유급을 모면하기 위한 학생들의 대책과 행동도 여러가지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종대 총학생회는 14일 교수와 조교에게 보내는 대자보를 통해 『스승과 선배로서 어떻게 학생들을 대량유급시킬수 있느냐』며 『문교부의 기만적인 유급협박으로 단합됐던 학생들이 분열되고 있으니 유급선별자료제출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경제학과 학생 30여명이 13일하오 강의실로 몰려가 출석부 제출중단을 요구하며 농성하는 등 교수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벌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학과에서는 교수들이 학생들과 동조,자료제출을 거부키로 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으며 일부학과 학생들은 강의실에 들어가 일단 출석부에 이름을 올린뒤 수업지체는 거부하는 「편법」을 쓰기로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1학년생 1천2백여명중 30%이상은 아예 등교를 포기하고 대입학원에 다니며 재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학과 1학년 김모양(19)은 『입학한 3월초부터 분규가 계속돼 한번도 제대로 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며 『유급하나 재수하나 졸업연도는 마찬가지이므로 차라리 내년에 다른 대학에 들어가려고 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또 졸업반 학생들도 기업체취직을 아예 포기하고 공무원시험과 자격고시 등 국가고시에 대비,외국어와 상식 경제학 행정학 법학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무역학과 4년 박모군(27)은 『졸업후 취직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학생회방침에 공감하기 때문에 수업에 참가할수도 없다』며 『선배가 기업체면접시험에서 세종대출신이라는 이유로 떨어진뒤 공무원시험에 붙었다는 얘기를 듣고 동료들이 대부분 국가고시준비에 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생들은 유급이되면 시험공부를 할수있는 시간이 늘어 오히려 좋을수도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시위참여학생이 줄어들자 학생지도부는 교외에 머물며 2∼3인조로 행동하는 연락조를 통해 교내학생들과 수시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

총학생회 박금규비상대책위원장(28ㆍ국문3)은 『경찰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야간농성을 피하고 있으나 유급이 확정되면 교내투쟁을 다시 가열화시켜 전면전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최대한 유급학생을 구제하려는 교수들의 노력도 대단하다.

교수들은 보충강의시간과 장소를 대표학생에게만 연락,다른 학생들에게 전화를 걸게해 주말과 공휴일에 모자라는 수업일수를 채운다는 생각이다.

교내 군자관건물옆 광장에서는 교수들이 강의실에 들어가지 않고 벤치에 앉아있는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며 수업을 유도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고 있다.

그러나 학생대부분은 대량유급조치가 내려져도 세종대의 해묵은 분규는 2학기에도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며 답답해하고 있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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