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극한대결 끝에 정치파국 자초/임시국회 결산과 정국전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극한대결 끝에 정치파국 자초/임시국회 결산과 정국전망

입력
1990.07.15 00:00
0 0

◎강행ㆍ저지ㆍ폭력ㆍ날치기 악례는 총등장/기성정치 「혹독한 심판대」 올라/“정치권 근본재편” 소리 높을 듯제1백50회 임시국회는 14일 본회의에서 군작전을 방불케하는 민자당의 날치기식 무더기법안처리로 스스로를 「결산」하는 흉한 몰골을 남긴 채 사실상 막을 내렸다. 대화와 타협을 버릇처럼 되뇌며 이번 국회가 책임정치의 시험대임을 강조하던 민자당은 힘을 앞세워 자신들의 부정적 모습만 드러냈다. 또 처음부터 각종 쟁점법안의 실력저지를 외쳤던 평민당은 수의 한계만 보여줬을 뿐 맥없이 주저앉았다.

합당정국의 무기력과 무절제한 힘의 남용을 동시에 보여준 이번 국회는 이제 여야를 마주 달리는 기관차의 궤도위에 올려놨으며 치유되기 힘든 갈등의 골만 깊게 판 것으로 보인다.

야당통합파 의원들의 의원직 사퇴파장이 이미 정치권의 한랭기류를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평민당이 농성을 벌이는등 「비상한」 각오를 다지고 있어 남은 것은 극한대립 뿐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당도 13일 소속의원 3명이 의원직을 던진데 이어 나머지 5명도 오는 20일 사퇴서를 제출키로 결정,평민당의 동참을 요청하고 있다. 결국 힘과 수를 앞세운 민자당의 책임정치론은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원칙을 행동화한 것이었을 뿐 걸맞는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후유증만 쌓아간 셈이다.

이번 국회는 크게 ▲서울시 예산변칙전용시비를 둘러싼 파란과 공전 ▲군조직법ㆍ방송법개정안ㆍ광주보상법 등 쟁점법안과 추경예산심의 과정의 폭력및 육탄공방과 일방처리 ▲본회의의 「초치기」 법안통과파란 등 3개의 국면으로 나눌 수 있다.

이번 국회는 외곽에 당3역의 정치협상테이블이 마련돼 각 국면의 주요초점을 떠맡는 그럴싸한 구조도 있었다. 또 여야 합석의 첫 걸림돌이었던 국회상임위원장 배분문제가 평민의 요구대로 이뤄져 출발모양새는 사납지 않게 진행됐다.

그러나 청와대 영수회담에서 팽팽한 이견만 드러낸 지자제와 내각제개헌 대목이 끊임없이 국회운영의 뒷덜미를 잡아 당겼고 돌발한 서울시 예산시비가 일어났을 때 이미 국회전도를 어둡게 했다고 봐야할 것 같다. 『4당체제때 합의한 지자제 정당공천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어떠한 협상이나 대화도 믿을 수 없다』는 평민당의 「도덕적」 목소리가 세를 업고 있는 한 이에대한 여야 정치지도자들의 결단이 전제되지 않으면 여야의 주요현안합의가 처음부터 어려웠던 게 사실.

여기에다 정부측이 방송구조개편과 같이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를 불쑥 던져놓고 여당에게 강행처리를 요청하는 「배짱」도 일을 더욱 꼬이게 했다. 정부측은 충분한 자체연구와 여론청취를 거쳤다고 주장했으나 불과 20여일만에 국회제출­통과절차를 서두른 배경은 쉽게 이해되거나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따지고 보면 「기록적인」 문공위 유혈사태와 잇단 몸싸움도 이같은 졸속처리의 산물이라 볼 수 있으며 법사위서 여야가 이틀씩 철야 대치하는 파행적 운영의 근인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와중에서 평민당의 지자제와 추경예산 연계투쟁은 예결위 활동을 사실상 마비시켜 여야 모두가 제풀에 지치는 묘한 양상을 낳기도 했다.

결국 이번 국회는 11일부터 나흘동안 「여야대치­일방기습처리」라는 수순에 이어 의장직권에 의한 본회의안건 부의­날치기 처리라는 또다른 악례를 남겨가며 과거 양당체제의 구태를 그대로 재연하는 꼴이 됐다.

민자당은 『의안상정마저 막는 소수의 횡포앞에서 시급한 민생문제해결등 국정운영을 책임진 당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수단』이라며 「소수횡포」에 대항하는 다수의 힘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누누이 『합법처리는 하겠지만 변칙처리는 않겠다』던 당 지도부의 공언이 무너진 이 시점에서 「소수의 횡포」에 맞선 「다수의 횡포」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평민당은 『어떠한 합법적 근거도 찾을 수 없는 민자당의 만행은 의회주의의 조종이자 현정권의 독재성을 노출한 것』이라며 법절차를 어긴 법안처리의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소수에 쏠린 여론의 지지를 충분히 활용,「되는 것과 안되는 것」을 가름하며 적절하게 힘을 안배했는지도 의문이다.

파행으로만 끝난 이번 국회의 후유증은 국회차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우선 민자당 정국주도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현실로 보여준데다 은연중 힘을 과신하는 태도가 적지 않았다는 것. 여론의 향배를 따져보고 파장을 최소화한다는 「전술」은 있었다. 그러나 과거 권위주의적 정부의 영락이 자체내 힘의 부족때문이 아니었던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따라서 파행국회의 1차적 책임을 진 민자당은 당 내분사태이후 잠복해 있던 내부 분란의 소지를 다시금 들춰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국회의 결과를 보고 거취를 심각히 재고하겠다던 의원들의 경우 의원직 사퇴의원들의 행보와 맞물려 적지않은 동요를 보일 것 같다.

또 평민당의 경우 이미 민주당으로부터 의원직사퇴 압력을 받고 있고 야권통합 바람을 정면에서 받을 수밖에 없는 형편. 평민당은 차제에 국회해산­조기총선 공세를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나 사퇴파 의원들의 선공세등 껄끄러운 상황에 처해있어 이러한 수순을 밟기도 곤란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와함께 단기적으로는 정치권 재편요구가 폭넓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여 정국동향은 단순한 경색을 넘어 어둠속에 묻히리란 얘기도 있다. 정치권은 이제 자신들이 둔 자충수로 혹독한 시련기에 접어들고 있다.<이유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