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국회선 들러리만”… 불만 표출/평소 잦은 모임… 법사위 때 결심/“이제 겨우 당 만들었는데”… 전원 사퇴서 신중으로 민주/“충정 이해하나 너무 경솔” 유감… 야 전력약화 우려 평민/향후 풍향등에 촉각… 일부선 “사퇴수리” 강경론도 민자임시국회에서의 여야 극한대치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야당의원 4명의 의원직 사퇴는 정국을 또한차례의 파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들의 사퇴이유가 『그동안 민자당의 국회운영에서 나타난 거여의 일방독주에 제동을 걸고 3당통합에 대한 국민심판을 끌어내자는 것』으로 요약되지만,민주당 의원들이 주축이 되고 평민당 의원까지 가세돼 있어 그 파장의 진폭이 간단치 않을 조짐을 예고하고 있다.
▷사퇴서 제출◁
○…이날 의원직사퇴서를 제출한 민주당의 김정길 이철 노무현의원과 평민당의 이해찬의원은 국회 귀빈식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3대 국회의 소임이 5공 청산과 민주개혁의 실현임에도 불구하고 민자당 출현이후 국회는 수구와 반동의 들러리로 전락해버렸다』며 결연한 표정.
이들은 기자들과 간단한 문답을 가진 뒤 곧장 박준규국회의장실로 가 사퇴서를 제출.
박의장은 이들로부터 각각 사퇴서를 제출받은 뒤 『내가 사퇴서를 내야 할 사람인데』라며 『개인생각으로는 돌려 드려야겠다』고 반려의 뜻을 표명.
이에 김의원은 『우리는 사퇴서 수리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국민에게 사퇴한 것』이라고 즉각처리를 요망했고 다른 의원들도 『사퇴서를 반려한다는 말은 개혁의 사명을 저버린 국회에서 들러리나 서라는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
또 박의장이 『여기 모인 네분들은 평소 엘리트 정치인이라고 생각해 왔으나 감수성이 너무 예민한 것 같다』고 하자 이해찬의원은 『지난 2년동안은 뭔가 해볼만 했으나 이젠 더이상 국회에 앉아있을 이유가 없는 것같다』고 피력.
박의장은 이에 『본회의가 열리는 대로 사퇴서제출에 대한 보고는 하겠다』고 언급.
○…야권통합 논의때부터 거의 매일 만나면서 시국에 대한 공감대를 다져온 이들이 전격사퇴를 결의한 것은 11일 저녁. 이들 4명과 이상수의원(평민)은 이들이 야권통합 논의때 즐겨 사용하던 마포 모처 사무실에 모여 의원직 사퇴를 결심했으며 12일 저녁 법사위의 여야 철야대치때 의원회관 김정길의원 사무실에서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결심을 더욱 다졌다는 것.
이어 이날 밤 11시반께 김정길의원은 이기택 민주당총재 자택을,이해찬의원은 이튿날인 13일 아침 7시께 김대중총재 자택을 각각 방문해 이같은 결의를 각각 통보.
이총재는 이 자리서 『13대 국회의 해산과 조기총선실시는 우리 당의 기본입장이며 이는 의원직 사퇴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정무회의를 열어 당론을 결정한 뒤 통일된 행동을 취하자』고 만류했으나 김의원은 『일단 평민당 의원들(이때는 이상수의원도 포함)과 함께 치고 나가겠다』면서 이총재의 만류를 거부했다는 후문.
▷민주당◁
○…이날 아침 사퇴감행 소식에 접한 민주당은 처음엔 모두 함께 사퇴하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신중론도 만만치 않게 대두.
이총재는 아침일찍 자택을 방문한 홍사덕부총재와 함께 대책을 논의했으나 뽀족한 수를 찾지 못한 채 당사로 출근,당직자및 소속의원 전원의 집합을 지시.
이총재는 당사에 도착하자 곧장 회의실로 들어가 모든 질문에 함구했으나 홍부총재는 『4명 의원이 몸을 던져 총선실시를 위한 뇌관을 설치한 것』이라고 긍정적인 논평을 했고 김현규부총재는 『당내공식회의서 여러번 전원사퇴를 논의한 바 있으나 문제는 시기였다』라고 그간의 분위기를 전달.
그러나 곧 이총재는 처음으로 입을 열어 사퇴의사를 표명,「본인은 정치적 양심에 따라 오늘로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나이다」라고 정서한 사퇴서를 작성,사인까지 마치고 『도장 찍어 제출하라』고 비서진에 지시. 동시에 함께 있던 장석화ㆍ허탁의원도 같은 내용의 사퇴서를 묵묵히 작성.
이 순간 부산지역구에서 첫 비행기로 급히 올라온 김광일의원이 『당을 만들자면서 개인행동을 하는 것은 당을 깨려는 것』이라며 『경솔하게 행동하지 말자』고 자제를 요청한 뒤 홍부총재와 함께 『회의를 갖자』고 제의.
○…이들이 당과의 상의를 생략한 데 대한 설명은 나름대로의 포석이 깔려 있었다는 분석들. 김정길 노무현의원 등은 이와관련,『당 지도부의 위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의도를 최대화할 수 있는 수순에 대해 생각을 많이했다』며 『민주당 의원 전원보다는 평민당 의원이 가세하는 문제가 더 중요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
이들은 또 『민주당 의원이 1명이라도 더 가담한다면 이는 당에 대한 도전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당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원을 가볍게 하면서 평민당 의원의 동참여지를 넓히려했다』고 부연.
▷평민당◁
○…평민당은 이들의 의원직 사퇴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충정은 충분히 이해하나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니냐』는 반응.
특히 이해찬의원의 경우에 대해서는 『조직인으로서 당과 사전협의없이 개별행동을 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의원의 의원직 사퇴문제를 논의한 13일의 총재단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이의원의 결정을 독선적인 것으로 비난했고,인신공격성의 심한 얘기까지 나왔다는 후문.
이는 이의원이 지난봄의 서명운동을 주도했다는 전력과도 관련이 있는 대목.
평민당은 사퇴의 동기를 3당통합에 의한 국회의 무력화에서 찾고 있지만 이들의 의원직 사퇴가 마무리작업을 앞두고 있는 임시국회에서 야권의 전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점을 우려하는 모습.
그러나 평민당은 3당합당직후부터 의원직 총사퇴와 조기총선을 주장해왔고 소장의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의원직 사퇴를 요구해왔기 때문에 이들의 의원직 사퇴가 사퇴요구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또 지난봄 평민당을 압박했던 야권통합 압력이 소강상태에서 되살아나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있다.
▷민자당◁
○…민자당측은 야당의원 4명의 의원직 사퇴에 대해 공식적으로 일체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등 애써 무관심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종반국회 운영및 향후정국 구도에 「돌발변수」로 작용하지 않을까 내심 우려하는 모습.
김영삼대표 주재로 열린 이날 상오의 핵심당직자회의에 김대표 비서진들이 사퇴성명서사본을 회의장에 들여보냈으나 회의가 끝난 뒤 박희태대변인은 『그 문제에 대해선 전혀 논의가 없었다』고 발표해 이같은 당의 입장을 간접 설명.
박대변인도 이들 의원들의 사퇴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고 『사퇴서에 체중이 실려있는지 알아봐야겠다』고 무관심한 듯한 반응을 보였고 이상하부대변인도 『그 진의여부를 먼저 확인해 보아야겠다』고 언급하는등 사퇴서제출 배경에 의구심을 표시.
그러나 민자당 일각에서는 이들의 의원직사퇴서 제출이 노리는 목적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사퇴서 수리」의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제기해 관심.
이에반해 민주계측은 사퇴 4명중 김정길 노무현의원이 구민주당 출신인 데다 나머지 민주당 소속의원들도 이들과 합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여권내부의 김영삼대표의 위상과 민자당에서 민주계의 입지약화를 우려하는가 하면 민주계 일부의원이 이에 동요되지 않을까 곤혹스러워하는 모습도.<조재용ㆍ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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