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체제로의 통일엔 반대”/반 북한 한국 지지 확고한 신념/한반도통일 소 도움 필요… 대소무역 큰 이익 가능/재소한인 공직진출 활발… 「자치구」는 실현 어려워재소한인동포로 크렘린궁의 경비대장이라는 고위직에 오른 라프렌티ㆍ이바노비치ㆍ김(55)이 10여일간의 한국 방문일정을 마치고 출국에 앞서 11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달 29일 개인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한 라프렌티ㆍ김은 85년이후 크렘린궁 경비를 담당하고 있는 내무부소속 모스크바 특별안전보안대 연대장으로 재직중이며 계급은 한국의 준장에 해당된다. 휘하에 3천명의 병력을 거느리고 있는 그는 크렘린궁 경비장관과 내무장관의 직접 지휘를 받는 크렘린궁의 실질적인 최고위경비책임자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반도가 통일되어야 하지만 북한의 김일성체제로의 통일이라면 통일되지 않는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라프렌티ㆍ김은 기자회견내내 「개인자격」으로 방문했음을 강조하며 민감한 문제에는 언급을 피했으나 그의 신분과 노골적인 반북한발언 및 소련과의 경협증진강조등을 고려해 볼때 방한기간중 「개인자격」이상의 역할을 수행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 하기에 충분했다.
다음은 1문1답내용.
소련내 소수민족인 한인계가 크렘린궁 경비의 서열 3위책임자 같은 고위직을 맡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되는데 자신에 대한 이력소개부터 해달라.
▲35년 연해주의 하바로프스크시에서 재소동포 2세인 김흥수와 어머니 김나탈리아 사이의 12형제중 막내로 태어난 재소동포 3세이다. 2살때인 37년 스탈린의 한인 이주정책에 따라 많은 동포들과 함께 중앙아시아 우즈베크공화국의 수도인 타슈켄트시로 강제이주돼 그곳에서 쭉 자랐다. 58년 타슈켄트 안전보안전문학교에 입학했으며 졸업후에는 우즈베크공화국의 지방보안대에 배속됐다.
70년 모스크바의 아카데미 안전보안대학 석사원에 입학,3년뒤 법률학학사자격을 취득했고 이를 계기로 타슈켄트 중앙보안대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아카데미 안전보안대학의 추천으로 모스크바 33지구인 스콜리체스키 보안대장으로 전보됐다. 이때 당고위층의 눈에 띄어 75년 크렘린 경비대간부로 발탁되었으며 85년에 크렘린궁의 경비책임자인 모스크바특별안전보안대 연대장으로 승진돼 현재까지 그 직을 수행하고 있다.
재소한인동포들은 소련내 다른 소수민족에 비해 공직진출이 활발한 편이다.
소련아카데미회원중 2명이 한인계이며 박사학위를 소지한 많은 한인계 인사들이 국가기관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노력영웅 칭호를 받은 비율도 한인계가 으뜸이다.
그러나 나를 제외하고 보안군의 고위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동포는 한사람도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내자신이 소련의 정치사회상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하는 말이며 결코 내 자랑만은 아니다.
한국은 이번이 첫 방문이라는데 북한을 방문한 적은 있는지. 또한 남북한을 비교한다면.
▲북한을 방문한 적은 없다. 이번 한국방문이 나의 첫 해외여행이다. 나는 북한을 반대하며 한국을 지지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한반도가 통일되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북한 김일성 체제로의 통일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낫다.
북한의 정책과 정치상황이 어떻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북한은 사회주의 나라이나 여전히 민주화를 거부하고 있으며 한반도 통일문제에 관한 김일성의 정책을 많은 나라들이 지지하고 있지도 않다.
한반도 통일문제는 소련을 거쳐야,다시말해 소련의 도움을 받아야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따라서 한국은 통일을 위해서라도 소련과의 친선관계증진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믿는다. 소련의 소비생활수준이 낮은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다.
외화가 없어 무역을 못하겠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외화부족역시 일시적인 현상이다. 소련은 자원이 많은 나라이다. 한국은 장기적으로 소련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와 같이 머뭇거리다가는 다른 나라에 시장을 빼앗길지도 모른다.
페레스트로이카의 반대세력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이다. 1천8백만 공산당원중 많은 수가 개혁에 반대하고 있으며 이들 보수파는 당조직과 KGB내에서는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세력이 아무리 강력하다해도 민주화의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한다.
또한 당내의 개혁파는 국민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 최근 보리스ㆍ옐친이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장(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민주주의세력이 승리를 거둔 한예다.
재소 고려인협회 창설에 관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연해주 한인자치주 설립문제는 어느정도 진척되고 있는가.
▲법률전문가로서 협회규약작성에 자문역할을 했다. 회장을 맡아달라고 했지만 신분관계로 거절했다. 한인동포들이 자치지구설립을 청원하는데 대해 나는 반대한다.
소련은 1백개 민족이 모여 사는 다민족국가로 한인동포들의 자치지역요구를 소련정부는 현단계에서 도저히 들어줄 수 없을 것이다. 재소고려인협회는 고유문화의 한글을 젊은 세대에게 가르치는 등 민족문화보존문제에 더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협회를 창설하자 마자 자치지역을 요구 정부에 골치아픈 존재로 비쳐질까 우려된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크렘린궁경비대장이라는 신분상의 호기심때문인지 APㆍ산케이등 외신기자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라프렌티ㆍ김은 방한기간중 산업시찰과 2차례의 강연을 가졌으며 하동군수로부터는 명예군인증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할아버지의 고향이 어디인지 모르나 명예군민증을 받고 보니 하동출신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는 우스갯 소리를 하기도 했다.<유동희기자>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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