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여의 힘」 과시… 변칙ㆍ파란 속출/정국 급냉… 서로 논리보다 감정싸움만/평민의원 충돌과정 허리다쳐 병원행… 또 폭력 문공위/“이의 없죠” 기립 표결… 군 조직법 7분 만에 통과 국방위/남북관련법 야서 사전 동의 무리없이 통과 이변 외무위여야가 힘으로 부딪쳐오던 방송관계법ㆍ국군조직법ㆍ남북교류관계법 등 7개 법안이 11일 해당상임위에서 끝내 민자당의 일방적 의사운영아래 기습통과됐다. 10일 여야 3역회담에서의 정치현안 최종담판이 결렬됨에 따라 민자당이 파란을 무릅쓰며 예정된 수순을 선택한 것이다. 이로써 합당정국하에서 새로운 관계틀을 마련해 보려던 여야의 노력은 헛수고로 돌아갔으며 당장에 예상되는 여야의 등돌리기와 함께 향후 정국의 풍향과 항로도 짙은 어둠속에 빠질 수밖에 없게됐다.
이같은 결과는 지난달 중순 노태우대통령과 김대중 평민총재와의 성과없는 청와대회담 이후 지자제문제가 여야의 본격적 최대쟁점으로 부각될 때부터 어느정도 예견돼왔다.
그러나 막상 쟁점법안에 대한 여야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현실이 구체화되며 각기 「제갈길」로 치닫게 되자 이날 여야는 피차 할 말을 잊은 채 「폭풍전의 고요」 같은 묘한 양상을 보였다. 겉으로는 일방처리의 불가피성 홍보와 이를 비난하는 성명전이 맞부닥치고 있지만 일단 「저질러진」 결과를 두고 상호의 대응탐색과 앞으로의 행보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우선 정가관측통들은 법안의 파행적 처리로 정국이 상당기간 경색되리라는 의견에 이론이 없다. 때문에 여야는 감정 정리에 앞서 당분간 강성기조의 힘겨룸을 계속할 것으로 보이며 한편으로 국민적 공감대의 선점을 위한 장외홍보전도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민자당은 3역회담 결렬후 법안논란이 논리싸움보다 실력대결로 전개되고 있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고 국정운영 차원에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법안을 정치흥정대상으로만 놔둘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당내에선 벌써부터 『아무것도 못하고 야당에 끌려다니기만 할거냐』는 불만의 소리도 적지않아 이 문제도 당 지도부의 결심을 굳히게 한 듯하다. 또한 자체여론 조사결과 지난번 문공위폭력사건 이후 여론의 흐름도 타고 있다는 판단도 곁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당의 일방적 국회운영은 김대중 평민총재가 밝혔듯 평민당의 운신폭을 크게 축소,사실상 「장외 진출」을 불가피한 선택수단으로 만든 게 사실. 평민당은 우선 상임위통과법안을 법사위,본회의에서 저지한다는 방침아래 제2,제3의 전선을 펴놓고 있다.
때문에 여야 재절충의 가능성이 완전 배제된 것이 아니긴하나 현실적으로 이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의견은 사실상 전무하다.
또다른 변수로는 방송사 노조들이 방송관계법 통과시 전면 제작거부에 들어가겠다고 공언해 놓은 것. 비록 민자당이 스스로 문제조항의 대부분을 삭제했다고 하나 일방통과에 따른 후유증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향후 정국의 파고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여,3차 시도 끝에 성공
▷문공위◁
○…문공위는 세차례의 시도끝에 하오 2시45분 민자당이 수정동의한 방송관계법을 전격처리했는데 두번째 시도 때 평민당 간사인 조홍규의원이 허리를 다쳐 병원으로 들려가는 불상사가 또다시 발생해 계속해 폭력상위의 오명.
조의원은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옮겨져 X레이 검진을 받은 뒤 입원했는데 구체적 진단은 12일에 나올 예정이나 장기치료를 요하는 상태여서 문공위는 또한차례의 폭력소동을 겪어야 할 형편.
상오 회의 때 이민섭위원장이 평민당이 조세형의원에게 의사진행 발언을 허용하는 바람에 일괄처리에 실패한 민자당은 하오 2시5분 두번째 강행통과를 시도.
이위원장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곧바로 회의장으로 들어와 『수정동의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유인물로 대체하고 찬반토론은…』이라고 말하며 변칙통과를 시도했으나 조의원등 평민 의원들의 육탄저지가 시작돼 위원장석 주변은 아수라장. 이때 민자당의 신하철의원이 키가 작은 조의원을 들어올리며 격리시키려했고 조의원이 저항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위원장석 뒤쪽에 넘어지는등 몸싸움이 계속되자 국회경위들이 이를 말리는등 소동이 가중.
소동속에 법안이 미처 통과되었음을 선포하지 못한 이위원장은 회의장을 나가며 『통과되었다』라고 주장했으나 아무도 이 얘기를 듣지 못했고 국회속기록에도 없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
조의원은 이위원장이 회의장을 나가버려 소동이 진정되자 의석에 앉았으나 창백한 표정으로 『숨을 못쉬겠다』 『경위들이 급소를 누른 것 같다』고 하소연한 뒤 국회의무실로 가 응급처치를 받은 뒤 여의도 성모병원 행.
조의원이 병원으로 가자 평민당측에서는 『조의원이 경위들로부터 가격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어떻게 해서 국회경위가 경호권발동이 안된 상태에서 의원몸에 손댈 수 있느냐』고 흥분.
민자당은 위원장실에 모여 구수회의를 갖고 두번째 시도가 통과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하오 2시49분 3차 시도를 감행.
이위원장은 민자 의원들의 「호위」 속에 총총걸음으로 위원장석으로 가 빠른 말로 30여초 만에 수정된 방송관계법이 통과되었음을 선포.
이위원장은 두차례에 걸쳐 의사봉을 쳐 통과와 산회를 재빨리 선포한 뒤 계속되는 몸싸움의 와중에서 서둘러 회의장을 빠져나갔고 방청석에 있는 평민당 당직자들은 『위원장을 잡아라』는 등의 고함을 치며 이위원장을 추격해 회의장 복도에까지 난장판이 계속.
이위원장과 민자 의원들이 사라진 뒤 조세형의원등은 국무위원석에 앉아있던 최병렬공보처장관과 강용식차관및 보도진을 통해 『의사진행 발언권을 준 상태였고 표결절차도 없었는데 이런 놈의 날치기가 어디 있느냐』고 소리치며 『통과는 원인무효』라고 주장.
또 실력저지를 위해 「출동」해 있던 채영석 이해찬의원 등도 『날치기를 해도 정도가 있지 의회주의를 완전 부인하고 있다』고 흥분.
○의사봉 뺏으며 항의
▷국방위◁
○…이날 상오 10시1분 김영선국방위원장은 개회를 위한 의사봉 3타를 두드리자마자 『국군조직법안은 이미 상정돼 있는 상태이므로 이에대한 질의에 들어가겠다』는 말을 서두로 꺼내면서 「번안동의안」의 처리를 위한 수순을 밟기 시작. 이에 평민당의 권노갑의원이 재빨리 위원장석까지 다가가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어제(10일) 이상훈국방장관이 정웅의원에게 보인 태도에 대해 충분한 해명을 먼저 듣자』고 요구하며 『또한 방위병 3명이 열사병으로 희생당한 진상을 밝힌 연후에 법안동의안에 대한 질의에 들어가자』며 이장관의 답변을 촉구.
그러나 김위원장은 『오늘은 정몽준의원이 번안동의를 실시하는 날이므로 의제외 질의에 대한 답변은 논의대상이 못된다』며 묵살,즉각 『질의가 없습니까』라고 물었고 민자당 의원들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하기가 무섭게 『질의와 토론을 생략하고 의결할 것을 선포한다』며 의사봉을 들었다. 그러자 권의원과 정대철ㆍ정웅의원이 위원장석으로 달려나가 『날치기다』고 소리쳤고 정웅의원은 김위원장이 제2타를 내리치려는 순간 의사봉을 빼앗은 채 격렬히 항의. 이어 김위원장은 평민 의원들의 야유속에 『이의가 없습니까』라고 물은 데 이어 구두로 『표결할 것을 선포한다』고 선언.
김위원장은 곧바로 『찬성하시는 분은 기립해 달라』고 했고 이에 민자당 의원 10명이 모두 기립하자 뒤이어 『반대하시는 분은 기립해달라』고 했으나 이미 상황은 끝나버린 셈.
김위원장은 의사봉을 권의원에게 넘긴 정웅의원이 이번엔 마이크 받침대를 위원장 책상에 거세게 내리치며 항의하는 가운데 『통과됐음을 선포한다』고 선언,말도 많았던 국군조직법안의 「통과작전」은 정확히 회의개시 7분 만에 완수.
이어 산회가 선포된 후 평민 의원들은 『이렇게 해서 국회의원 한번 더 해먹으면 뭣하냐』,『그렇게도 양심이 없느냐』며 분을 삭이는 모습.
○정족수 안돼 지연 소동
▷외무통일위◁
○…평민당 의원들의 불참속에 상오 10시45분께 개회된 외무통일위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안」,「남북협력기금법안」,「민족통일연구원법안」 등 3개 법안을 아무 무리없이 통과.
이날 남북교류관련 법안이 순조롭게 처리된 이유는 평민당측이 사실상 법안통과에 동의를 해줬기 때문으로 볼 수 있는데 상임위 개회에 앞서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당초 제출된 정부와 민자당안과 평민당측 안을 폐기하는 대신 정부원안과 대동소이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안」을 외무통일위의 대안으로 채택키로 여야가 합의했던 것.
그러나 이날 민자당측은 정재문의원과 도영심의원이 PDU(태평양민주연합) 총회참석차 외유중이고 김종필최고위원도 지역구방문중인 관계로 각각 불참,의사정족수인 9명이 채워지지 않자 소속위원인 김영삼대표최고위원에게 반드시 참석해달라고 긴급요청. 하지만 정작 상임위 막내격인 권헌성의원이 지각하는 바람에 김대표가 미리 나와 대기하는 가운데서도 개의가 지연되는등 한때 긴장.<이병규ㆍ정진석기자>이병규ㆍ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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