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파행정치의 종말(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파행정치의 종말(사설)

입력
1990.07.12 00:00
0 0

개회중인 국회와 오늘의 우리 정치권을 보며 치솟는 한가지 강한 의문은 법만으로 나라가 과연 다스려지느냐는 것이다. 자기네들 스스로가 법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으면서 법을 강조해본들 누가 마음속으로 승복해 따를 것인가 하는 원칙의 문제이다. 법에 앞서 도덕성이 반드시 전제되는 것이고,도덕적으로 인정을 받고 수범이 될만한 사람들이 국회나 나라살림을 맡고있을 때 법도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지켜져 질서있고 발전하는 사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그래서 법질서를 강조하는 권력층이나 국민의 대변자일수록 나라나 사회의 도덕성에 본보기가 될 기준을 정해줄 무거운 책무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 개회중인 국회에서 빚어지고 있는 정치권의 한심한 몰골은 법질서의 파괴는 물론이고 도덕적 파행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같은 느낌의 가장 큰 이유는 자기네 정파나 개인의 전략적 이익을 놓고서는 국민을 위해 반드시 해야할 일들도 태연히 팽개치는 소위 의도적 공전과 파행의 연속때문이다. 세상일에는 언제나 존재와 당위의 차원이 있는 것이어서 당위가 존재의 척도가 되었을 때라야 비로소 인간다운 삶과 질서가 유지되는 법이다. 그런데도 존재가 되레 당위를 앞지르는 뒤집힌 풍토는 가장 중대한 도덕성의 타락과 부정을 뜻하는 것에 다름아닌 것이다.

그동안 권력층이나 정치권은 법률적 차원에서도 한심한 모습을 보여왔다. 수갑을 찬 채 연행되는 고위 공직자 퍼레이드에다 부정사건에 연루돼 임기중 구속되거나 신성한 의사당에서 폭력을 휘둘러 징계위에 넘겨지면서 고발까지 당한 의원도 있다. 또 상임위에서 어느 재벌을 통타하다 갑자기 벙어리가 되는가 싶더니 얼마전 터져나온 게 상가 특혜분양소동이었다.

총리의 사과ㆍ사의소동을 빚은 사실상 불법적인 예산전용과 중립을 벗어난 공무원의 선거개입으로 민주정치의 기본원칙이 흔들렸는데 또다시 여당대통령후보의 격려금 시비가 잇따르고 있다.

일찍이 미국의 독설가 마크ㆍ트웨인은 법이란 자주 바뀌는 바람결과 같다고 했다. 분명한 위법이나 불법이 교묘히 무혐의처리돼 당당한 면죄부구실을 한다. 하지만 그같은 무혐의나 적법이라는 궁색한 변명이 도덕적 면죄부까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만 저만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란 대의정치요 다수결원칙이 통용되는 것인데 걸핏한 손바닥통과나 일방적 기습통과에 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정치권이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기야 서로 다른 속셈으로 민생이나 나라살림마저 볼모로 삼아 싸움박질을 벌이는 판에 상대적으로 누가 낫고 못하고를 가리기도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한가지 중대한 사실을 잊고 있는 것만 같다. 그들이 부끄러운줄 모르고 태연히 보이고있는 법률적ㆍ도덕적 파행이 나쁜 본보기가 되어 사회도 덩달아 어지러워질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불행히도 그런 조짐들이 오늘의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것만 같다. 이성을 잃은 채 자폭으로 달리는 기미의 세종대사태나 빈번한 화염병 투척,극한대결풍조와 강력범 발호,과소비풍조와 투기열풍 등이 그런 것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이같은 조짐들이 역류하기 시작할 때 정치권의 바탕도 흔들리고 나라나 사회도 제갈길을 잃게 됨을 오늘의 파행국회나 정치권은 심각히 생각하며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마땅할 것이다. 그리고 유권자인 국민들도 이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