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까마귀경제와 도덕/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까마귀경제와 도덕/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입력
1990.07.12 00:00
0 0

영국 출신 여류 경제학자 존ㆍ로빈슨이 쓴 「경제철학」은 앞 부분이 까마귀 얘기로 시작되고 있다. 경제와 도덕­경제성과 도덕성의 상관관계를 주제로 하고 있는 로빈슨의 「경제철학」은 까마귀사회에서 그 주제에 합당한 절묘한 상징성을 발견하게 된다. 조류학자들의 관찰기를 인용하면서 풀어나간 그의 까마귀 얘기는 경탄의 목소리로 떨리는 느낌을 주고 있다. 관찰기에서 얻은 그의 놀라운 발견은 까마귀들 사이에 그 사회를 지배하는 강철같은 도덕률이 있다는 것.까마귀들도 집이 필요하다. 그 집은 특수한 자재와 공법이 있어야만 지을 수 있다. 거센 비바람과 태풍에도 끄떡없이 견디는 새 둥지를 보고 경이롭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런 견고한 집을 짓기 위해 까마귀들은 그 생애에서 가장 힘든 일을 해야 한다.

둥지를 틀어나가는 까마귀들의 신비한 공법은 타고난 것이라 하겠지만 그 많은 자재들을 모으는 일은 옆에서 보기에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나의 둥지를 틀기 위해 필요한 수백 수천개의 나뭇가지들­. 굵지도 너무 가늘지도 않아야 하고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아야 하며 너무 딱딱해서 굽어지지 않거나 너무 부드러워 휘청거리지 않아야 하는 그런 특수한 나뭇가지는 아무데나 쉽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가지들을 일일이 찾아내 한번에 하나씩 입에 물어 나르기를 수백 수천번. 까마귀로서는 가혹하리만큼 힘든 노동이고 일생일대의 역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까마귀들에게도 이 힘든 일을 피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다른 둥지의 나뭇가지를 물어오는 것이다. 다른 둥지의 나뭇가지를 물어오면 적당한 나뭇가지를 찾는 노력도,멀리 왕복하며 날라오는 수고도 덜 수 있다. 까마귀들로서는 강력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신기한 것은 미욱한 짐승인 까마귀사회에서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둥지의 가지는 물어가지 않는다는 철칙­강철같은 도덕률이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까마귀들은 흔들리지 않는 이 하나의 도덕적 원칙으로 그들 경제사회의 여러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집과 먹이가 전부인 까마귀 경제에서 이 하나의 원칙이 생산과 분배 소비라는 기본적 과제를 조화롭게 해결해 주고 있다. 이 원칙이 없다면 까마귀들은 서로 싸우며 남의 둥지를 헐 것이고 사회 전체의 생산은 감소(둥지수)하고 일보다 싸움에 시간을 뺏기며 결국은 심각한 주택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까마귀들은 하나의 원칙을 세워 도덕성과 경제성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주택난과 투기,불로소득과 사치낭비,모리배적인 상혼과 치열한 이익투쟁으로 도덕성이 마비된 우리 인간들의 경제사회에서 까마귀들은 오히려 본받아야 할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