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 이남 최고의 명승절경이자 국립공원 1호인 설악산이 분별없는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경제성장과 지역개발에 따른 공해발생,자연파괴 등 환경훼손문제는 어제 오늘에 제기된 것이 아닌 해묵은 난제이기도 하나,설악산의 파괴는 훼손의 정도가 심하고 지역이 광범위할 뿐 아니라 행정당국의 방치와 묵인하에 법의 허점과 제도의 맹점을 교묘히 이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설악산일원에는 2백만평에 이르는 광대한 야영지 조성공사를 비롯하여 골프장 2개소 호텔 2개소 콘도미니엄 10개소 오피스텔 1개소 대형주차장 1개소 건설 등 무려 17개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고성군 토성면 신평리의 북설악 신선계곡과 화암사주변이 모래더미와 흙먼지 잡석으로 뒤덮여 황폐화되었고 용대리설악동간 도로변 미시령일대도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자연보호나 환경문제는 그간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웬만큼의 공감을 얻고 규정들도 그나마 적용되고 있는 현실이지만 이번 설악산의 경우 국제행사장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이 모든 것을 뛰어넘고 있는 것 같다.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는 설악산의 자연훼손은 내년 8월에 열리는 보이스카우트의 제17회 세계잼버리대회 준비공사장일대이다. 2백만평에 이르는 야영장 건설에 따라 도로망 주차장시설이 재정비 확장되자 호텔 골프장 콘도미니엄 오피스텔 등이 재빠르게 지역개발의 명목을 앞세우고 국제행사준비에 편승하여 법제도와 행정체계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선 것이다.
국제행사를 유치하고 손색없이 치르는 일은 중요하다. 그것은 국가나 민족역량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의무이기도 하다. 서울올림픽에 우리가 엄청난 비용과 노력을 쏟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뜻깊고 규모가 큰 국제행사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형편에 알맞게 열어야지 자자손손 대를 이어가며 물려주어야할 귀중한 삶의 보금자리마저 훼손시키면서까지 여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그것은 올림픽 한번으로 족하다. 이제는 국제행사도 출혈개최보다는 수지와 타산도 살피고 더구나 단하나뿐인 국토나 환경을 내주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특히 이러한 국제행사에 편승하여 법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편법개발은 절대로 용납하여서는 안되겠다. 보도들에 의하면 지역개발의 명목을 내세운 각종 시설들은 국립공원 미지정지역을 골라 환경영향 평가기준이하의 소규모시설로 위장하여 설악산의 경관을 잠식하고 있는데도 중앙의 담당관서는 법규정을 내세워 방관하고 있으며 현지의 지방관서는 지역개발이라는 명분에 눌려 오히려 이를 방조하고 있는 느낌이다.
따라서 설악산의 훼손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각종 공사가 규정내냐 밖이냐 하는 문제보다는 설악산일대 전체를 어떤 형태로 보존할 것인가의 평가가 앞서야 한다. 그 원칙밑에서 나무를 베고 산을 헐고 골프장 오피스텔을 지을 것이냐 아니면 원형대로 보존하느냐의 문제가 결정돼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정부가 먼저 이런 평가와 판단을 해줘야지,지방기관이나 지역번영회 등의 뜻에 맡겨서는 안된다. 지방 행정기관의 업무라고 방관하고 있는 사이 우리의 자연이 좀먹어들어간 예는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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