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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외교/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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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외교/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0.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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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오는 8월말로 예정되고 있는 남북고위회담에서 유엔가입문제가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북한측이 이 문제의 토의에 적극 관심을 보이자 남한측도 쾌히 응하겠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서로가 그 지겨운 선전목적의 설전을 지양한다면,어쩌면 유엔가입문제는 의외의 극적인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남북한에 비해 분단은 늦게 되었지만 통일은 훨씬 빨랐던 동서독이 이미 73년에 동시 가입으로 유엔문제를 해결했던 것을 상기한다면 이제야 유엔가입문제를 놓고 남북이 마주 앉는다는 것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

유엔가입을 둘러싼 양쪽의 주장을 보면 남한은 동시가입을,북한은 고려연방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같이 들어가자는 것이다. 남북한이 독립국가로서 각자의 대표권을 가지고 나란히 들어가자는 것이 남한의 주장이고 남북한이 동일의석으로 하나의 대표권으로 들어가자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북한의 주장은 유엔가입에 앞서 우선 남북이 연방을 이뤄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 같아 현실적으로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국가단위로 가입하게 되어 있는 유엔헌장에도 맞지 않는다.

남북한은 지금 80여개국과 동시수교를 하고 있고 유엔산하기구등 수십개의 국제기구에도 동시가입해 있다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유독 유엔에만 동일티켓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은 보편성이 결여된 것이어서 설득력이 약하다. 동일티켓논리대로 하자면 동시수교된 80여개국에도 남북을 함께 대표하는 한명의 대사를 보내야 하고 수십개의 국제기구에도 하나의 대표단을 파견해야 한다.

올림픽등 국제스포츠대회가 있을 때마다 단일팀을 보내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모두 선전을 위한 설전에 그쳐 실패하고 말았던 기억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 남한이 주장하는 남북동시가입안은 따지고 보면 북한이 두번이나 제의했다는 사실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57년 9월과 58년 12월 소련을 앞장세워 유엔안보리에 남북한 동시가입 결의안을 제출했던 것이다.

이 두차례의 동시가입안은 같은해 제출된 남한단독가입안에 소련이 거부권을 행사하기 위한 구실이었음은 물론이다. 그때 만일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더라면 남북한은 지금 유엔 회원국이 되어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보면 재미있다.

또 그보다 조금 앞서 55년 12월 남북한 동시가입안이 남한측에 의해 제출되었고 이에 소련이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사실은 더욱 재미있다.

미소나 남북한이 유엔무대에서 서로 숨바꼭질을 하거나 물귀신처럼 상대방의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식의 외교행각을 벌이던 냉전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 새로운 해빙시대에 맞는 개방의 새로운 접근으로 유엔문제를 해결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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