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는 궁극엔 인간화와 통한다. 사람이 사람대접을 받으며 사람답게 살자는 것이다. 엄격한 군율과 명령체제로 짜여진 군대라고 하여 예외일 수는 없다. 우리가 바라는 군의 민주화도 곧 군의 인간화를 목표로 삼는다.물론 군은 일반사회와 아주 다른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는(헌법 제5조) 군의 사명은 막중하다. 그래서 군은 비상대비를 소홀히하지 않는다. 불시의 사태를 만전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실전적 훈련과 엄격한 기율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항시 비상체제엔 불의의 사고나 참변에 대한 예방책도 만전을 기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폭염속에서 강행군을 하다 3명의 방위병이 열사병으로 숨진 사건은 우선 충격이고 그 훈련을 수행한 과정,지휘관의 상황판단등에 엄정한 추궁이 있어야함을 일깨운다. 이런 훈련이 여건변화에 관계없이 관행처럼 수행되어 온 것이라면 이것은 결코 세 희생 방위병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고 또 훈련의 엄격함과 무모한 혹사와는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불가항력의 우발적 사고와 피해는 있을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신중과 주의력만 있으면 미리 막을 만한 참변을 초래함에는,그 책임을 통절하게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지금 더위가 결정에 올라 극성을 부리고 있는 폭열의 계절이다. 초인적 체력으로도 허덕거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막강한 군의 훈련은 이 고통을 오히려 이겨내야 한다는 것도 쉽게 알 만하다. 그렇지만 강훈도 정도 문제다. 판단력을 작동시킨 지휘관이라면 훈련 병사들의 한계상황을 철저하게 점검했어야 마땅하다. 그래서 안전관리규정도 있지 않은가. 전투에서 승리하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려면 병사 한명의 목숨도 귀하게 여기는 데서 출발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생사를 초월해야 할 군의 사명을 생각하면 훈련의 강도는 높을수록 좋을 줄 안다. 또한 그러해야만 군의 정예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렇지만 이런 정예화를 유지하려면 강훈 못지않게 높은 지휘관의 대응능력과 판단력도 수반돼야 한다.
우리 국군이 여러 부문에서 과거와 다르게 발전하고 있음은 국민에게 큰 안도를 안겨 주고 있다. 안전사고를 줄이고 특히 기합등에 의존하는 군기확립의 구습이 개선되고 있음도 바람직한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시사하는 것은 이런 구습의 개선이 더 활발히 이뤄져야겠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부분부분에서 권위주의시대의 관행을 벗어나려는 진통과 격변속에 있다. 군이라는 가장 선진화되어야할 집단이 이런 개혁과 변화에서 가장 뒤처지는 집단이 되지 않아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훈련을 포함한 전반적인 군운용의 관행도 시대와 여건에 적절하게 조화시켜 나가야 한다.
군에 대한 민주화와 인간화의 요구가 군의 나약을 의미해서는 결코 안될 줄 안다. 강한 군대란 외형의 엄격과 강고함 못지않게 내면의 단합과 의기와 사기가 더 중요함을 밝혀둔다.
훈련방위병의 불행은 군 전체에 새로운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과오의 반복은 다시 없어야 하고 또 용서받을 수 없음을 깊이 새겨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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