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5월하순. 우리나라 정당사상 최초의 여자당수인 박순천민중당대표최고위원이 국회본회의에서 대표질문을 했다.『…지방자치는 국회와 함께 민주주의 민주정치를 떠받드는 2대 골간입니다. 따라서 지방자치가 없는 민주주의는 초석이 없는 사상누각과도 같은 것입니다. 헌법에 엄연히 실시하게 되어 있는 만큼 하루빨리 정부는 국민들에게 자치권을 돌려줘야 합니다』
이에 대해 5ㆍ16 쿠데타를 주도,제일 먼저 지자제를 없앴던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며칠 뒤 지방시찰도중 『현재 각 지방재정의 70∼80%가 중앙에 의존해 있는 형편이므로 재정 자립도가 확립되지 않은 채 지방자치의 실시는 유명무실한 것이다』라며 「시기상조론」으로 거부의 뜻을 밝혔다.
박전대통령이 지방자치제에 대해 지극히 못마땅하게 여긴 것은 50년대 후반 군수기지 사령관시절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남도의회와 부산시의회는 야당세가 우세 또는 막강하여 여야가 지방살림은 미룬채 연일 정치적대립과 의사방해등으로 중앙의 국회보다 정쟁이 더 시끄러울 정도라는 평을 들었던 것이다.
전두환전대통령의 5공시절 지자제가 실시될 뻔한 기회가 딱 한 번 있었다. 12대 국회에 야당세력이 크게 진출,대정부공세가 강화되자 전정권은 『87년부터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당시 정부는 국무총리직속으로 지자제실시연구위원회(위원장 고재필)를 두고 안마련에 착수했었다.
건국이래 정부가 해외조사단의 파견,과거 3대에 걸친 실시결과의 검토,전국적인 공청회실시등으로 지방자치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연구위는 근 1년간의 활동끝에 중선거구제,충북ㆍ경주의 실험실시에 이어 시도등 광역부터 실시,단체장과 의회간의 해산권과 불신임권 불인정,정치과열의 억제장치등을 골자로 하는 안을 마련했으나 개헌유보를 둘러싼 정국불안으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필자가 역대정권의 지자제에 대한 자세를 새삼 상술한 것은 지자제야말로 다른 어느것보다 민주주의를 튼튼하게 하고 또 주민의 자치의식 주인의식을 드높여 민주행정 민주정치를 발전시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대통령중심제건 내각책임제건간에 지자제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민주발전은 물론 국가운영을 효율적으로 이끌 수 없는 것이다.
혹자는 『지난 30여년동안 지자제없이도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또 민주화시대도 열지 않았는가』라며 기왕에 늦은 것 천천히 실시해도 무방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그러나 지자제가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국민들이 받은 폐해나 시달림,그리고 국가적 손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교육등 모든 것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너도나도 중앙으로 모여든 것이다. 정치를 하고 사업을 하고 출세를 하고 취직을 하려해도 모두가 서울로 모여 들었다. 또 중앙정부는 정부대로 비대해진 막강한 행정력 통제력을 휘두르는데 이골이나 지방정부를 예속하다시피 했으며 결국 도시의 이상비대화 공해 교통문제,그리고 이번 국회에서 말썽난 서울시예산의 선거전용등과 같은 지방행정관서의 예산과 권한의 오ㆍ남용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른바 민주화를 지향한다는 6공에 접어든지 2년반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지방자치의 실시는 커녕 전망마저 불투명하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5공청산이라는 현안해결이 보다 시급하기도 했지만 다음으로는 다른 어떤 현안보다 지자제 문제를 서둘러 매듭,실시했어야만 했었다.
이는 대소의 차이는 있으나 여야 모두가 똑같이 책임을 느껴야할 것이다. 국민들로서는 또 한차례 속은 것이다. 여야의 합의대로라면 지금쯤 기초(시ㆍ군ㆍ구)와 광역(시ㆍ도) 모두 지방의원 선거를 끝내고 지방의회가 구성,가동되어야 했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각급 지자제단체장 선거를 실시해야 하는 것이다.
현실은 의원선거는 커녕 아직 선거법도 미결인 상태이다. 평민당은 작년 4당체제때 합의대로 후보정당공천제를 채택하자며 이번 국회의 다른 중요법안처리와 연계시킬 태세이고 거여가 된 민주자유당은 상황이 바뀐데다 지방자치운영에 정치의 오염내지 과열을 막기위해 정당공천은 불가하다는 태도이다.
그러나 여야의 진짜 속셈은 다른 데 있는 것이다. 즉 야당은 정당공천제관철로 오는 14대국회의원 선거등에 앞서 반민자당공세와 야당붐을 일으키자는 것이고 민자당은 바로 이같은 저의를 봉쇄하자는 것인듯 싶다.
하지만 통일을 준비해야 되는 국가의 장래와 내실있는 민주주의 발전을 기하기 위해서는 더이상 지방자치제를 늦출수가 없다는게 대다수 국민의 요구이다. 내년이 얼마나 바쁜해인가. 노대통령의 임기가 5년단임중 4년째 접어들고 내각제개헌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또 14대국회의원선거로 부산할 것 아닌가. 때문에 지자제중 지방의회의원선거 실시시기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를 한계선으로 봐야 하며 이 기간중 지방선거를 치르려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선거법을 매듭지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정당공천제의 경우 영ㆍ불ㆍ독ㆍ북구등은 채택하고 있는 반면 미국의 지방의회는 70%선이 이를 채택않고 있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정치과열과 오염의 방지와 관련,광역은 정당추천을,기초는 비정당 추천을 고려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선거에 따른 경제적혼란을 고려하여 광역을 먼저 실시할수도 있을 것이다.
지자제의 실시여부는 이번 국회가 마지막 기회일듯하다. 또다시 물거품이 되는냐 30년만에 부활,겨우 민주국가의 체모를 일부나다 갖추는가가 판가름 나는 것이다. 여야 모두 정략적 계산을 훌훌 털고 국민이익과 국가발전의 차원에서 한발씩 양보,어떻게 해서든 지자제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다시 무산될 경우 두고두고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논설위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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