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간의 무역경쟁은 그 형태가 품질의 우열이나 가격의 고저 또는 양산체제의 강약을 겨루는 과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근원적으로 과학기술의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이번에 정부가 우리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과학및 산업기술발전 기본계획」을 성안한 것은 오래전부터 요구되어 오던 첨단기술 집중개발이라는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평가할 만하다.
정부계획의 골자는 기술개발투자를 민간ㆍ공공부문을 합쳐 89년 GNP의 2.1%인 3조3천억원에서 오는 96년에는 GNP의 3∼4% 수준인 7조∼10조원으로 늘리고 자연계대학 입학정원을 올해 9만4천1백55명에서 96년엔 11만7천7백명으로 늘리기로 하고 있다.
또한 연구개발재원확대의 일환으로 내년부터 96년까지 1조원의 첨단기술 향상자금을 조성하는 한편 한전과 통신공사의 연구개발비를 89년의 매출액대비 1∼3%에서 3∼5% 수준으로 확충키로 했다.
현대에 들어와서 기술경쟁의 환경은 세계시장에서 한발이라도 뒤진 기술로는 독점적 이익을 차지하지 못하며 기술혁신의 속도가 빨라서 일단 성공한 기술이라도 곧 뒤이은 새 기술의 출현에 의해 수명이 짧아지므로 지속적 경쟁이 필요하다는등의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곧 기술개발투자의 지속화가 요구됨을 의미한다.
그동안 산업의 여러분야에서 연구개발투자가 상대적으로 저조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기준연도가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제조업 매출액과 연구개발투자액의 대비를 보면 프랑스가 5.4%,미국ㆍ서독이 각각 3.8%,일본이 3.1%인데 비해 한국은 불과 1.9%(88년)였다.
이렇게 자체기술의 축적이 취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날로 심화되는 무역경쟁 마찰속에서 기술이전이라는 또다른 난제를 극복해야 할 형편에 놓이게 됐고 우리산업ㆍ우리제품의 대외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열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같은 점을 생각하면 기술개발에 별다른 왕도가 있을 수 없는한 개발투자의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다만 정부가 개발전략을 「산업경쟁력과 직접 연결되는 현장기술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당장은 불가피하다고 수긍할 수 있으나 이왕에 장기적으로 집행해가는 기술개발계획인 바엔 기초과학분야에 대한 배려도 높여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종래 각종 연구분야나 산업분야에서 단기간에 제품및 이윤과 연결된다는 이점 때문에 응용과학분야에 열중해 온 결과 기초기술의 축적에 소홀해 결과적으로 외국기술에 의존했던 아픈 경험을 우리는 잊을 수가 없다.
시대적 상황으로 보아 국제적 기술협력은 일반화된 현상이지만 지나친 대외의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저변의 구축은 첨단기술개발에 못지 않은 필수과정인 것이다.
한때 우리가 의존했던 외국기술이 실은 그들이 오랫동안 쌓아온 기초과학분야라는 토양에서 자라난 꽃이었다. 이젠 우리나름의 값비싼 토양을 갖춰야 「의존적」이 아닌 대등한 기술교류가 가능할 것이다.
기초과학과 첨단 실용기술과의 효율적 접목은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며 국제경쟁시대에서 우리 입지를 지켜가며 살아가기 위해 가장 먼저 다져야할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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