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의 움직임」은 여전히 국민의 큰 관심사이다. 전두환씨의 일상적 동정이 알려져도 금방 이목이 쏠리게 된다. 그가 언제 하산하여 거처를 옮길지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거처의 이동과는 별개로 전씨의 사저문제가 갑자기 쟁점으로 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총무처는 사저처리와 관련,「전임대통령 예우에 관한 취지로 보아 정부가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매우 난해한 의견을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와서 정부가 왜 이처럼 어색하고 궁색한 변명의 논리를 들고 나와야 하는지,그 저의에 앞서 택한 방법이 궁금하기가 짝이 없음을 솔직하게 털어 놓고자 한다. 전직대통령으로서 전씨가 연희동 사저를 떠날 때 남긴 말은 공인과 국민과의 엄연한 약속임을 새삼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1988년 11월 그 당시의 여건이나 분위기가 지금과 어떻게 다른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정부의 진의는 과연 무엇인가. 세월의 망각을 빌려 흐지부지 하자는 것인가,아니면 처음부터 이럴 계획을 밑바닥에 깔고 있었는지 전연 석연치가 않다. 전임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국민과의 공약에 선행하고 우위에 있는지도 심각하게 묻고 싶은 심정이다.
백담사를 향해 사저를 떠나면서 전임대통령인 전두환씨는 참담한 표정으로 그와 그 가족의 재산처리문제를 밝혔다. 정치자금으로 쓰다남은 1백40억원은 국가가 관리해 주기 바란다고 하여 89년 4월 이미 국고에 세입조치되었다. 한편 연희동 집등은 정부가 국민의 뜻에 따라 처리해 주기를 원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 소망을 당시 국민은 아무런 전제가 없는 재산헌납으로 암묵리에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앞뒤 사리가 이렇게 명백한데 전임의 예우와 국고헌납 의사여부를 들어 구차하게 환수가 불가능한 듯한 입장을 내세우는 것은 아무리 좋게 해석해 보려하여도 지나친 의도성에 의문과 분노를 일으키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따지고 보면 6공정부는 전씨의 재산환수문제를 세월의 흐름을 빌려 호도하려는 듯한 인상을 벌써 시사한 바 있다. 백담사 거처이후 만 1년이 지난 89년 11월에 총무처 당국은 「가족재산에 대해선 법적 효력을 갖는 구체적 의사표시가 없어 전씨 사유재산으로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흘린 바 있다. 이러한 맥락을 더듬어 보면 정부는 처음부터 환수 의사가 없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 같다.
국민의 뜻에 따라 정부가 처리해 달라는 의사표시를 국민은 「헌납」으로 이해하였는데,유독 정부만 미온적으로 이 문제를 이뤄온 것은 약속의 불이행은 물론 도덕성에 대한 의심을 떨쳐 버릴 수 없게하는 처사가 아닌가 생각된다. 새삼스럽게 「5공의 악몽」을 불러일으키는 이유 또한 무엇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서 현정부의 우유부단성이 가끔 지적되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전임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도덕성의 한계내에서 법적용을 받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우리는 전씨가 지금까지 이만한 법적 예우는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이 이상은 기대할 바가 아니며 또 그래야 마땅한 일이다. 정부는 국민의 뜻을 있는 그대로 파악해야 한다. 약속은 약속대로 지켜질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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