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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회담 때 맞춘 「판문점 개방」(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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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회담 때 맞춘 「판문점 개방」(사설)

입력
1990.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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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오는 8월15일부터 판문점 공동경비 구역내의 북측지역을 일방적으로 개방하겠다는 발표는 너무나 뻔한 정치적 저의를 엿볼 수 있어 씁쓸한 느낌만을 안겨주고 있다. 우리는 그간 북한에 대해 이데올로기의 장벽이 단숨에 무너지는 대변혁의 시대에 북한이 판에 박은 대남교란­통일전선전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남북대화의 성과는 기대할 수 없을 뿐더러 그들 자신의 입지조차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점을 수없이 되풀이해왔고 또다시 이를 강조하는 바이다.이번 북쪽지역의 개방발표는 장차 남북간의 접촉과 왕래원칙을 곁들여 때마침 북한이 5개월만에 중단시켰던 남북대화,즉 고위급회담 예비회담의 실무자 접촉이 우리측의 양보로 19개항에 합의하고 있는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눈여겨진다. 우선 대외적으로는 개방압력에 대응,평화와 통일의지를 과시하고,또 당장의 효과로는 오는 8월13일부터 3일간 판문점에서 그들이 주도하는 소위 범민족회의에 남한의 전민련과 전대협 등 반정부급진단체의 대표들을 참여케 하는 유인용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제시한 접촉과 왕래의 3원칙에서 그들의 저의를 읽을 수 있다. 즉 모든 접촉과 왕래는 통일문제 해결과 결부돼야 하고 정당ㆍ사회단체 각계층 인민을 동등하게 참여케 해야하며 법률적ㆍ사회적 조건에 의한 제한의 철폐등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이것은 경제ㆍ체육ㆍ문화ㆍ예술인들의 교류와 이산가족의 교환방문에는 관심없고 오직 남한의 정치성 단체들과의 개별접촉만을 허용,궁극적으로 남북 정치협상회의를 관철하고 남한의 국가보안법 철폐와 문익환목사ㆍ서경원의원 등의 석방등 종래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것이다.

즉 국내외의 개방 압력과 고립의 위기의식에서 대화요구에 어쩔 수 없이 호응,내달부터 총리를 대표로 하는 고위급회담에 응하면서 남한내부의 국론분열을 위해 민간차원의 정치ㆍ군사논의를 병행함으로써 정부간 회담의 비중을 약화시키고 선전적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북한의 이번 일방적 개방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판문점 북쪽지역개방은 바로 1년전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대협대표등의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6월23일 자유 개방을 선언했다가 호응이 없자 슬그머니 철회한 바 있다. 3원칙도 부동의 통일전선전략과 지난 5월말 최고인민회의 제9기 1차회의에서 김일성이 제시한 통일 5대방침의 일환인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북한측에 요구하고 싶은 것은 진정으로 남북간의 접촉ㆍ왕래ㆍ대화가 진전되고 나아가 통일을 앞당기기를 원한다면 왕래와 접촉에 아무런 전제조건을 달지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ㆍ군사문제는 당국자회담에 맡기고 민간교류는 이산가족ㆍ문화예술ㆍ체육부문으로 확산시켜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 정부당국이 모처럼 이뤄지는 남북회담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북한측의 일방선언엔 비판을 삼가키로 한 것은 매우 적절한 태도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저들의 제의를 수용,발전시켜 동서및 중동부지역의 비무장지대를 공동으로 개방하여 비정치적인 분야,즉 이산가족ㆍ체육ㆍ학술ㆍ예술ㆍ문화계 인사들의 만남의 장으로 활용함을 제의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유엔군축과 협의하여 판문점의 남쪽지역도 개방하고 장차 평화시로의 발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남북대화를 상대방을 제압 교란하기 위한 정치적ㆍ전략적 방편으로 이용하던 시대는 지났다. 북한은 하루빨리 「남한적화」라는 허망한 꿈을 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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