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주의 우려” 타공화국 독립 움직임 가속/연방정부 통제ㆍ지도력 부재… 탈퇴 못막을듯연방해체 위기에 휩싸인 유고가 갈수록 파국을 향해 치닫는 듯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고연방내 최대공화국인 세르비아공 의회는 5일 알바니아계 주민이 다수를 차지하는 공화국내 코소보자치주의 의회와 정부를 해산시키기로 결정,충격을 주었다.
세르비아공 의회의 이같은 결정은 지난달 27일 동의회가 『분리주의자들의 혼란책동』을 이유로 코소보자치주에 대한 직접통치를 결의한 것에 뒤이은 조치다.
그러나 이에 맞서 코소보자치주의 의회는 알바니아계 의원들의 주도로 지난 2일 독립을 공식 선언한바 있기 때문에 세르비아인과 알바니아인간의 정면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주민 2백만중 90% 이상이 알바니아계인 코소보자치주는 세르비아인의 세력확장에 반발하는 유혈인종분규가 빈발,지난 18개월동안 50명이 사망한 유고의 화약고.따라서 세르비아공의 이번 조치는 화약고 안에 불씨를 던진 것이나 다름 없다.
그렇지만 코소보 자치주의 알바니아인들은 세르비아공의 무력탄압을 우려,일단 시위는 자제하고 있어 소요의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세르비아공이 다른 공화국들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코소보를 장악하려는 배경은 최근 코소보의 친세르비아정부가 권력기반을 급속히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알바니아 민족주의자들은 지난달말 민주동맹(DU)이란 정당을 구성하고 독자적 노조를 결성하는 등 세력기반을 확대해왔다. 민주동맹은 코소보 전체 알바니아계 주민의 3분의1에 해당하는 70만 당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도 1백80명 의원중 1백10명 이상이 알바니아 민족주의자들이다.
세르비아공화국은 조만간 자유총선이 실시될 경우 이들 알바니아 민족주의자들이 코소보의 권력을 완전히 장악,공화국으로의 독립을 추진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같은 사태를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 이번에 극단적 조치를 취한 것이다.
세르비아공화국의 계속되는 강경조치는 코소보 자치주는 물론 다른 공화국들의 연방탈퇴 움직임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5월 실시된 자유총선에서 민족주의 세력이 공산당을 누르고 집권한 슬로베니아공화국은 코소보 자치주가 독립을 결의한 같은날 의회에서 주권선언을 결의했다. 이 선언은 슬로베니아 헌법이 연방헌법보다 우위에 있음을 결의한 것으로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슬로베니아공과 함께 연방탈퇴를 추진해온 인접 크로아티아공화국도 조만간 이같은 선례를 따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남부 마케도니아공화국에서도 최근 독립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들 공화국들은 무엇보다 세르비아인의 패권주의를 우려해 왔으며 현재의 연방체제를 느슨한 국가연합체제로 바꾸지 않을 경우 연방을 탈퇴하겠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유고연방정부는 각 공화국의 이같은 독립움직임을 통제ㆍ조정할 수 있는 강력한 지도력이 부재상태이고 이런 가운데 공산당도 국가정당으로서의 지위를 상실,위기 상황만이 가중되고 있다.
유고의 연방해체와 이에 따른 혼란은 유럽질서의 평화로운 변화를 위협하는 최대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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