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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들이 제기한 「대학 위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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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들이 제기한 「대학 위기」(사설)

입력
1990.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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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대학들이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은 별로 새삼스러운 사실이 못된다. 지난 30여년에 걸쳐 끈질기게 추진해온 경제개발과 수출 최우선정책의 덕분으로 우리의 GNP는 60배이상 증가,절대다수 국민들의 삶의 질량이 엄청나게 신장됐건만 대학들은 유독 외형만 팽창했을 뿐 내용은 텅빈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벌써 오래전부터의 일이었기 때문이다.더욱이 정부가 몰수했던 사학들의 등록금 책정 권한을 지난 88년 9월에 사학들에게 되돌려줌으로써 등록금 자율인상 책정으로 재정난에 숨통을 트는가 했더니,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걸려 연 2년째 등록금을 전혀 인상하지 못하는 사학까지 생겨나기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이러한 때에 전국 1백25개의 4년제 대학 총ㆍ학장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우리의 대학,특히 사학들이 처한 한계에 달한 재정난을 「위기상황」으로까지 진단하고 대학교육을 중흥시켜야 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사회 각계에 호소하고 나선 데 대해 우리는 깊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사학들이 처한 재정난의 근본원인을 따지자면 크게 두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부실재단에게 대학설립인가를 해줬고 그 재단들은 재단출연금은 고사하고 학생들의 등록금마저 멋대로 유용하는 방만한 대학경영을 했다는 점이며 둘째는 강의실ㆍ실험실ㆍ도서관ㆍ교수도 제대로 확보 못한 대학들에게 감당키 어려울 정도의 대학정원을 떠맡겼다는 것등이다. 대학교육 인구의 75%를 수용하고 있는 사학들중에 재단출연금이 1%∼10%미만의 대학이 허다하고 수많은 사학들이 대학운영비의 80%를 학생등록금으로 충당하는 판국이다.

교수 1인당 학생수가 70년에는 21.2명에서 80년에 34.8명으로,89년에는 35.4명으로 악화된 한가지 통계만 보면 강의실ㆍ실험실ㆍ도서관ㆍ장서확보실태 등은 더이상 물어볼 필요가 없다. 이같은 우리의 대학들에게 대학교육의 질타령을 하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 소리이겠는가.

대학들이 처한 이같은 위기상황의 재정난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도록 해서 보다 낮은 대학교육의 책무를 다하도록 하느냐에 문제의 핵심이 있을 뿐이다. 문제해결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대학재단들의 뼈를 깎는 자기반성 위에서 자구노력이 우선해야 한다고 우리는 본다. 1백25개의 4년제 대학중 국립대학과 5∼6개의 사립대학을 제외한 대다수가 아직도 대학재정 공개를 꺼리고 있는 현실은 무엇을 뜻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있는 그대로의 재정 실상을 밝히고 더이상은 재단에 의한 재정 유용의 비리가 없다는 것을 사회와 학부모들로부터 인정받게 될 때 비로소 대학들은 정부와 기업들의 지원도 받게 되고 대학들이 갈망하는 「기여입학제 도입」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게 될 것이다. 동시에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그동안 추진해온 사학진흥재단기금 1천5백억원만이라도 빨리 조성해서 재정운용에 흠이 없는 사학들에게나마 장기저리 융자를 늘려가야 한다. 대학교육협의회가 제시한 「10년동안 해마다 3천6백억원씩을 지원하는 일」은 정부 재정규모로 보나 초ㆍ중등교육 환경개선이란 더 화급한 과제들로 해서 한동안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정부가 대학교육 중흥을 위해 서둘러 할 일은 기업들이 과감하게 대학에게 기부금을 내고 산학협동의 연구소를 설립할 수 있도록 세제상 혜택을 줘야 할 것이다.

어쨌거나 대학의 설립자와 재단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사회 전체가 일단 설립된 대학은 결코 재단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결국은 2세교육의 중책을 담당하는 「사회 공유의 것」이라는 인식전환을 함으로써 「재정적 위기상황」에 처한 대학들을 구출하는 데 물심의 지원을 모으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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