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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 소동서 보는 책임ㆍ신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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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 소동서 보는 책임ㆍ신뢰(사설)

입력
1990.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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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원칙이 무너지면 열가지가 따라 흔들리는 게 세상살이 이치이다. 그래서 어느 부문에서고 정신을 바짝 차려 제 할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있어야만 한다. 위급사태때 한사람이라도 정신을 차려 있었다면 능히 수백명의 잠을 깨울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결과는 재난과 혼란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다.우리가 강영훈총리의 사표소동의 시말을 보는 느낌은 한마디로 개운치가 못하다. 사표제출의 동기나 시점,철회과정과 이번 소동으로 다시한번 드러난 「한지붕 세가족」의 여당 집안사정등등 어느 것 하나 사리가 분명하면서도 달가운 것이라곤 도대체 찾아볼 수가 없다.

특히 정치권의 태풍이 되고 있는 영등포역사의 특혜분양 의혹사건과 예산전용문제 처리가 묘하게 맞물려 어물쩡 처리되었다는 국민들의 의혹마저 일고 있는 때이다. 이럴 때 잇달아 터져나온 사표소동은 국민들이 정치권과 행정부처사를 보는 시각에 엄청난 혼란마저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애당초 예산의 선심전용 시인ㆍ사과만으로도 얼마간의 충격을 받았던 국민들이었다. 『역시 그랬었구나』하며 철저한 근절대책을 요구하고 있던 터에 내각의 수반인 총리가 「압력」에 못이겨 잘못도 없는데 잘못이라고 시인케 한 것에 불만을 느껴 사표를 제출했다는 소식에 접하게 된 것이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면 누구든 쉽게 갈피를 잡기는 어렵게 마련이다.

강총리의 경우 사실이 그랬다면 애당초 단호하게 사과를 거절,철저한 진상조사를 자청하는 게 도리일 것이었다. 설혹 분명한 잘못은 없지만 애매한 구석이 있어 국회공전을 막으려는 정치권의 요청을 일단 받아들여 사과했다면 스스로의 불만을 자제하는 책임있는 처신을 하는 게 타당했을 법도 하다.

더구나 7월 중순으로 확정된 외국 순방과 8월로 예상되는 역사적인 남북 총리회담등의 큰 일을 앞두고 있어 결코 경솔히 사표를 던질 시점도 아니라는 관점이 지배적인 것이다.

이처럼 사표제출의 동기나 시점,그리고 신속한 반려와 수용등 일련의 과정이 혼란을 주고 있는데 겹쳐 민자당의 계보간 감정대립이 사표소동을 계기로 또다시 끓어오르고 있는 것도 참으로 보기에 딱하다.

문제의 핵심은 민주주의의 대원칙과 예산운용의 근간을 뒤흔든 예산전용문제인데,그 문제의 명백한 확인이나 대책은 제쳐두고 민주계가 『사과를 강요한 탓이다』는 같은 여당내 민정계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야당도 들고일어나 『예산전용을 흐리려는 속셈』이라고 포문을 열고 있다고 한다. 정말로 일파만파의 혼란이요,갈수록 태산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이번 사표소동은 겉보기에는 행정부­여당­민정계와 민주계­야당이 얽히고 설킨 여러 문제를 표출시켰다고 할 수가 있다. 하지만 혼란의 속에 숨겨진 핵심은 행정부나 국회등 국가기관과 국민들간의 분명한 책임과 신뢰의 문제일 것이다. 국민앞에 진상을 솔직히 밝히고 책임지는 그 한가지 원칙이 흔들리다보니 매사가 혼란투성이요,자연 손발도 맞지 않아 모두가 제멋대로였던 것이다.

국민들은 이번 사표소동을 유발한 일련의 사태와 의혹을 지금 차갑게 주시하고 있다. 명쾌한 처리와 책임을 보일 때 비로소 신뢰도 되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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