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내부사정이 어지간히 급하고 어려운 모양이다. 세계적 명성이 자자한 고르바초프조차 『개혁성과가 도대체 보이지 않는다』는 국민들의 반발에 몰린 나머지 앞으로 2년안에 개혁의 성과가 없으면 소 지도부가 전면퇴진할 것을 약속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고르비가 그 약속을 지킬지는 그때 가 닥쳐봐야 알 일이다. 우리의 중간평가도 이미 물건너 간 지가 오래인 것이 아닌가. 하지만 우리의 관심은 이같은 약속의 이행보다는 소련 공산사회의 내부사정에 더욱 쏠린다. 남북 고위회담 성사가 모처럼 합의된 마당에 홍콩의 시사주간지에는 북한에도 페레스트로이카의 조짐이 보인다는 보도도 나왔다지 않은가. ◆이같은 시점에서 국내 TV가 인기작가에 현장보고 프로그램을 통해 소련 내부의 실상을 비교적 소상히 담아 방영하기 시작한 게 퍽 시사적이었다. 모스크바 거리 거리에 줄지어 선 생필품사기 행렬과 『개혁 5년의 성과가 무엇인가』라는 거리 시민의 거센 항의,『오늘의 현실은 왜 싸웠는지를 후회스럽게 만든다』는 참전용사의 독백,『공산당 관료부터 때려 부수지 않고는 민주화가 될 수 없다』고 열변을 토한 거리의 민주투사 모습등이 그곳 사정을 엿볼 수 있게 했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것은 『우리의 사회주의 실험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고 말한 어느 모스크바 대명예교수의 고백이었다. 수십권의 저서도 있다는 골수 공산이론가인 그는 우리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살아 남기위해 스탈린,흐루시초프,브레즈네프 체제를 옹호한 자신의 과오마저 인정하면서 『사회주의가 국민들이 잘 사는 걸 뜻한다면 남한 이야말로 소련보다 더 사회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도 말했던 것이다. ◆더러 북방교역 러시의 환상에 젖어있고,어려운 공산권 내부사정을 보면서도 우리 형편과 체제의 비교우위를 곧잘 잊고 있는 우리 사회이다. 북한등 흔들리는 공산사회를 포용하기 위해서도 우리의 강점을 키워나가고 아낄 줄도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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