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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빈사상태… 교육환경 “후퇴”(대학의 위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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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빈사상태… 교육환경 “후퇴”(대학의 위기:상)

입력
1990.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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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제구실 못해 등록금 의존/질 외면한채 양적팽창만 추구/사학 학생 1인당 정부지원금 선진국의 1% 수준우리나라 대학들이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총체적 위기상황에 빠져있다. 대학의 최고책임자인 전국의 4년제대학 총ㆍ학장 1백25명이 5일 대학발전을 위한 건의서를 각계각층에 보내 대학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한 것은 대학인 스스로에 의해 한계점에 이른 대학운영난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총ㆍ학장들은 이 건의서에서 『전환기적 시대에서 더이상 인습적인 대학경영에 안주할 수 없고 날로 침체돼가는 대학교육의 현장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고뇌와 충정에서 건의서를 발표한다』고 간곡한 심정을 밝혔다.

총ㆍ학장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이같은 이례적인 건의문을 사회에 공개하는데 대해 신중하게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세기 마지막 10년 동안에 대학이 정상화되지 못할 경우 급격한 세계사적 변화의 소용돌이와 함께 심각한 국내외적 도전을 받고 있는 위기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없다는 90년대의 시대사적 사명감에서 이를 공개한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의 교육여건은 70년대보다 더 낙후돼 가고 있는 것으로 대학인들은 진단하고 있다. 이같은 후진성은 학원안에서 각종 갈등요인으로 작용하고 대학교육에 대한 사회적 불신과 국제경쟁력의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건의서는 밝혔다.

양적 성장면에 있어서는 세계정상권에 진입하고 고등교육 인구비율로 보면 미국 다음가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러나 대학교육이 추구해야 할 질적수준이나 이를 뒷받침하는 제반교육여건은 매우 열악하고 극도로 낙후돼가고 있다.

이는 대학의 교육여건을 말해주는 각종 고등교육 기본지표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우선 교수 1인당 학생수 변화추이를 문교통계연보에서 살펴보면 70년에 21.2명에서 80년 34.8명,89년 35.4명으로 점차 나빠졌다. 서울대 조완규 총장이 지난 2월 발표한 「대학재정위기론」에 의하면 서울대의 교수 1인당 학생비율은 21.5명으로 타대학보다는 여건이 좋으나 동경대 9.0명,옥스퍼드대 9.6명,일리노이대 12.9명에 비해서는 훨씬 못미치고 있다.

대학의 핵심이랄 수 있는 교수요원의 절대부족은 심지어 우리나라 중학교의 29.0명,고등학교의 26.7명에도 못미치고 있다.

학생 1인당 장서수도 70년에 29.0권이었으나 80년 17.3권,89년 16.6권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동경대는 2백96권(서울대 48권)에 이르고 있다.

기본지표는 학생 1인당 건물ㆍ강의실ㆍ도서관 면적에서도 한결같이 나빠지고 있어 양적팽창에만 치우쳐온 우리나라 대학현실을 방증하고 있다.

이같은 교육여건의 악화는 근본적으로 대학재정의 취약성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우리나라 대학의 재정상태는 발전은 고사하고 현상을 유지하기도 어렵다는게 대학인들의 절박한 인식이다.

88년기준으로 우리나라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1백30만원인데 비해 일본은 6백29만원,미국은 8백75만원으로 선진국의 5분의1 수준이다.

특히 우리나라 대학생 인구의 75%를 수용하고 있는 사립대의 재정은 더욱 어렵다.

대부분 사학재단들은 교육재단이라는 명분에 묶여 수익사업을 제약받아온 것은 물론 외국과 달리 사회나 산업체로부터 기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어 그동안 무려 4천5백억원에 달하는 부채ㆍ차관을 짊어지고 있다.

재단의 지원능력을 거의 상실한 사립대들은 대학재원의 80%을 납입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인데다 납입금 인상의 억제로 재정난은 가중되고 있다.

이같은 대학의 현실은 물론 정부의 대학정책이 수시로 바뀐데다 교육의 질을 고려않고 정원만 크게 늘려온 결과에 기인하고 있으며 일부 사립재단의 비교육적 운영도 책임을 나눠가져야 할 것이다.

정부의 대학지원도 크게 부족,사립대에 대한 지원금은 학생 1인당 20달러에 불과해 선진국의 평균 2천60달러에 비하면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교육협의회는 고등교육이 점차 보편화돼가고 있는 추세에서 국가ㆍ사회로부터의 재정지원 및 기부금,대학 스스로의 재원 확보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건의서에서 총ㆍ학장들은 91년부터 2천1년까지 총 7조9백30억원이 대학에 투입돼야 대학이 정상궤도로 진입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중 절반은 국가가,나머지는 대학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확충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처음으로 사립대에 대해 5백억원을 지원했던 문교부는 올해 국립대 기성회비보조금 3백20억원과 사립대경상비보조금 1천5백억원 등 1천8백20억원을 상정했으나 현실적으로 예산반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오늘의 대학위기론이 전적으로 열악한 재정환경 때문만이라고 말하는데는 이론이 있을 수 있으나 현재의 양적팽창을 질적개선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재정확충이 급선무라는게 대학인들의 공통된 시각이다.〈한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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