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위반을 단속하는 교통경찰관을 앞범퍼에 매단 채 달아나는 시내버스의 광란과도 같은 무법행위의 순간을 TV와 신문의 보도사진을 통해보면서 우리는 끓어 오르는 분노를 삭이느라 무던히 애를 먹어야 했다.이 무법버스의 미친 듯한 행위는 서울 종로4가 대간선 도로상에서,그것도 하오 4시께인 대낮에 수많은 통행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행됐다. 5백여m나 달아나다 다른 교통경찰관들에게 잡혔고 범퍼에 매달려 가던 경찰관은 떨어지지 않아 다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다. 그 난폭운전사에게 살인미수 혐의의 구속영장이 신청됐다는 것이 모든 상황을 말해준다.
우리는 그동안 교통경찰관들이 당하는 온갖 수난의 사례들을 적지않게 보고 들어왔다. 분명히 교통법규를 위반하고서도 단속하는 교통경찰관을 떨쳐버리고 달아나는 버스와 화물트럭들,심야에 호젓한 외곽도로에서는 아예 차로 밀어붙여 부상을 입히고 심한경우 생명까지 빼앗는 살인차량,도심 대간선 도로에서 법규위반을 적발한 교통경찰관과 시비를 벌이거나 몸싸움까지 하는 택시와 일부 자가 운전자들. 그통에 뒤따르는 차들이 막혀 일대체증을 일으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몰상식한 운전자들을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이처럼 공권력의 최일선 집행자인 교통경찰들이 맥을 못추는 분위기를 타고 일부 난폭한 시내버스와 택시ㆍ대형트럭들은 거리의 무법자로 등장한 지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6ㆍ29선언」이후 사회의 각계층이 자기 주장과 제목소리를 떳떳이 내는 바람직한 사회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다행한 현상이지만,이속에서 더러는 「억지」가 「정당화」되는 일도 없지 않았고 그런 자기주장의 맹신이 준법정신의 해이로 나타나게 된 불행한 측면이 있음도 부인못할 현실이다. 하지만 민주화야말로 자율화를 뜻하며 「자율화=준법사회」를 지향하자는 것이라면 준법에 대한 자세는 확연해진다. 그처럼 소란스럽던 산업현장의 노사갈등도 올해들어 크게 줄어들었고 갈등해소의 방법도 세련돼 가고 있으며 준법테두리 안으로 돌아오는 조짐이 역연해졌다.
그런데도 만인이 공용하는 공로에서 무법ㆍ불법이 여전히 달라진 데가 없대서야 말이나 되는가. 특히 교통법규를 준수해야 함은 그것이 나와 남의 생명과 연관되고 대도시의 생명력과도 같은 교통소통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교통경찰관들이 지난 시절의 비리에 대한 자괴심으로 인해 권위를 잃은 면도 있고 그로인해 엄정한 단속과 교통법규 집행을 제대로 하지 못한 측면도 충분히 이해는 한다. 그러나 교통경찰관들의 권한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위임된 것이며 따라서 무법ㆍ불법ㆍ탈법운전자들에게 더이상 끌려 다녀서는 안된다. 법규대로 단속하고 공정하게 집행해 「거리의 무법자들」이 더이상 없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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