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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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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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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사회는 깨끗한 손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선정이란 따지고 보면 별것 아니다. 깨끗한 정치를 하면 세상은 저절로 밝아지게 마련이다. 조선조 역사를 훑어만 보아도 이 상식은 금방 알 수 있게 된다. 국정이 안정과 발전을 꾀한 시기엔 으레 청백리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이분들이 청렴하기가 범인의 눈엔 괴팍할 만큼 고집스럽다. ◆세종때 좌의정까지 오른 맹사성의 집에 어느날 병조판서가 찾아갔다. 마침 소나기가 퍼부어 의관이 함빡 젖었다. 병조판서는 집에 돌아와 크게 탄식했다. 「정승의 집이 저러한데 내 어찌 행랑채를 지으랴」하고 즉시 공사를 중단시켰다. 또 세조시대 영의정을 지낸 강맹경의 집에 우연히 임금이 거동하였다가 좀이 먹은 기둥이 눈에 들어왔다. 그 자리에서 세조는 「좀먹은 기둥을 철거하라. 사람이 상할까 두렵다. 수상의 제택이 이러니 가상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청백리들이야말로 올바른 국정의 기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탐관오리가 국정의 기둥을 갉아먹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요즘 사정바람이 드세지면서 오리들이 잇달아 오라를 찬다. 무슨 청장에서 도지사,회장,국장 등 직함도 각색이다. 고관현직이 하루아침에 풍비박산이 난다. 죄질은 한결같다. 돈에 눈이 멀었기 때문이다. 공인으로서의 비리는 그렇다 하고 나라의 기둥과 석가래가 썩지 않았나 걱정이다. ◆이 판국에 또 「설」까지 무성하고 요란하다. KㆍLㆍY니 하는 알파벳이 타자기를 치듯 오르내리면서 세상을 뒤숭숭하게 만든다. 한쪽에선 아니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 의혹이 높고,당사자로 떠오른 의원님들은 흑백을 가리자고 펄펄 뛰고 다니는 모양이다. 이래서 우리 사회는 어수선하기 짝이없다. ◆설이든 혐의이든 이 기회에 의심나는 것은 모두 밝혀둘 필요가 있다. 정치와 탐욕을 분리시켜야 시원한 국정을 기대할 수 있다. 「검약하면 실수하는 게 적다」는 논어의 구절을 체질화할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다시한번 설을 설로 덮어두면 기강을 잡기는 영 틀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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