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나토가입」소ㆍ서방 접근/「범유럽안보체」가 귀결점 될듯/소서독간 논의진전에 미도 유럽군축으로 가세올해내 완전통일을 목표로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는 동서독은 이제 몇차례 관문만 통과하면 통일고지에 도달한다.
지난해 11월 베를린 장벽붕괴에서 7월1일의 경제ㆍ화폐통합에 이르기까지의 「독일」의 진전양상을 돌이켜 보면 동서독이 이들 관문들도 쉽사리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관문중 첫번째는 이른바 「2+4」회담에서 논의되고 있는 통일독일의 군사적 지위문제다. 통일독일의 나토잔류여부가 핵심인 군사적 지위문제는 바로 유럽대륙의 향후 안보구조를 결정짓는 것이기에 간단치 않은 문제다.
2차대전 전승국인 미ㆍ소ㆍ영ㆍ불 4개국과 동서독이 논의중인 이 문제는 통일독일의 잠재적 힘을 제한한다는 좁은 의미보다는,냉전체제이후 유럽의 신질서를 구축한다는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비상한 관심을 집중시켜온 군사적 지위문제는 아직 그 최종해결책이 가시화되지는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소련이 통일독일의 나토잔류에 여러가지 전제조건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5월 「2+4」회담이 시작된 이후 가장 신축성있는 태도를 보인 것도 소련이었다. 오히려 미국을 비롯한 서방측이 독일의 나토잔류라는 최초의 마지노선에서 한발짝도 후퇴하지 않는 강경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당초 통일독일의 중립화를 주장했던 소련은 최근 독일의 나토잔류를 전제로 ▲통독후 5년내 동서독에 주둔하고 있는 모든 외국군이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통일독일의 군사력을 20만∼25만 이하로 제한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새로운 안을 내놓았다.
이 제안은 서방측에 의해 즉각 거부됐지만 양측의 이견폭이 상당히 좁혀진 것이 사실이다.
양측은 동구개혁으로 이미 그 존재의미를 상실한 나토와 바르샤바의 양대군사동맹을 전유럽안보협력회의(CSCE)의 주축으로 하는 유럽공동안보체제로 전환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또한 통일독일의 군사력제한 원칙에도 동의했다. 다만 서방측은 군사력 제한이 현재 진행중인 동서재래식무기 감축협상(CFE)의 일환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최근 서독정부는 현재 동서독을 합쳐 65만명선인 병력을 소련의 요구수준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지만 40만명으로 감축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서방측은 현재 동독영토에 주둔중인 38만명의 소련군이 통일이후 과도기동안 계속 주둔하도록 양해했으며 서독측은 경제통합이후 소련군 주둔비용을 지원키로 했다.
이렇게 볼때 군사적 지위문제는 앞으로 파리와 모스크바에서 있을 2차례의 「2+4」회담을 통해 최종타결을 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소련측의 인도는 이 회담을 통해 고르바초프대통령이 주창해온 「유럽 일가」구상을 실현할 수 있는 토대를 최대한 확보한다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대 블록의 군사대결 구도를 무력화시키고,전쟁의 가능성을 제거할 수 있는 유럽집단안보체제가 선행돼야 한다. 소련이 CSCE의 상설화를 가장 강조해온 이유도 이때문이다.
또한 소련은 통일후 유럽의 중심국가로 부상할 독립과의 유대강화를 통해 소련의 사활이 걸린 경제개혁에 필요한 투자재원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서독측도 순조로운 통일과 평화로운 유럽 신질서 구축을 위해서는 고르바초프의 존재가치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대소 경제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서독은 소련에 대해 50억마르크 (31억달러)의 지불보증을 약속했으며,EC국가들이 총 1백50억달러의 대소차관을 제공하는 계획을 적극 주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소련은 유럽의 비핵화내지는 탈군사화를 유도,유럽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전략적 구상을 갖고 있다.
이처럼 통일독일의 군사적지위 논의가 소련서독을 축으로 진전되자 미국도 최근 이 논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하고 있다.
부시미대통령은 오는 5ㆍ6일에 런던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존의 나토방위전략을 대폭 수정,핵무기선제사용 전략을 포기하고 유럽배치 핵포탄을 전면 철수시킨다는 과감한 제안을 발표했다. 또 이번 나토정상회담에서는 소련측이 제안한 양대동맹의 불가침협정을 선언형식으로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통일독일의 군사적 지위문제는 이번 나토정상회담과 오는 15일 있을 콜서독총리의 소련방문이 조속 타결여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통일에 이어 유럽의 경제ㆍ정치통합이 실현될 경우 유럽은 2차대전이후 계속된 이 지역에 대한 미소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 독자적 목소리로 세계질서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미소는 이같은 전망이 실현되기 이전에 독일통일논의와 유럽질서재편과정에 적극참여,유럽에 대한 기존영향력을 최대한 유지해 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결국 「2+4」회담에서 합의된 군사적 지위문제를 국제적으로 승인할 예정인 11월의 전유럽안보협력회의는 미소와 유럽국가들이 독일통일을 최종 승인,축복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제 어느 국가도 독일인들이 「완전통일」의 축제를 준비하는 것을 저지할 수 없는 상황에 와있다.<배정근기자>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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