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베를린 시장 “빠른 개통에 감사”제일성/통과역 플랫폼마다 수백명 몰려 환호성베를린에서 동서독 화폐통합을 취재중인 김영환특파원은 1일 28년만에 재개통된 동서베를린 지하철의 첫 운행열차에 몸퍼 서베를린시장과 함께 동승했다. 남북한간의 경기선도 하루속히 개통되기를 기대하며 김특파원의 동승기를 싣는다.【편집자주】
28년의 단절이 5분만에 이어졌다.
베를린장벽 설치와 함께 운행이 중단되었던 동서베를린의 지하철이 1일 화폐통합의 발효와 함께 마침내 다시 이어진 것이다.
이날 상오 지금까지 28년간 서베를린 8번 지하철의 종착역이었던 모리츠 플라츠 지하철역은 서베를린의 여느 지하철역의 풍경과 다를 바 없었다. 다만 카메라를 쥔 기자들 수백명이 북적대는 것이 눈길을 끌뿐.
정확히 상오 10시55분 차량 맨앞에 초록색의 나무줄기를 X자로 장식한 4량 편성의 열차가 박수를 받으며 플랫폼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종착역을 알리는 전광식 사인보드엔 파라첼쉬드바드라는 동베를린 정거장의 이름이 나타났다.
발터ㆍ몸퍼 서베를린시장과 기자들을 태운 경축열차는 빠른 속력으로 5분만에 동서베를린의 경계를 지나갔다. 아니 경계는 사실 이날부터 존재치 않는 것이었다. 동서독간의 국경선은 이날부터 동독의 오스트마르크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만면에 웃음을 띤 몸퍼 서베를린시장은 새로 그려진 지하철안내도를 지그시 지켜보고 난후 입을 열었다. 역사적 순간에 으레있게 마련인 수사적 발언을 기대했던 기자들에게 몸퍼시장의 말은 지극히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소박한 만큼 진솔했다.
『무엇보다도 동독교통부가 지하철이 신속히 개통될 수 있도록 복구공사를 빨리 해준데 대해 감사한다』
이날 연결된 지하철 8호선은 서베를린 라이너슈트라세와 동베를린의 파라첼쉬드바드역을 연결하는 노선. 이날 특별운행된 경축열차는 동독의 알렉산더광장역까지 중간기착없이 운행했다. 장벽 바로 서편역으로 28년간 유령의 역이 돼 승객이 있을 수 없었던 도중의 하인리히 하이네역 플랫폼에는 수백명의 인파가 나와 박수를 치며 동베를린으로 가는 첫 지하철을 환송했다. 박수소리가 얼마나 요란했던지 달리는 차안에서도 충분히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윽고 정각 11시 8호선 열차는 동베를린의 알렉산더광장역에 도착했다. 알렉산더광장은 지난해 9월 동독민주화 시위의 첫불을 당겼던 바로 그곳이다.
몸퍼 서베를린시장은 플랫폼에서 티노ㆍ슈비에르치나 동베를린시장의 영접을 받았다. 몸퍼시장은 서베를린 지하철 역무원이 쓰는 파란모자를 썼고 슈비에르치나시장은 빨간 모자를 썼다. 두 사람 다 1일 역장이 된 것이다.
이들 명예역장들은 1만여명의 환영인파가 환호하는 가운데 통과신호를 의미하는 녹색의 원형표지를 흔들었다. 열차는 종착역인 파라첼쉬드바드를 향해 떠났다.
11시7분엔 동쪽에서 서베를린으로 가는 지하철열차가 왔다. 이들은 이번에도 같은 신호를 했다. 28년간 막혔던 「혈관」이 마침내 뚫린 것이다.
이날 책정된 요금은 동서베를린 시민에게 차등적용 되었다. 2시간 탈 수 있는 기본요금이 서독인들에게는 어른 2.7마르크,어린이 1.7마르크였고 반면 동독인들에겐 각각 2마르크,1마르크였다.
화폐통합 첫날 동베를린시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변화는 바로 교통요금이었다.
택시요금은 1㎞ 주행당 1.69마르크(약 7백20원)로 바로 하루전의 80페니히(0.8마르크) 보다 2배이상 올라있었다. 그러나 곧 4배로 뛰어 오를 것이라는 게 운전기사의 귀띔이었다.
그렇다면 동독시민들은 물가폭등이라는 대가를 치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동독기업인들을 대상으로한 여론조사 결과 67%가 소비재가격이 내릴 것으로,특히 47%는 20% 정도 하락할 것으로까지 전망했다.
물가가 오를 것으로 보는 사람은 5%뿐. 동독에서의 1마르크가 서독에서의 1마르크보다 더 가치가 있는 것이 분명한 이상,초기의 혼란기만 무난히 넘기면 오히려 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아주 낙관적인 전망이다. 기자도 동서베를린의 지하철이 예상보다 빨리 개통됐듯이 하나가 된 독일인들이 화폐통합에 따른 혼란을 무난히 극복해 내리라는 낙관론에 동의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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