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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회담 다시 기다려본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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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회담 다시 기다려본다(사설)

입력
1990.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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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독은 다시 하나가 되었다. 역사적인 7월1일,독일국민은 국경을 열고 경제통합을 이룩함으로써 분단 45년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독일인들이 어쩔 줄 모를 만큼 환희에 젖는 순간,우리는 아무 할 말이 없었다. 동서는 확 트이는데 남북은 꽉 막힌 채로이다.한반도의 남과 북은 이제 숨통을 먼저 열고 통일을 향한 노력의 첫발이라도 내디뎌야 할 때가 왔다. 독일의 긍지와 환호를 보며 그저 허탈과 무력감에 빠져들 수만은 없다. 남북은 하루라도 빨리 만나야 하고 거침없이 속마음을 털어놓아야 한다.

대화중단 5개월 만에 오늘 남북 고위회담 예비접촉이 재개된다. 또 실망만 남길지 모르겠으나,그래도 우리는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다. 지푸라기나 실오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게 우리 민족 전체의 공통된 심정이 아니겠는가.

회담 전망은 불투명하고 여전히 어둡기만 할 것 같다. 예비접촉의 기본과제는 의제문제를 마무리하여 본회담을 속히 열게 하는 일이다. 그런데 북한측은 대화재개를 갑자기 제안하면서,한소 관계정상화에 대한 우리 노력을 사대와 반민족적 분열행위라는등 극렬한 용어를 구사하여 비난한 바 있다.

북한측은 이미 지난 6월중순께 남북 정상회담을 전면 거부함과 동시에 우리측에 통지문을 보내 기존의 대화재개도 무기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의 한소 정상회담에 거의 신경질적인 반응과 거부감을 표명하고 개방 유도나 유엔가입문제에 매도를 가해왔음은 알려진 대로이다.

이런 북한측의 완매한 자세가 오늘의 남북회담에서 당장 어떤 변화를 보이리라는 조짐은 없다고 할 것이다. 만나서 쌍방의 이야기를 털어놓아야 알겠지만,북한의 일방적인 비난자세에 한치의 변화도 찾아볼 수 없다면 남북회담의 장래는 점치고도 남음이 있다.

우리 정부는 의제표기 순서나 정치ㆍ군사문제를 다루는 데 신축성과 유연성을 갖고 나설 것임을 밝혀두고 있다. 회담의 진전을 위해서 긴요한 것은 북측에서 얼마나 실질문제 접근에 노력을 나타내고 기울이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무방할 줄 안다.

종래까지 되풀이하는 비방과 비난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다시 인내의 세월을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과 소련의 접근과 정상회담에 관한 화풀이식 욕설이나 퍼붓는다면 대화는 또다시 허공에 맴돌 것이 너무나 확연하다.

국제적인 급변의 흐름에 따라,남북대화도 좀더 성숙해지고 실질문제에 다가서 의견을 좁혀가는 성실과 슬기가 필요하다. 서로가 반성하라,책임져라,상대방 탓이라 하는 구태의연은 이번 회담에서 과감하게 청산되어지기를 바라고자 한다.

역사의 흐름을 똑바로 읽을 줄 알아야 오늘의 세계에서 자기위치를 굳힐수 있다고 확신한다. 남과 북이든,동과 서든 분단과 대립은 한낱 허상임이 밝혀져 나간다. 언제까지 자기폐쇄를 고집할 수 없는 처지이다. 남과 북은 합쳐지지 않을 수 없음이 오늘의 상황이다. 남북대화에 나오는 북한당국에게 거듭 마음을 열라고 당부한다.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의 성심을 계속 알려줄 따름이다. 작은 것이라도 좋다. 무언가 하나의 합의라도 빨리 얻어내 통일노력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의 기대는 한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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