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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한국정치/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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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한국정치/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0.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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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대회에서 한국축구가 무참하게 깨져 기대와 희망에 부풀었던 국민들을 실망에 빠뜨렸던 것은 대회초반의 일이지만 지금 종반전을 지켜보면서 그 실망의 아픔은 더욱 뼈저리게 가슴을 후벼파고 있다. 한국축구에 대한 이런 실망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또 하나의 커다란 실망이 보태지고 있다. 한국정치에 대한 실망이 바로 그것이다. 월드컵의 멋진 종반경기를 구경하면서 우리축구의 수준을 깨닫게 되듯,동서독이 하나로 되어가는 멋진 정치를 지켜보면서 우리 정치의 수준을 새삼느끼게 한다.한국의 정치는 언제까지 이처럼 낮은 수준에 헤매야 하는가. 최근 소집된 국회가 돌아가는 모양이나 그안에서 벌어지는 의원들의 활동 그리고 국회밖에서 벌어진 이권개입 물의등을 보고 있노라면 한심하고 창피해서 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이다.

국회는 문을 열었다 하면 공전하기 일쑤이고 싸움질에 파행으로 끝나는게 습관이 되어 버린지 오래이다. 공전시킬 국회라면,싸움으로 끝날 국회라면 무엇때문에 국회를 여는가. 아예 처음부터 열지않고 가만히 있는 편이 최소한 국민에게 걱정을 덜 끼치는 일 아닌가.

40여년이 지났으면 이제는 철이 좀들때도 된 것 같은데 전혀 반성하는 기색이 없으니 어찌된 일인가.

이번 국회에서 말썽이된 서울시 예산전용 시비만해도 그렇다. 서울시가 잘못했다면 솔직히 사과하고 납득할만한 처리를 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잘못한게 없으면 야당과 국민이 알아듣도록 설명을 해야지,형식적인 답변으로 어물 어물 넘어가려는 태도로는 문제해결을 가져올 수 없다. 단상을 점거하고 멱살을 잡는 등의 난투극은 폭력배들이 뒷골목에서나 하는 짓이지 의원들이 의사당에서 할 일은 아니다.

이 문제가 아무리 중대하다 하더라도 의원들끼리의 폭력극을 정당화시켜 주지는 못한다. TV를 통해 때아닌 활극을 구경한 국민들이 의원들을 어떻게 볼까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국회안에서 벌어진 일은 그렇다 하더라도 국회밖에서는 의원직을 이용하여 이권에 개입하는 일이 공공연한 비밀처럼 되어있다.

서울 영등포역사 상가 특혜분양에 상당수의 의원들이 관련되었다는 사실은 말로만 들어오던 의원들의 부도덕성과 부정행위를 실제 국민의 눈으로 확인하는 셈이어서 적지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 한심한 것은 특혜분양에 관련된 의원들 본인이나 그 의원들이 소속한 국회와 정당이 꿀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말이 없다는 것이다.

국회와 정당에서는 자체조사를 통해 관련의원들을 밝히고 사건의 진상을 캐야지,그렇지 않을 경우 걸핏하면 빼드는 국정조사권 요구 등은 정당성과 설득력을 잃고 말 것이다. 자기자신이 관련된 잘못은 덮어두고 남의 잘못만 들추어 내려한다면 그 국회와 의원은 신뢰를 얻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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