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ㆍ실업ㆍ임금격차등 난제/상이한 법률ㆍ제도 병행 불가피/당분간 이주 계속… 동독 「사실상 공동화」 가능성1일 경제ㆍ화폐통합을 통해 동서독은 사실상 통일을 이룩했다. 그러나 지난 40여년간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체제와 국민들을 하나로 묶는 진정한 통일작업은 이제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인류역사상 유례가 없는 이작업이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험난하고 고통스러운것이 될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1천6백만 동독인들은 1일부터 선망해 마지않던 서독마르크화를 손에쥐고 마음대로 서독상품을 구입할수 있게됐다.
하지만 이것이 서독국민과 동등한 부를 누리게 됐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서독 마르크화로 급료를 받더라도 동독의 임금수준은 서독의 3분의 1정도이며,이격차가 해소되려면 최소한 5년이상 걸려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관측이다.
이 기간동안 동독인들은 공산체제하에서 겪었던 것보다 더욱 심한 물질적ㆍ정신적 고충을 겪을지도 모른다.
동독의 각종 물가는 최소 50%에서 최고 수백%까지 이미 인상됐다. 또 2백만명 이상의 실업자가 일시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부터 국가보조금제도가 전면 철폐되고 서독식 세제가 시행되면 동독인들의 생활은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화폐통합 성공의 관건은 오히려 이같은 경제문제보다는 동독인들이 얼마나 빠르게 자본주의적 가치관과 생활방식에 적응해나갈 것인지와,그 과정에서 어떻게 부작용을 최소화 할것인가에 달려있다.
통일의 기쁨에 들떴던 동독인들은 이제 자본주의의 냉혹한 경쟁원리를 체험하면서 통일의 부정적 측면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지난달 29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던 동베를린 청소부들은 『동서독 통합이 과연 인간적인가』라는 플래카드를 내 걸었었다.
서방전문가들은 동독경제가 재생에 성공하기위해서는 새로운 자본가계층의 출현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평등한 생활에 익숙해온 일반국민들이 이같은 사회의 구조변화를 쉽게 수용하지 못할 것이라는데 있다.
경제통합 이후에도 동독인의 서독이주는 계속될것으로 보인다. 서독의 임금수준이 몇배나 높기때문에 능력있는 동독인들은 서독에서 새직장을 찾으려 할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동독에는 경쟁력이없는 노동력만이 남아 통일에 대해 소외감과 배반감이 조성될 가능성도 높다.
지난해 베를린장벽 붕괴이후 동독전체 의사의 6%인 4천명이 서독으로 이주했다. 이에 따라 이미 동독인들은 가뜩이나 열악한 의료서비스의 악화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동서독 두 사회의 상이한 제도와 법률을 하나로 묶는 작업도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현재 동서독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낙태허용 문제다.
기존의 동독법률은 생후 3개월 이전의 낙태는 합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서독에서는 강간을 당한 경우나 출산이 임산부의 생명을 위협할 경우 등,극히 제한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지돼있다.
이 때문에 동독여성들은 통일후 자유로운 낙태수술이 금지뒬 것을 무엇보다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동베를린에서는 낙태금지를 반대하는 시위가 수차례 발생했다.
결국 동서독은 경제통합을 시행하면서도 논란을 거듭해온 이문제는 해결치 못했다. 오는 12월의 완전통일 이후에도 상당기간 두제도가 병행될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마찰은 다른 분야에서도 쉽게 찾아 볼수 있다.
교육분야의 경우 동독에서 공산주위를 찬양하는 교과목들은 그동안 많이 폐지됐지만 막상 교과서의 내용들은 아직 전혀 개정되지 않았다. 동독역사교과서는 「자본주의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투쟁」이란 관점에서 역사를 설명하고있다. 이러한 격차를 해결해야하는 사회통합의 결과는 올 12월로 예상되는 정치통합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여진다.
강력한 통일드라이브정책을 취해온 서독의 콜총리는 경제ㆍ사회통합에 따른 부작용이 통일 열기를 잠식하기 이전에 조기 전독총선을 실시,통일독일의 초대총리로 등극하려는 전략을 갖고있다.
이 때문에 전독총선은 12월9일이나 16일에 실시될 것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콜총리의 꿈이 실현되는것은 그다지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서독 기민당(CDU)의 최대 라이벌인 사민당(SPD)은 서독에서 강력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으나,지난 3월 동독총선이후 통일논의 과정에서 계속 소외돼왔다.
전독총선의 향방은 오는 9월말에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동독 5개주 부활을 위한 지방의회 선거에서 보다 구체화될 것이다.
이 선거에서 동독의 집권기민연합이 지난 총선처럼 압승을 한다면 전독총선에서도 기민당이 승리할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동서독이 제도적 통일뿐 아니라 심정적 문화적인 완전통일을 이루기까지는 극복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리고 그 장애극복과정에서 특히 동독인들이 겪어야할 고통과 혼란도 적지않을 것이다.
다만 장래를 낙관케하는것은 동독인들 자신이 스스로 구체제를 포기했고,서독과 하나가 되려는 열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분단자체를 독일민족 내부의 갈등에서 비롯된것이 아니라 역사변전과 외부의 개입에 따른것으로 인식하는 공통된 「민족의식」이 독일인들의 「정신적통일」을 도와줄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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