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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독과 중앙은/이상호 외신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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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독과 중앙은/이상호 외신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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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보다 우리 민족에게 절실한 과제는 없다.며칠간 계속되는 동서독 경제화폐통합에 관한 신문과 TV의 보도를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읽고 보면서 그때마다 새롭게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이같은 감동의 와중에 한가지 떠오르는 의문은 양독의 경제통합의 장래를 전망하는 외부세계의 분석들이 어째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급변하고 있느냐하는 것이다.

지난 2월 동서독 경제통합계획이 발표됐을 때 전세계의 저명한 경제학자들과 유수한 경제연구기관들은 이구동성으로 독일이 급격한 인플레와 실업증가로 큰 홍역을 치를 것이라고 진단했었다. 이에따라 세계금융시장에는 한때 「금융공황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경제통합이 단행된 시점에서 경제학자들은 『독일은 앞으로도 계속 「저 인플레 천국」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낙관론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급변한 요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 아니라 일반적 예상과는 달리 역사적 변화에 이성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동서독 국민들의 지혜와 그 지혜를 이끌어준 서독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의 소신있는 정책제시,그리고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인 정치권의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분데스방크와 오토ㆍ■총재는 급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양독경제통합에 「반민족적」으로 비칠 만큼 언제나 제동을 걸었었다.

「인플레로부터의 국민보호」가 제1의 의무인 중앙은행총재로서 통합이 국민생활의 저하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콜총리와 겐셔외무장관등 정치권은 ■총재의 제동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으나 결국 중앙은행의 주장을 수용했다.

막강한 경제력을 무기로 이른바 「통일세」를 물고라도 통합을 밀어붙일 수 있었으나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통화정책에 관한 절대권위를 존중했기 때문이다.

양독 국민들은 이같은 정부와 중앙은행을 신뢰했기에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고,다시한번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동서독 국민들이 과시한 절제와 책임이행 자세는 바로 통일이 「고르바초프의 선물」도,정치지도자의 업적도 아님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독일의 통일가도에 초석이 된 것은 각기 제자리에서 「민족통합」의 이상을 향한 현실적 과업을 사심없이 수행한 독일인들 모두였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독일통일에 대한 감상적 감동에 앞서 찾아야 할 교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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