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폐동독에 서독경제력 수혈/새 고용창출ㆍ시장확대 엄청나/동독인들의 발빠른 자본주의경제 적응이 과제동ㆍ서독의 경제화폐통합은 사실상 동독의 주권포기를 의미한다. 이는 앞으로 서독이 동독의 경제를 책임지게 된다는 얘기다. 경제통합에 따라 단기적으로 동독경제에 적잖은 혼란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일전체가 「제2의 라인강의 기적」을 이룰 것이란 낙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서독의 경제력과 경제개발의 경험은 동독경제를 충분히 재생시킬 역량을 갖고 있을뿐만 아니라 통합된 잠재력을 새로운 비약의 자산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새뮤얼슨의 표현과 같이 통일독일은 향후 세계경제의 「기관차」로 도약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물론 피폐한 동독경제는 통합에 따라 그 취약성을 여지없이 노출,동독인들에게 큰 시련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양육책임」을 맡은 서독경제에도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다.
동독은 무엇보다도 공산경제체제하의 반세기 가까이 경험하지 않았던 실업사태와 인플레를 겪게될 것이다.
우선 서독기업과의 경쟁력을 상실할 많은 공장들의 감원이나 폐쇄조치가 불가피,실업이 급증할 것이 분명하다. 동독 전체로는 온건한 전망으로도 전체노동인구 9백만명중 1백만명이 실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극단적으로는 3분의1인 3백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비관적전망은 통합으로 동독이 잃게될 경쟁력만을 일별한 것이다. 즉,서독으로부터의 지원과 통합의 부수적효과를 도외시한 것이다.
서독정부는 통합후 10년간 3백50억달러를 동독지역의 철도ㆍ도로ㆍ통신 등 사회기반시설 개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같은 사회기반시설건설은 막대한 고용창출효과를 낳을 것이다.
경쟁력을 상실할 산업분야에서의 실업사태 예방도 단순계산에서 나온 것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자동차산업의 경우,동독의 대표적인 자동차인 트라반트가 서독 폴크스바겐자동차에 밀릴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폴크스바겐사는 이미 지난해 가을 트라반트를 생산하는 동독 VEB사와 제휴,폴크스바겐엔진을 탑재한 트라반트를 생산하고 있다.
또 지난달부터는 서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폴크스바겐사의 소형차 폴로를 동독에서 조립하고 있다. 이 동독내 폴로조립공장은 94년부터는 연간 30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관련부품공장들까지 새로 동독 지역에 들어설 것을 감안하면 자동차산업분야에서만도 기존고용력을 능가하는 새로운 고용력이 창출될 것이 틀림없다.
동독에서 발생할 실업자군의 흡수와 관련,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통합이 독일경제에 새로운 시장을 제공,고용증대를 가져올 것이란 사실이다. 통독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는 소련과의 교역증가는 최소 50만명선의 일자리를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와 동독산업인구의 상당부분을 흡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독 마르크화를 수중에 갖게될 동독인들이 자동차ㆍ가전제품 등 내구소비재의 사재기에 나서 인플레를 유발할 것이란 우려도 높다. 우선 당장 내년말까지 1백20억마르크의 추가수요를 유발,인플레율이 2∼3% 상승할 것으로 서독 DIW경제연구소는 전망했다.
그러나 화폐통합이 임박한 최근 동독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동독인들은 한사람당 1대1로 교환하는 기본 4천마르크의 예금중 평균 8백마르크만을 인출해 사용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동독인들의 실업에 대한 우려가 높기 때문인데 이는 폭발적인 소비와 이에 따른 인플레 심화현상이 그리 심각하지 않으리라는 전망을 가능케하는 자료이다. 서독 중앙은행도 강력한 인플레억제정책을 시도하고 있어 인플레율은 올해 2.6%에서 내년에는 3.3%로 상승,지난해의 3.1%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낙관되고 있다.
동서독 경제통합은 이같은 부작용들을 훨씬 넘어서는 경제력확대효과를 독일인들에게 안겨줄 것이다. 통합으로 인해 당장 국민총생산이 10%정도 증가한다.
또 서독재화의 동독으로의 이전은 서독의 대외수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에 따라 서독의 국제수지흑자규모가 줄어들어 서독은 세계시장에서 한층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동독의 숙련되고 근면하면서도 임금은 낮은 노동력이 가세,서독기업의 임금상승률이 낮아질 것이다. 이에 따라 통합의 진정한 「승자」는 바로 서독기업들이 될 것이라고 DIW연구소는 보고 있다.
통합과 함께 서독은 막대한 동독의 예산적자와 1백30억달러의 외채를 떠맡아야 한다. 그러나 서독은 서베를린에 대한 연간 1백20억달러의 지원금과 상당액의 국방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이 또한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콜서독총리는 통합으로 서독인들이 추가부담해야 할 세금은 없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반면 서독중앙은행총재는 실업수당등 사회복지수당지급에 필요한 재원수요가 얼마나 될지 아직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유보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각종 수치나 통계를 통해본 동서독 경제통합의 앞날은 「장미빛」이란 사실이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계획경제체제에 익숙해진 동독인들이 얼마나 빨리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적응,경제전문가들이 예상하는대로 경제의 흐름에 참여하느냐는 문제다. 이를 서독의 경제전문가들은 동독인들의 「정신적 자본주의화」의 문제로 지칭하고 있다.<이상호기자>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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