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불만 경우 대시위 가능성/고와 옐친은 개혁협조 관계… 리가초프가 실질 정적/아가뇨크지,노대통령 회견추진… 한ㆍ소개선 곧 결실소련공산당내 급진개혁세력의 리더중 한사람인 비탈리ㆍ코로디치는 29일 모스크바에서 한국일보와 단독회견을 갖고 28차 공산당대회 및 공산당의 장래를 전망했다. 인민대표대회 대의원이며,「페레스트로이카의 향도」로 평가받고 있는 개혁파주간지 「아가뇨크」(등불) 편집장인 코로디치는 옐친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의장,포포프 모스크바시장등과 함께 공산당내 급진세력조직인 「민주강령」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그는 86년 당기관지 프라우다의 자매지인 아가뇨크의 편집장으로 취임한 이래 공산당과 KGB등 소련사회의 부패상을 집중폭로하고 개혁여론을 선도해온 국제적으로 저명한 언론인이다. 그는 지난해 미월드 프레스 리뷰지에 의해 「올해의 국제편집인」으로 선정됐으며,영인디펜던트지는 아가뇨크지를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잡지」로 칭송한바 있다. 한국일보는 지난 2월 아가뇨크지와 교류협력협정을 체결,제휴관계를 맺었다.【편집자주】
【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코로디치 아가뇨크지 편집장은 1시간여에 걸친 본보외의 특별회견에서 『이번 당대회는 정치개혁의 마지막 기회이며,따라서 급진개혁을 단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보수파의 저항으로 급진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옐친 등 개혁세력은 탈당,분당이 불가피하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대통령과 옐친은 결코 정적이 아니며 앞으로 개혁을 위해 협조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코로디치는 『고르바초프의 정적은 보수파의 리더 리가초프』라고 지칭,급진개혁 세력의 분당위협이 보수파를 겨냥한 압력용임을 확인케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이다.
먼저 당대회결과를 전망한다면.
▲현시점은 당이 스스로 개혁을 해야할 중대한 시점이고,따라서 당대회의 중요성은 역사적이다.
앞서 열린 러시아공화국당대회에서 보수세력이 승리한 것은 예상밖이고,대세를 거스르는 것이었다. 이번 당대회에서 다시 이런 사태가 재연된다면 진보세력과 지식인들은 모두 탈당,당이 분열될 것이다.
고르바초프대통령과 급진개혁파의 리더인 옐친은 정적인가.
▲두사람은 결코 정적이 아니다. 옐친은 고르바초프의 지원자다. 오히려 리가초프등 보수파가 고르바초프의 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고르바초프가 그동안 옐친의 연설이나 글을 신문에 싣지 못하도록 하는등 과오를 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 연유로 두사람은 기본 아이디어가 비슷하면서도 개인적 관계가 좋지 않다. 하지만 그런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두 사람은 개혁을 위해 협력해야 하며,앞으로 협조관계를 구축할 것이다.
두 사람을 비교할 수 있나.
▲옐친은 미국의 제시ㆍ잭슨목사와 비슷하다. 그는 단지 아이디어를 제시할뿐 실천에는 한계가 있다. 이와 달리 고르바초프는 실천적인 인물이다.
고르바초프가 옐친,포포프등의 급진적인 시장경제도입 주장을 수용하지 않는 이유는.
▲고르바초프의 주변에는 아직도 보수세력들이 많이 있다. 또 고르바초프는 많은 일반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실업이나 인플레등이 없는 시장경제는 불가능하다. 고르바초프와 리즈코프총리등은 바로 이점을 두려워하고 있는데,이는 잘못된 것이다. 나는 이들에게 시장경제를 도입하려면 급진적인 과정을 밟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충고한바 있다.
고르바초프는 당서기장직 사임을 시사한바 있는데.
▲당대회에서 보수파들이 개혁을 저지한다면 그는 신설된 당대표직인 당의장직을 맡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는 대통령직책만으로도 강력한 통치권한을 갖고 있다.
그 경우 후임에는 누가 유력한가.
▲예측키 어렵지만,보수파가 득세한다면 리가초프가 될 것이다. 반면 진보파들이 승리하면 야코블레프가 맡을 수도 있다.
당의 분열은 불가피한 것인가.
▲당은 이미 분열돼 있다. 많은 당원들이 당으로부터 이반하고 있다. 이번 당대회결과가 불만스러울 경우 대규모시위가 벌어질 것이다. 모스크바시당과 레닌그라드시당은 탈당여부를 투표로 결정할 계획까지 마련해두고 있다.
탈당할 경우 계획은.
▲우리는 사회민주주의 정당을 창설할 것이다. 현재 「민주강령」의 회원은 50만명 정도지만 우리가 탈당할 경우 1백만명이상의 공산당원들이 동참할 것이다.
고르바초프가 옐친등 급진개혁세력과 연합할 경우 보수파가 별도로 당을 창설할 가능성은. 보수파들은 당을 파괴시킨 것이 개혁세력들이라고 비난하고 있지 않은가.
▲보수파들이 특권을 누리면서 70여년간 해놓은 일이 무엇인가. 서울과 모스크바의 슈퍼마켓을 비교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자원이 많은 소련이 한국과 경제협력을 통해 기술과 경영을 배우려고 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
우리는 보다 발전된 국가를 만들려고 한다. 따라서 이제 당은 새롭게 태어나 국민을 위한 당이 돼야한다. 따라서 이번 당대회는 공산당으로서는 마지막기회다. 당이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모하지 못한다면 분열도 불가피하다. 소련은 어차피 금년말까지는 다당제사회로 변화하게돼 있다.
서방에서는 공산주의가 현실적으로 종언을 고했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의 등소평이 말했듯이 소련에서도 흰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간에 쥐를 잡아 살이 찌면 될 것이다. 소련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유럽에서 가장 교육수준이 높은 나라에 속한다. 이제 우리는 국민의 복지와 풍요로운 삶을 위해 노력해야한다. 이것이 공산주의의 미래일 것이다.
끝으로 한ㆍ소수교와 남북한관계 진전에 대한 견해를 말해달라.
▲아가뇨크지는 오는 8∼9월께 노태우대통령과의 기자회견을 추진하고 있다. 당신은 또 모스크바에서 공산당대회를 취재하고 있다. 이같은 상호교류와 높은 관심은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임을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남북한관계는 남북한간의 문제다. 남북한이 통일될 경우 일본과 견줄만한 국가가 될 것이다. 급속히 그같은 통일이 성취되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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