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못차릴 정도로 달라지는 세상이긴 하다. 유전공학의 발달은 비록 동ㆍ식물일망정 유전자를 태연히 조작,타고난 모습과 다른 엄청난 변종을 만들어낸다. 또한 인간의 다양한 문화행태는 때때로 성별의 차이를 뛰어넘기도 한다.하지만 인간은 그 타고난 천부의 존엄성때문에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다해도 결코 유전자 조작의 실험대상은 될 수가 없고,남녀성별도 마찬가지로 바꿔낼 수는 없는 법이다.
이같은 인간존엄성의 관점을 염두에 두고 보면 요즘 우리 주변에서 해괴한 법적인 혼란이 일고 있음을 누구나 알게 된다.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들의 성별정정허가신청에 대한 법원의 엇갈린 결정이 바로 그 혼란의 정체이다.
의학적으로 일종의 정신질환인 「성전환증」환자로 알려진 소위 「게이 보이」들이 국내에 3백여명이나 되고 이들중 30여명이 이미 성전환수술을 받았다는 사실부터가 우선 놀랍다. 더구나 수술을 받은 이들이 사회적 냉대와 불편을 이유로 신청한 성별정정신청에 대한 결정이 세 갈래로 나뉜 사실 앞에서는 아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먼저 청주지법ㆍ대전지법 천안지원은 이유있다고 허가했는가 하면 수원지법 여주지원은 이유없다고 기각했고 서울지법 북부지원에서는 성별정정허가를 받은 사람의 개명을 또 불허하는 등 혼란과 파문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혼란에 대한 우리의 견해는 두가지이다. 먼저 일부 법원의 섣부른 허가결정에 반대하고,하루빨리 대법원은 유권해석을 내려 이같은 혼선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점이다.
섣부른 허가결정에 대한 반대는 성염색체설에 의해 남녀구분을 짓고 있는 현행 법해석상으로도 문제이거니와 인간의 천부적 존엄성에 비추어서도 당연한 것이다.
의학적으로도 문제가 많다. 설사 성전환수술을 받았다해도 남녀를 결정짓는 염색체를 바꿀 수는 없어 비록 외양이나 정신적으로는 여성이 되었다지만 결코 임신을 못하는등 의학적으로는 여전히 남성인 것이다. 또한 이들에 대한 수술도 정신과 치료만으로 불가능할 때의 마지막 수단으로 시행되는 것임도 생각해야 된다.
물론 중증의 정신질환자들일 수 있는 성전환수술자들의 현실적 고통을 쉽사리 짐작할 수는 있다. 그러나 현실에 대한 고려만의 안이한 허가결정으로 초래될 수 있는 부작용과 법률적 혼란,사회적 파급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법과 법원의 역할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우리 법률체계가 관습법이 아닌 성문법이고,법원은 검은 법복이 상징하듯 변치 않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체계를 심사숙고해 판정지어야 하는 보루이다. 그런데도 이번과 같은 중대문제를 하급심에서 그처럼 성급히 혼란스럽게 결정할 수 있는가 의아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전환자들에 대한 의학적ㆍ사회정책적 대책도 이번 파동을 계기로 심각히 고려되어야 할 것 같다. 환자인 그들은 우리 사회의 가련한 아웃사이더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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