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동안 갈라졌던 동서 두 독일이 오늘 1일로 사실상 하나가 됐다. 지난 5월18일 합의된 경제ㆍ사회 통합협정이 이날 발효됨으로써 동독은 사실상 껍질만 남고,실질적으로는 사라지게 됐다. 껍질만 남은 동독도 연내에 독일연방의 5개 주로 분해돼 사라질 전망이다.동독은 우선 경제ㆍ사회 통합협정에 따라 경제주권을 포기했다. 통화가 서독의 마르크로 바뀔 뿐 아니라,경제구조 전체가 서독의 시장경제에 흡수된다. 이에따라 협정과 상충되는 동독헌법 조항들이 폐기된다. 노동3권이 보장되고,사회보장제도도 서독의 제도에 따르게 된다.
또 경제ㆍ사회 통합협정 발효에 맞춰서 지금까지 동서독을 잇는 도로를 가로막았던 장애물들이 완전히 치워진다. 정치적 통합협정이 최종적인 절차로 남아있긴 하지만 1990년 7월1일은 사실상 독일통일의 날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나치스 독일 패망으로부터 45년째요,소련의 베를린 봉쇄로부터 42년,동독의 베를린장벽 구축으로부터 29년만의 감동적인 순간이다. 당대의 독일인뿐만 아니라,전후세대의 세계인들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바로 지금 우리의 눈앞에서 실현된 것이다.
물론 45년동안 전혀 이질적인 체제속에 살아왔던 동독이 서독과 통합되는 과정이 앞으로 순탄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통제경제의 껍질속에 안주해온 동독에서는 실업에 대한 위기감이 크다.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동독 노동력의 3분의1선인 3백만의 실업자가 생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서독의 한스만경제장관도 경제통합이후 동독의 실업자가 거의 2백만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독이 져야 되는 짐도 만만치 않다. 통일 첫해인 내년도 독일연방정부의 예산안은 1백24억달러 규모의 추가부담을 예상하고 있다. 또 소련에 대해 30억달러 규모의 차관제공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서독의 바이겔재무장관도 지적한 것처럼 통제경제사회가 시장경제체제에 흡수통합된 예는 아직 없다. 그만큼 앞으로 독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오히려 인구 7천8백만의 강력한 경제단위가 유럽에 탄생한다는 사실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낙관적으로 보자면 낙후된 동독이 새로운 상품과 자본의 수출시장으로 등장해서 세계경제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어쨌든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지 8개월 만에 독일민족이 실질적인 재통일을 달성했다는 사실 자체가 역사적인 사건이다. 아직 연내 정치적 통합에 공식합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서독이 제안한 「12월 통일 총선거」 제안에 합의를 볼 가능성은 크다.
이렇게 된다면 독일통일은 전승 4개국과의 합의를 미룬 채 동서독의 합의에 따라 실질적으로 앞질러 갈 전망이다. 다시 말해서 북대서양동맹(나토)과 소련사이의 군사적 분계선은 놔둔 채 독일민족 내부의 실질적 통합을 실현하는 방식이 된다.
독일의 재통일은 결국 서독의 압도적인 경제력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체제의 힘을 바탕으로 이룩한 기적이다. 아직 냉전체제의 껍질을 벗지 못한 한반도의 상황을 생각할 때 부러움을 감출 길이 없다. 북의 개혁ㆍ개방을 촉구하면서 주변정세의 변화에 걸맞게 우리 스스로 민족의 재통합에 대비해서 좀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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