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후 실형」 선례없어 형량 주목/유무죄 별개로 「구속 논란」 해소/검찰 “증거인멸 우려 항고” 강경/공무상 기밀 누설싸고 유ㆍ무죄 공방은 가열될 듯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 28일 첫 공판을 받은 전감사원 감사관 이문옥피고인(50)에 대해 법원이 공판개시 이틀만에 보석결정을 내리자 검찰이 이에 불복,즉시 항고의사를 밝히고 나서 이피고인의 석방여부및 앞으로의 재판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당초 이피고인의 변호인단은 지난 7일 보석신청을 냈지만 재판부가 따로 보석심리 기일을 정하지 않고 1차 공판이 열리는 28일 보석심리를 함께 진행하겠다고 결정하자 보석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큰 기대를 걸지 않았기 때문인지 재판부의 이같은 결정을 다소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번 보석결정을 놓고 상당히 많은 고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사건은 구속당시부터 구속의 타당성을 놓고 비판의 여론이 무성해지는등 논란이 빚어진데다 이피고인이 구속적부심에서 폭로한 서울시 선거예산 전용과 감사중단 압력 진상규명 등이 국회에서까지 정치문제가 돼 이를 둘러싸고 국회가 공전되는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상황이어서 결정이 더욱 어려웠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보석심리 기일을 따로 두지 않고 1차 공판을 진행한 이유에 대해 『지난번 구속적부심에서 신청인이 주장한 내용을 기록을 통해 이미 검토했기 때문에 보석심리를 다시 열기 보다는 첫 공판의 기일을 예정보다 3주정도 앞당겨 열고 검찰측의 주장을 들어본 뒤 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재판부는 보석허가 이유로 『검찰측과 변호인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있어 양당사자가 충분한 증거조사와 증인신문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위해 피고인이 불구속상태에서 공판준비를 하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법원의 이번 보석결정은 재판부가 이피고인의 행위의 정당성을 부분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취해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이피고인이 언론에 유출한 내용은 군사ㆍ정치ㆍ외교상의 극비문서가 아니라 전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른 재벌의 부동산투기 실태이며 이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내용이었음을 명백히 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이피고인이 법정에서 폭로한 ▲서울시 예산 88억원의 선거비지출 ▲80년 부정축재자및 비위공직자 환수재산중 일부 증발 ▲외부압력에 의한 감사중단 등의 주장이 사실로 판명되고 국세청이 지난 25일 발표한 5대 재벌그룹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비율이 18.2%에 이르고 있다는 내용등 이피고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방증자료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도 이번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있다.
이밖에 구속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될 경우 구속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 본안사건의 초점이 흐려질 우려가 있는데다 이피고인의 행위를 보는 여론의 시각이 상당히 긍정적이라는 점도 참작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검찰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즉시 항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피고인의 구속당시부터 감사원의 비리를 폭로한 법정진술내용의 사실여부조사에 이르기까지 크게 곤욕을 치른 바 있는 검찰로서는 이피고인에 대한 법원의 석방결정으로 인해 「구속의 명분」마저 상실한 셈이어서 법원의 결정에 대해 경우에 따라서는 대법원까지 재항고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우선 이피고인이 석방될 경우 증거인멸을 통해 범행의 구체적인 부분을 부인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보석결정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이피고인이 감사활동을 하던 당시의 동료ㆍ부하직원과 입을 맞추거나 진술을 번복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또 이피고인이 법정서 해외공관의 감사를 안기부가 주관했다고 주장한 부분이나 군인공제회골프장감사시 적발했다는 세금미납부 주장은 사실과 다른데도 재판부가 이같은 허위주장을 받아들여 보석을 허가한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판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비록 즉시 항고를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보석허가 결정이 내려진 후 항소심에서 이를 번복,취소결정이 나온 예는 극히 드물어 이변이 없는 한 이피고인은 다음주중 석방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또 재판부가 이피고인을 석방키로 결정하면서 『이번 결정은 이피고인의 유무죄 판단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보석으로 풀려난 피고인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한 예가 전무한 만큼 이피고인에게 설사 유죄가 인정돼도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따라서 앞으로 재판과정에서는 「재벌들의 부동산투기 실태를 국가기관을 대신해 폭로한 이피고인의 행위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무죄선고를 촉구할 변호인단과 「이피고인이 유출시킨 서류는 감사기간중의 감사결과를 처리하는 과정에 있는 중간문서로서 당연히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검찰사이에 유무죄 공방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이창민기자>이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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